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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강생들이 우석훈 박사의 '응용경제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수강생들이 우석훈 박사의 '응용경제학' 강의를 수강하고 있다. ⓒ 김동환

"종합편성채널에 응모한 언론사 중 한 곳의 사업계획서를 우연히 볼 기회가 있어서 일부 본 적이 있습니다. 그런데 3년 안에 자본잠식하게 되어있는 사업계획서를 썼더군요. 3년 안에 망한다는 거예요. 사실 그건 당연한 겁니다. 지금 언론들 주 수입원은 광고인데, 광고시장은 종합편성채널이 추가되기 전과 크기가 같고, 'KBS 수신료 논란'에서 드러났듯이 국민들은 뉴스에 대해 자기 돈을 지불할 의사가 별로 없어요."

31일 <조선일보>(CSTV), <중앙일보>(jTBC), <동아일보>(채널에이), <매일경제>(MBS)가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됐다. 거대 보수지의 방송 진출이 한국 언론계에는 어떤 지각변화를 낳을까? <88만원 세대> 저자 우석훈 박사는 "정부에서 종합편성채널을 무더기로 허용할 경우 해당 채널들은 3년 안에 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종편채널들 수익내기 힘들어 생존 어려울 것"

우 박사는 지난 22일 <오마이뉴스> 강의실에서 '정당과 언론의 경제학' 주제로 열린 '응용경제학' 네 번째 시간에서 논란이 된 종편 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 언론사만 지정해주면 그럭저럭 경쟁력이 생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개가 한꺼번에 다 종합편성채널을 만들면 같이 망합니다. 광고 수익을 맞출 수가 없어요. 이건 채널 위치하고도 밀접한 관련이 있죠. 사람들은 보통 MBC랑 조선일보랑 싸우고 KBS랑 중앙일보가 근접한 채널에서 싸우는 구도가 될 거라고 하지만 그렇지 않아요. 지상파 근처로 가기 위해서는 대기업이 운영하는 쇼핑몰 채널을 밀어야 하는데 그 채널들은 절대 밀리지 않거든요. 결국 YTN 근처에 채널이 정해질 것으로 봅니다. 호사가들은 정권이 바뀌면 조·중·동 채널은 500번 대에 있는 바둑TV나 여행, 낚시 채널 근처로 옮겨질 거라고 말합니다. 그렇게 된다면 정말 거의 안 보게 되겠지요."

우 박사는 "종합편성채널 관련해서 언론계 돌아가는 것을 보면 한국이 어쩌면 망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거대 보수 언론들이)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알아서 지옥행 특급열차에 올라탄 셈"이라고 말했다.

몇몇 대기업이 특정 언론사 방송에 광고를 '밀어주면' 어떨까. 우 박사는 "<중앙일보>가 삼성과 밀접한 관련이 있지만 그래도 <중앙일보> 방송에 삼성이 광고를 밀어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문화일보>가 원래 현대그룹이 가지고 있었던 언론사였어요. 현대가 <문화일보>에 광고를 많이 주니까 다른 언론들이 현대 그룹을 비판했어요. 결국 현대는 <문화일보>를 독립시키고 나머지 언론사들에게 광고를 골고루 주게 됐지요. 삼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삼성이 언론을 장악하고 있는 이유는 모든 신문사에게 광고를 주기 때문입니다. 그걸 <중앙일보> 방송에 몰아주게 되면 삼성은 더 이상 한국의 언론을 장악하기 어렵게 될 겁니다."


한국 국민들에게 인터넷 기사 가치는 '0원'

 우석훈 박사가 <오마이뉴스>에서 '응용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우석훈 박사가 <오마이뉴스>에서 '응용경제학' 강의를 하고 있다. ⓒ 김동환
한편, 우 박사는 한국의 언론이 제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 영역의 사회적 지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언론의 추세는 인터넷으로 흐르고 있지만 한국의 독자들은 인터넷 기사를 돈 내고 볼 의사가 없다"며 "언론을 제대로 지탱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식으로든 기사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것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수년 전, 미국 애리조나 대학의 아이리스 치 교수는 인터넷 뉴스에 대한 독자들의 지불의사를 조사해 논문으로 만들었다. <저널 오브 미디어 이코노믹스>에 '온라인 뉴스에 대한 최대지불의사'라는 제목으로 실렸던 이 논문에 따르면 인터넷 사용이 보편화된 홍콩 시민 853명 중 78%가 '미래에 뉴스 사이트 이용을 위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전혀 없다'고 응답했다.

우 박사는 지금 한국 독자들의 성향도 이 연구결과와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실제로 대학 강단에서 학생들에게 인터넷 기사에 대한 지불 의사를 물어보면 돈을 내고 보겠다는 학생은 거의 없다"며 "종이신문이 인터넷으로 교체될 미래에는 이러한 경향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국이나 일본은 사람 몸값이 전통적으로 쌉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배달을 시키는데, 유럽에서는 신문 배달이라는 개념이 아예 없어요. 언론 역시 기본적으로 기자가 뉴스를 배달하는 활동입니다. (사람들은 지불의사가 없지만) 이 활동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어떤 방식으로든 돈이 지불되어야 합니다."

사실상 현재 한국의 언론시장은 정부와 기업이 주는 광고에 대부분의 수익을 의존하고 있는 상황. 우 박사는 "언론이 광고주와 결탁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시민 영역에서 '소셜 서포트(사회적 지지)'라는 형태로 비용의 일부를 담당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오마이뉴스>의 '10만인클럽'을 사회적 지지의 대표적인 예로 꼽았다.


#우석훈#응용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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