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가 100% 일치한다니 정말 다행입니다. 어린 생명을 살릴 수 있음에 행복합니다."
2009년 4월, 뺑소니 차량을 추격해 붙잡아 '불의를 보고 참지 못하는 군인정신'을 보여줬던 육군 수도기계화보병사단(일명 맹호부대) 예하 번개부대 소속 김준석(30세) 중사.
이번에는 생면 부지의 어린아이에게 자신의 골수를 기증하겠다는, 결코 쉽지 않은 선택을 함으로써 병영과 지역사회를 감동시키고 있다.
4~5년 전 휴가 중 헌혈을 하고 골수기증신청서를 작성했던 김 중사. 이후로 까맣게 잊고 일상생활을 하던 그는 올해 8월 말 부대에서 근무 중 조혈모세포협회로부터 본인의 골수와 정확히 일치하는 환자가 나타났다는 전화를 받았다.
골수기증을 하기 위해서는 크나큰 고통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순간 망설였지만, 수혜자가 세 살짜리 남자 아이라는 말에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그리고 국가와 국민을 보호하는 군인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하고 동의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큰 수술이기 때문에 본인의 의사뿐 아니라 가족의 동의도 필요했다. 퇴근 후 부인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던 김 중사는 오히려 부인의 흔쾌한 수락과 함께 "나도 골수기증신청서를 내야겠다"는 대답을 들었다.
9월 말 혈액검사를 실시하여 골수기증에 필요한 6가지 성분이 모두 일치한다는 결과를 통보받았지만, 호국훈련과 환자의 항암치료 등으로 인해 수술 일정이 1월까지 미뤄졌다.
12월 30일부터 1월 1일까지 골수를 혈액으로 끌어올리는 주사를 맞고, 1월 3일 오전 서울 건국대병원에서 7시간의 대수술을 통해 꺼져가는 작은 생명의 불씨를 살리기 위한 과정을 거쳤다.
김준석 중사의 중대장인 이현수 대위는 "김준석 중사는 언제나 밝은 얼굴로 주변 전우들을 돕는 데 앞장서 왔다"며 "수술을 앞둔 상태에서도 본인의 할 일을 소홀히 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모범적인 간부"라고 김 중사의 선행을 칭찬했다.
물질만능주의와 이기주의가 팽배한 요즘, 아무런 대가를 바라지 않고 소중한 국민의 김 중사의 헌신과 사랑이 우리 사회에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이어주는 따뜻한 징검다리가 되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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