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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는 6·2 지방선거 이후 새로운 정치에 대한 뜨거운 논의를 꾸준히 보도했다. 한국정치에 어떤 가치와 정책을 담을 것인가 여러 갈래 고민도 담았다. 한국정치의 대변신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인물이 중요하다. 어떤 인물이 2012년 대선에서 한국 민주주의의 후퇴를 막고 새로운 시대정신을 담는 새로운 정치체제를 만들 것인가. 제3부 인물편의 첫 주자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를 만났다. <편집자말>
 사단법인 '정치바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치바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 2011년 진보통합을 이루고 2012년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피력했다.
사단법인 '정치바로' 이사장을 맡고 있는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가 지난 21일 오전 서울 마포구 '정치바로' 사무실에서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를 갖고 "정권교체를 위해 2011년 진보통합을 이루고 2012년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며 피력했다. ⓒ 유성호
 

"죽어야 산다."

 

지난 6·2 지방선거에서 심상정(52)을 보며 깨달은 바다. 그는 선거 막판 경기지사 후보를 사퇴했다. 결정적인 순간, 자신을 버림으로써 그는 '급'이 다른 정치인의 반열에 올랐다.

 

한동안 말이 없었다. 지방선거에서 후보사퇴를 한 뒤 진보신당 안에서 갖은 욕을 먹고 자숙하는 시기를 가졌다고 전해들었다. 해당 행위라는 당내 비판에 수긍한 채 그는 뭇매를 흠씬 얻어맞았다. 그러고도 한동안 조용했다. 주변에 물었다. 무진장 사람을 만난다고 했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요즘 심상정만큼 뛰어다니는 사람이 없다는 소문이 들렸다.

 

역시나 그는 바빴다. 여느 정치인처럼 2011년 4월 재보선이나 2012년 총선 준비가 아니었다. 2007년 대선 실패 후 그토록 진보가 고민했던 '진보의 재구성'을 모색하고 있었다. 노무현 정부의 반면교사는 더 많은 개혁을 하지 못했던 게 아니라, 되돌이킬 수 없는 수준의 민주주의를 만들 수 있도록 힘과 세력을 키우지 못한 것이라고 스스로도 자책하고 있었다.

 

평범한 국회의원들과 다른 꿈을 꾸고 있는 심상정. 그는 과감했다. 일개 정당을 넘는 수준의 한국 정치를 고민하고 있었다. 그는 '2012년 진보-민주의 연립정부' 구성을 제안했다. 2011년 진보통합을 이루고 2012년 '연립정부'를 구성하자는 제안이다. 그는 <오마이뉴스> 인터뷰를 통해 처음 이 같은 주장을 피력했다.

 

<오마이뉴스>는 2012년 대선 민주진보진영의 인물군을 살펴보는 첫 번째 주자로 심상정을 선택했다.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는 민주진보진영을 대표해 대통령이 될 만한 인물일까. 함께 만나보자.

 

다음은 심상정 전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이후 이명박 정권은 '묻지마식 대북응징노선'을 고집했다. 국민은 불안에 떨고 있는데, 정부는 왜 이렇게 한다고 생각하나.

"한반도는 그간 전쟁가능성이 매우 낮았던 지역이었으나 지금은 세계에서 전쟁가능성이 매우 높은 지역 중 하나가 돼 버렸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강경책이 낳은 직접적 결과다.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은 동아시아 내 냉전 구도를 불러와 군사위협 뿐 아니라 경제에도 나쁜 영향을 주고 있다. 국민을 불안에 몰아넣고 국가를 총체적 위기로 끌고 있다. 지금처럼 하려면 국민에게 전쟁도 대안이 될 수 있느냐고 물어야 한다. 평화는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평화는 어떤 수단을 활용해서라도 반드시 지켜야 하는 절대 명제다. 국민들은 전쟁을 동의해준 일이 없다."

 

- 보수는 국내정치가 불리해지면 안보를 활용하고 야당은 속수무책 당한다. 묘수는 없나.

"뒷전에 앉아 말만 하기는 좀 그런데…(웃음) 지방선거에서 북풍은 역풍이 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우리 국민들은 이미 마음속에 '종이 짱돌(투표)'을 준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 중요한 것은 국민이 원하는 변화와 열망에 부합하는 개혁 의지와 구상을 갖는 일이다."

 

"공정사회·복지국가... 보수의 '보호색 정치'를 경계해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 MB집권 3년간을 매우 고통스럽게 보낸 민주진보진영은 2012년 어떻게든 정권교체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권교체 가능하겠나.

"민주주의를 축소하고 훼손하는 '이명박식 성장주의'는 더 이상 용인될 수 없다는 결론에 다가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우리 국민은 단순한 세력교체나 정권교체를 원하지 않는다고 본다. 수십 년간 우리 삶을 주도해왔던 효율·경쟁·성장의 제도 시스템은 더 이상 지속 가능하지도 않고 새로운 대한민국에 어울리지도 않는다.

 

국민은 정치가 희망을 열어주기를 바라고, 새로운 리더십을 요구하고 있다. 87년 체제가 독재정권을 종식시키는 '시대 교체기'였다면, 2012년은 무소불위의 시장 권력에 저항하는 '새로운 시대'를 요구하고 있다. 지금 중요한 것은 진보가 새로운 시대정신과 새로운 가치, 새로운 비전 등 국민들에게 구체적인 희망을 줄 수 있는 전망을 내놔야 한다는 점이다."

 

- 진보가 어떤 방법으로 시대 교체를 이룩할 수 있다고 생각하나.

"2012년에 교두보를 확보해야 한다. 정권교체를 위해서는 연립정부를 구성해야 한다. 민주당 단독으로는 집권에 성공할 수 없다. 따라서 적극적으로 연대해야 하는데 그 연대는 미래로 가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될 것이다. 민주당의 패권에 의한 단일화가 아니라 미래로 가는 연립정부여야 한다." 

 

- 예산안을 날치기 할 정도로 이명박 정부에겐 2011년이 바쁜 것 같다.  정권 재창출을 위해서라면 못할 게 없어 보인다. 진보가 가장 경계해야 할 보수의 흑막정치는 뭐라고 보나.

"2011년은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우선 비정규직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는데 더 이상 힘으로 누를 수 없는 상황이다. 더 누르면 서민과 노동자, 비정규직은 일어설 수밖에 없다. 올해 노동자들의 대투쟁이 폭발적으로 벌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서민예산 깎는 '친 서민정책'이 '빛 좋은 개살구'가 되면서 서민들의 분노도 크게 표출될 것이다. 경제도 낙관하기 어렵고 총·대선을 앞두고 정치도 크게 요동칠 것이다. 흑막정치라면 고작 개헌이슈나 안보일 텐데, 이런 전통 레퍼토리는 더 이상 먹히지 않는다. 꼭 경계할 것은 부자 정치를 은폐하고 민심을 현혹시키는 공정사회니, 복지국가니 하는 보수세력의 보호색 정치다."

 

- 빅텐트론, 야권단일정당론, 비민주 진보대통합론 등 진보집권전략 논의가 뜨겁다. 어떤 방법이 가장 현실적이며 실현 가능한 방법인가.

"진보진영이 양적·질적으로 크게 재편될 필요가 있는데 여기서 핵심은 민주노동당이나 진보신당이라고 생각한다. 확고한 통합 의지를 갖는 게 중요하다. 실제 통합할 것이라는 확신을 줘야 폭넓은 규합이 가능하다. 이 점에 대해 아직 불확실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뭔가 진짜 지각변동이 있다고 할 때 시너지 효과가 생긴다.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은 가장 근거리에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통합재편에 대한 합의를 곧 이룰 것이라고 기대한다."

 

- <프레시안> 인터뷰에서 새로운 진보정당의 이름으로 2012년 총선에 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어떤 방식의 재조합이 가능하며 어디까지 합쳐야 한다고 보나.

"2012년 질서 재편기야말로 진보가 가장 적극적으로 주도해야 할 정세라고 본다. 역동적으로 변화를 주도할 수 있는 의지와 힘이 있어야 진보의 자격이 있다. 최대한 적극성을 발휘해서 2012년 진보정치세력이 신주류로 부상해야 한다. 진보집권시대를 열려면 2012년을 진보정치의 교두보로 삼아야 한다. 진보진영이 이런 정치적 목표를 달성하려면 '혁신적인 확장'을 이루는 게 필수적이다. 대안세력으로 가능성을 보여줄 때만이 가능하다."

 

"역진하지 못하게 진보적 개혁주체 형성의 길 열어놨어야"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진보행동 출범식에 참여해 87세대에 거는 기대를 표명했다. 민주당 안에서 이들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하나. 

"민주당에 대한 국민들 바람은 과감하게 혁신하라는 것이다. 중산층과 서민정당, 복지를 말하며 좌클릭하고 있지만 신뢰는 아직 충분치 않다. '진보행동'이 민주당 혁신의 견인차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그 진정성을 확보하는 방법으로 현장정치에 과감히 나섰으면 좋겠다. 민심과 소통하는 최일선에서 현장정치에 과감하게 나설 때 견인차 역할은 가능하다고 본다."

 

- 2007년 대선 이후 진보의 재구성론이 회자됐으나 결론을 맺지 못했다. 2012년 진보집권을 앞두고 진보가 다시 규합한다면 어떤 가치나 이념, 의제로 뭉쳐야 할까.

"사민주의 복지국가론도 제기되고 있고, 진보적 자유주의·조정경제 등이 있는데, 사민주의 복지국가 담론은 좌파의 근본주의에 대한 성찰로부터 비롯됐다고 보고, 진보적 자유주의는 자유주의세력의 시장만능주의에 대한 성찰에서 시작됐다고 본다.

 

이 두 흐름을 잘 결합시키는 게 중요하다. 핵심은 실천력이다. 그런 점에서 진보적 자유주의는 시장에 대한 규제조정방안, 노동의 가치에 관한 정책을 구체적으로 내놔야 한다. 이런 점들이 이념과 노선 차원에서 좁혀진다면 현실정치세력 간의 연대, 재편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다."

 

- 노무현 정권에서 진보정치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 있다면 무엇인가.

"무엇보다 한국사회가 다시 역진하지 않도록 더 많은 민주주의와 민생개혁을 확대할 수 있는 진보적 개혁주체 형성의 길을 열어놨어야 했다. 진보적 개혁주체의 사회정치적 힘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없었던 점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

 

- 어떤 방법으로 사회정치적 힘을 키워나갈 수 있다고 보나.

"정치적으로는 비례대표나 결선투표제 같은 제도개선을 통해 새로운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사회적으로는 노동조합의 확대조직화, 풀뿌리 사회조직 형성을 위한 정책적 지원이 있어야 한다. 나는 연립정부 구성에서 이 점이 가장 중요한 합의 과제라고 생각한다.

 

정책 실현은 힘에 의해 결정된다. 일시적으로 원내 다수파가 되어 입법을 관철했다고 해도 지킬 힘이 없으면 바로 역진한다는 걸 우리는 이명박 정권을 통해 보고 있다. 보다 책임 있는 역할은 미래의 견인차로서 역사적 소명을 자각하는 데 있다. 이것이 국민이 바라는 진정한 진보정치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한다."

 

- 쌍용차 사태, 현대차 사태 등 정리해고나 비정규직 문제를 푸는 정부의 태도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다.

"국제노동기구(ILO) 통계에서도 나왔지만 우리 비정규직 문제는 단순 노동문제가 아니고 경제의 핵심과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저임금 노동자가 가장 많다. 이명박 정권 때 임금 하락폭이 가장 컸다. 이명박 정권이 어떤 정권인지 통계가 말하고 있다. 당장 필요한 것은 야권이 비정규 문제를 연합정치의 핵심과제로 삼는 일이다. 파견법 철폐, 비정규직 사유제한 같은 제도개선을 시급히 해야 한다. 아울러 산별교섭의 단체 협약 적용범위 확대를 제도화화는 노사관계의 혁신이 필요하다.  

 

양극화 해소를 위해서는 노사문제를 해결할 능력을 가진 정치세력이 필요하다. 노사문제를 해결하려면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끌어낼 수 있는 확고한 의지가 있어야 하는데, 현 정부엔 이 같은 노동인식이 없다. 그동안 일방적인 정치의 지원으로 많은 부를 형성한 재벌들이 사회를 위해 뭔가를 내놔야 한다는 것을 단호하게 주문할 수 있는 정치리더십이 필요하다. 진보정치세력이 시대의 필요에 부합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

 

"박근혜 복지, 책임질 이야기는 없어 실망"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 박근혜의 복지확충정책이 나왔다. 어떻게 평가하나.

"복지가 시대정신이다. 대통령 하겠다는 사람이 복지를 다루는 것은 특별할 게 없다. 한나라당 박근혜 전 대표까지 복지 대열에 동참했다는 건 이제 한국에서 더 이상 복지를 외면하고는 정치 못한다는 걸 보여주는 거 아니겠나.

 

대표적인 성장제일주의자인 데다, 반복지정당이라고 불러도 손색없는 한나라당의 인물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시끄러운 게 아닌가 싶다. 나는 진보와 보수가 복지국가를 실현하는 과정에서 아주 생산적인 경쟁을 하기를 희망한다. 박근혜 전 대표가 오랫동안 준비를 했다고 해서 구체적인 내용이 나올까 기대했는데 당위적 이야기 말고 책임질 이야기는 없더라. 실망이다"

 

- 박근혜의 복지와 심상정의 복지는 무엇이 다른가.

"첫째, 우리는 지금 복지누수가 문제가 아니라 복지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들조차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점이다. 복지재정을 절대적으로 늘려야 한다. 복지누수를 언급하는 건, 한나라당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OECD 국가 중 최저 수준인 복지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복지병 운운한 것과 다르지 않다.

 

소득복지를 사회서비스로 확대해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이걸 대립적으로 봐서는 안 된다. 기초생활보장제, 노령연금 등은 다 현금복지인데 복지의 기초체력이 허약하고 사각지대도 많다. 확실히 강화시키고 사회서비스로 확대해야 하는 것이지 소득보장 대신 사회서비스로 가면 복지가 매우 위태로워진다. 보편복지와 선별복지를 함께 가져가겠다는 것은 논점을 피해가는 물타기다. 무상급식을 모든 사람들에게도 하고 일부에게도 하겠다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박근혜 전 대표의 복지가 실천적 의미를 가지려면 세 가지 전제조건이 있어야 한다. 첫째 성장제일주의와 반복지정책에 대한 성찰이다. 둘째 일방적 특혜 속에서 성장한 재벌대기업이나 부유층에게 사회적 책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셋째 복지는 곧 예산이고, 예산은 곧 국회에서 처리되는 것이기 때문에 반복지 한나라당을 어떻게 혁신할 것인가에 대한 답을 내놔야 한다. 복지는 예산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복지를 삭감하는 한나라당과 어떻게 복지를 실현하겠다는 것인지 우리 국민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 2012년 집권에 앞서 '대한민국을 위한 새로운 팀'을 연합해서 짜자고 주장했다.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

"2012년 정권교체는 곧 연립정부를 의미한다. 민주당은 후보단일화 협조문제로 야권연대를 도구화해서는 안 된다. 2012년 정권교체는 미래지향적 대안을 가진 정치세력과 함께 하는 진보적 연립정부가 돼야 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당은 패권적 일방적 단일화 방식에 대한 미련을 버려야 한다. 진보도 미래의 권력을 준비하는 정치적 적극성을 발휘해야 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민주당도 유시민도 단독으로는 절대로 집권 못한다. 또 솔직히 대선주자로 손학규와 유시민 둘만 나오면 재밌을까? 2012년 정권교체는 야권지지표를 가장 효과적으로 모아낼 때 성공 가능하다. 대선후보 경선과정이나 연립정부 구성 전망 자체가 성패의 요인이라는 이야기다. 

 

후보가 되는 과정의 역동성, 연립정부의 구성과 같은 새로운 대안정치의 가능성을 보여야 이길 수 있다. 다수당이 있는 현 체제대로 선거할 경우에는 그 어떤 역동성도 만들어내기 어렵다. 진보세력은 혁신적인 자기 확장을 통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남으로써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야 한다. 여기에서 진보가 확고한 구심력을 형성해 판을 주도할 수 있느냐가 중요하고 그것이 민주당의 변화와 혁신에도 큰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본다."

 

"2012년 총선은 새로운 진보정당 이름으로 치러야"

 

- 정치일정상 언제까지 새로운 진보정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보나.

"2012년 연합정치의 핵심은 대선이다. 총선에서는 연합정치가 작동될 공간이 크지 않다. 총선은 대체로 한나라당 심판론이 주요할 것이기 때문에 넓어진 야권의 공간에 진보가 효과적으로 자기 몫을 확보해야 한다. 따라서 총선은 새로운 정당으로 치러야 한다. 가장 큰 시너지를 만들기 위해서는 늦어도 2011년 초반부터 에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에 착수해 통합과 창당작업을 시작해야 된다고 본다"

 

- 심 전 대표의 말대로 우리 국민은 진보정권의 맛을 보지 못했다. 작은 권력이라도 확보해 보수와 구별되는 정치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왜 진보신당은 지난 지방선거에서 고양시장이나 노원구청에 도전하지 않았나.

"국민들은 아직까지 진보정당을 통치세력보다는 저항세력으로 보고 있다. 진보정당이 집권하려면 국민에게 통치세력으로서 경험과 신뢰를 주어야 한다. 크든 작든 권력행사를 경험하고 신뢰가 쌓여야 진보에게 권력을 줄 것이다. 우리는 이 점을 분명하게 인식해야 한다. 지방선거는 작은 권력을 나누는 선거였고, '진보의 통치'를 선보일 수 있는 장이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해 아쉬움이 컸다. 따라서 2012년엔 단순한 선거전술의 문제가 아니라 집권전략의 관점에서 선거의 목표가 정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독일의 사민당도 49년부터 5차례 연달아 패배하고 브란트 때 공동정부에 참여함으로써 집권의 길을 열었다. 브라질 룰라 대통령도 세 번 졌다. 그 다음에 중도와 손잡고 집권에 성공했다. 룰라의 얘기가 매우 인상적이다. PL당의 알렌까르를 부통령으로 지명하면서 '우리는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우리는 양가를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정에 비판적이던 PT당 당원들에게 '우리 집권하지 말까요?'라며 설득했다.

 

연합정치를 민주당 패권에 대한 피해의식으로 생각해서 연합정치에 소극적이고 수동적인 자세를 취해서는 안 된다. 진보가 집권하기 위한 필수적 통치세력으로서의 가능성을 키우고 적극적 전략으로 채택해야 한다."

 

- 심 전 대표는 2012년 대선 출마계획을 갖고 있나.

"진보정치의 발전전망과 떼놓고 생각할 수 없다. 진보가 국민의 뜻을 어떻게 받아 안는가가 중요하다고 본다. 강력한 변화를 열망하는 국민들에게 보여 드릴 진보의 개혁구상과 의지를 고민하고 있다. 2012년은 진보정치가 대안 세력으로 발돋움할 수 있느냐, 역사의 뒷전으로 물러나느냐 이를 결정하는 결정적 시기라고 본다. 모든 역량을 투여해서 진보시대를 열어가는 데 헌신할 것이다."

 

"<대물>보다는 <무릎팍도사> 마니아"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심상정 전 진보신당 대표. ⓒ 유성호
 

- 대통령을 다룬 드라마 <프레지던트>와 <대물> 봤나. 과거에는 주로 현대사를 조명할 때 대통령을 소재로 썼다. 최근엔 '우리가 꿈꾸는 대통령'이 모델이다. 어떻게 생각하나.

"<대물>을 열심히 봤는데 상투적으로 흘러가서 좀… 어쨌든 국민들이 바라는 대통령상이 반영된 게 아니겠나. 국민들이 과연 어떤 대통령을 원하나, 정치인이라면 꼭 봐야 할 드라마들이라고 본다. 사실 나는 강호동씨가 하는 <무릎팍도사>의 마니아다. 사람들이 성장 과정에 대한 명암을 토로하는 것을 보면서 같이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우리 정치는 국민들의 희로애락, 삶과 너무 동떨어져 있다. 한때는 성공신화를 좇아서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시장만능주의의 가치와 시스템 속에서 다수가 불행해지고 있다는 걸 국민도 알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들은 그동안 우리 삶을 지배해왔던 근본이 흔들리면서 생활은 어려워지고 마음은 불안한 상황이다. 국민들은 기존의 가치를 뒤엎는 새로운 대한민국을 원하고, 정치가 희망을 만들어주기를 바란다. 그 새로운 리더십은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우리 삶의 문제 속에서 찾아야 한다. 그게 바로 정치의 가장 중심과제라고 생각한다."

 

- 만일 심 전 대표가 대권에 출마해 2012년 당선된다면 어떤 정치를 하고 싶은가.

"국민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고 싶다. 자신의 노력과 능력이 제대로 평가되는 사회에 대한 갈망이 크다고 본다. 땀 흘리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과 능력이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는 정치, 여기에 주력하는 정치를 하고 싶다. 그래서 가난한 사람들의 민주주의와 복지국가라는 더 크고 단단한 반석 위에 새로운 대한민국이라는 모두의 집을 짓고 싶다."

 

- 하나뿐인 아들이 생계를 걱정한다고 하던데.

"하하하. 그런 정보는 어디서 들으셨나. 올해 그 아이가 고3이 된다. 내가 국회의원이 처음 됐을 때도 우린 반지하 방에 살았다. 혹시 상처받으면 어쩌나 했는데 '엄마 아빠 이다음에 돈 많이 벌어 집 사드릴게요'라고 크리스마스카드에 썼더라. 그 이후에도 가끔 청바지 살래? 운동화 필요하니? 그러면 꼭 엄마 돈 있어요? 얼마 있어요? 묻는다. 부모가 가난하다는 걸 아이가 의식할 때 열등감을 주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엄마한테 부담 주지 않으려는 마음이 있는 게 아닌가 싶어 늘 기특하게 생각한다."

 

- 올 초 미국에 가신다고 들었다. 무슨 일정으로 왜 가는 건가.

"1월 5일 출국한다. 두 달 반 정도의 일정을 계획하고 있다. UCLA 동아시아 센터 초청으로 가게 됐다. 미국 스탠퍼드를 비롯해 순회강연이 예정돼 있다. 1년의 기회를 주셨는데 다 버리기 아까워 3개월 정도만 머물 생각이다.

 

진보의 대안 모색과 관련해 2009년 북유럽을 20일 동안 돌아봤고, 일본 민주당 등을 방문했다. 이번 미국 방문을 통해서 진보정치의 외교·안보 전략에 대해 좀 더 분명한 얘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다. 진보개혁의 구상과 의지를 구체화하는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유시민 원장은 최근 심 대표에게 고양 덕양갑 지역구를 양보하겠노라 말했다.

"지역구를 양보한다고 해서 나더러 대구로 나가라는 얘기인 줄 알았다.(웃음) 고양 덕양갑 지역구에서 2012년 총선 출마를 준비 중이다. 진보신당 시의원, 도의원을 당선시킨 유일한 지역이다. 주민들도 2012년 함께 승리하기를 바란다고 믿는다. 미국 방문 이후엔 지역구 활동에 많은 비중을 둘 생각이다."


#심상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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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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