12월 29일. 2010년도 서서히 저물어가는 연말,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 건너온 사람들이 살았다고 전해지는 오사카 이쿠노쿠(生野區) 모모다니(桃谷)에 다녀왔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세계 여러 곳에서 살고 있습니다. 일본에도 지역에 따라서 한국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 많이 있습니다. 오사카에서 대표적인 곳은 츠루하시(鶴橋)입니다. 츠루하시보다 더 오래 전부터 한반도에서 온 사람들이 사는 곳은 모모다니입니다. 지금은 모모다니라고 불리고 있지만 원래 이름은 이카이노(猪飼野)였다고 합니다.
츠루하시에 한국 관련 상점이나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많이 살기 시작한 이유는 츠루하시에 오사카 간죠센(環狀線)이라는 전차역과 긴테츠(近鐵) 나라선(奈良線)이 교차하는 교통상의 이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사카 간죠센 츠루하시역과 모모다니역 사이에 모모다니 산쵸메(3町目), 욘쵸메(4町目), 고쵸메(5町目)에 이르는 500미터 거리에 코리아타운이라는 상가가 있습니다. 원래 이 지역이 이카이노였습니다.
이카이노라고 하는 땅에 한반도 사람들이 와서 살기 시작한 것은 백제 때부터라고 합니다. 이곳이 기록에 나오기 시작한 것은 일본 16대 닌토쿠텐노(仁德天皇, 즉위 기간 서기 313年2月14日 - 399 년 2月 7日)때부터입니다. 당시 일본은 현재 오사카, 당시 나니와츠(難波津)에 도읍을 정하고 있었던 때입니다.
이곳 이름이 원래 이카이노(猪飼野)라고 불린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한 가지를 소개하겠습니다. 원래 이곳은 이카이노츠(猪甘の津)였습니다. 츠(津)는 나루터를 말합니다. 지금 오사카는 도시화가 진행되어 규격화된 마을이 되었지만 원래 오사카는 요도가와(淀川) 강이 바다로 흐르는 주변에 샛강이 많았습니다. 이카이노 역시 원래 물이 드나들고 배가 다니던 나루터였습니다. 그런데 강물을 막거나 샛강을 좁히고 뭍을 넓히면서 맨땅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이카노츠(猪甘の津) 나루터에서 이카이노(猪甘野)들이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카이(猪甘)는 이카이(猪飼), 이카이(猪養)와 같은 뜻입니다. 즉 조정에 바치는 산돼지를 반 자연 상태에서 키우는 곳입니다. 그리고 왕이 이곳에 와서 산돼지를 사냥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닌토쿠텐노(仁德天皇)가 산돼지 사냥을 하면서 쉬던 숲은 왕이 죽은 뒤 왕의 영혼을 모신 신사가 되었습니다. 그 신사가 미유키모리 신사(御幸森神社)입니다. 이곳에는 백제 왕인박사가 닌토쿠텐노(仁德天皇) 즉위를 축하하기 위해서 일본에 와서 지었다는 노래비가 세워져 있습니다.
나중에 이곳은 이카이베(猪飼部)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 이 말은 산돼지를 키우는 사람들, 즉 산돼지를 키우는 상놈들이 사는 곳이라는 차별 부락이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카이노(猪飼野)라는 지명을 버리고 1973 년부터 모모다니(桃谷)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고대부터 한반도 사람들이 살던 이곳 이카이노 모모다니는 4․3사건 때 제주도 사람들이 많이 와서 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도 이곳에는 제주도 출신들이 많이 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많은 사람들은 제주도 방언으로 말하고 제주도 방언을 들으면서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오래 전부터 이곳에서 살아온 제주도 할머니 고정자(高貞子)씨는 아버지에게서 들은 옛날이야기를 다시 편집하여 제주도 이야기 책 <할아버지의 담배통 1, 2>를 펴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원수일씨는 <이카이노 이야기>라는 제목으로 이카이노에 사는 제주도 사람들의 이야기를 소설로 쓰기도 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코리아타운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고 조선시장이라는 말을 썼습니다.
모모다니 코리아타운은 비록 츠루하시 가게처럼 전차역과 가깝지 않아서 가기에 불편하지만, 츠루하시 상점가보다 더 많은 재일교포나 일본 사람들이 와서 일본에서 제일 큰 명절 정월 초하루를 앞두고 한국식 먹을거리를 사거나 구경하고 있었습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한국어와 한국 문화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참고문헌
고정자(高貞子) 글, 김석출 그림, <할아버지의 담배통 2>, 범우사, 2003
秀一, 猪飼野物語 - 島からきた女たち, 草風館, 1987.
이카이노 보존회, 이카이노의 지명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