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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줄다리기를 하기에 앞서 줄다리기를 하러 나온 마을 사람이 신사 신전 앞에서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줄다리기와 시메나와 용 줄을 만들고,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새참과 줄다리기 뒤에 열리는 나오라이를 준비합니다. (나오라이<なおらい【直?】>는 한국 음복과 비슷합니다.)
줄다리기를 하기에 앞서 줄다리기를 하러 나온 마을 사람이 신사 신전 앞에서 예를 올리고 있습니다. 남자들은 줄다리기와 시메나와 용 줄을 만들고, 여자들은 남자들에게 새참과 줄다리기 뒤에 열리는 나오라이를 준비합니다. (나오라이<なおらい【直?】>는 한국 음복과 비슷합니다.) ⓒ 박현국

1월 9일, 1월 둘째 주 일요일 오전 9시부터 시가켄 오츠시 사카모토에서는 마을사람들이 모여서 줄을 만들고, 줄을 나무에 걸고, 줄 앞에서 예를 올리고 줄다리기를 했습니다. 해 마다 마을 사람들은 이날 오곡 풍년을 기원하는 줄다리기를 행하고 있습니다. 원래 1월 15일이었으나 언젠가부터 1월 둘째 주 일요일로 바뀌었습니다. 

 

사카모토는 시가켄 비와코 서쪽 경사면에 있습니다. 예로부터 비와코 호수를 통해서 들어온 물자를 교토로 실어 보내는 교통의 요지였습니다. 그리고 일본 불교의 발상지라고 불리는 히에잔(比叡山) 엔략쿠지(延暦寺) 절이 바로 이곳 사카모토를 통해서 들어갑니다. 그리고 일시적이지만 서기 600년대 오츠교(大津京)라고 해서 당시 일본 수도가 사카모토 부근으로 옮겨온 적도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대를 옆으로 고정시켜두고 그곳에 줄을 걸어서 세 사람이 줄을 꼽니다. 이렇게 줄을 꼬는 방법은 오키나와 이토망, 한국 정읍 정량리, 김제 월촌 입석리 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만들고 있습니다. 장대를 옆으로 고정시켜두고 그곳에 줄을 걸어서 세 사람이 줄을 꼽니다. 이렇게 줄을 꼬는 방법은 오키나와 이토망, 한국 정읍 정량리, 김제 월촌 입석리 들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 박현국

사카모토에 사는 60세대 사람들은 지역적으로 여섯 구역으로 나누어서 순번제로 담당을 정해서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는 마을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 옆에 있는 사카모토히요시오다신사(坂本日吉御田神社)에서 줄을 만드는 일로 시작합니다. 줄은 찹쌀 볏짚으로 만듭니다. 가을 추수 때가 되면 미리 찰벼를 심을 사람에게 부탁하여 줄을 만들 볏짚을 준비합니다. 볏짚은 20다발 정도로 만들지만 미리 30다발 정도 준비해 둡니다.

 

줄을 만드는 볏짚은 먼저 나무망치로 두드려 부드럽게 한 다음 손들 훑어서 겉껍질을 벗기고 한 주먹씩 모아서 지푸라기로 고정시켜 둔 다음에 만듭니다. 줄 만들기는 삼발이 두 개로 고정시켜둔 통나무 선반에 볏짚을 반 다발 정도 묶어서 걸고 이것을 셋으로 나누어 세 사람이 각각 줄을 오른 쪽으로 꼬았다가 세 명이 왼쪽으로 꼬은 줄은 건네면서 꼬아 나갑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만들어 신사 앞마당에 있는 녹나무에 시메나와(금줄)를 매고 있습니다. 이 녹나무는 수령 200 년 정도로 나무가 너무 커서 여러 가지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몇 년 전 나무 위쪽을 잘랐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을 만들어 신사 앞마당에 있는 녹나무에 시메나와(금줄)를 매고 있습니다. 이 녹나무는 수령 200 년 정도로 나무가 너무 커서 여러 가지 사고 위험이 있기 때문에 몇 년 전 나무 위쪽을 잘랐습니다. ⓒ 박현국

사카모토히요시오다신사에서는 마을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기 위해서 줄을 네 개 만듭니다. 줄다리기를 하기 위한 줄은 60미터 길이로 가장 깁니다. 그리고 나머지 줄 세은 시메나와(しめ縄) 용으로 사용됩니다. 시메나와는 우리나라의 금줄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부정한 것이나 잡신의 출입을 막고 성스러운 곳이라는 뜻으로 칩니다.

 

시메나와 용 줄은 줄다리기 때 사용하는 줄과 같은 굵기로 7미터 크기 줄 세 개를 만들어서 신사 앞마당 동쪽에 있는 녹나무와 신사 뒤쪽에 있는 녹나무에 시메나와를 칩니다. 그리고 줄다리기 용 줄 한 가운데에도 시메나와를 묶어둡니다.

 

    신사 앞에서 사람을 줄로 서려서 감았다가 줄 머리로 밀어서 넘어뜨립니다. 한국에서도 줄을 만들어 지신밟기(전라북도 부안 보안면 우동리)를 하거나 줄을 들고, 진싸움(전라북도 정읍 산외면 정량리)을 하면서 사람을 줄로 감아서 넘어뜨리기도 합니다.
신사 앞에서 사람을 줄로 서려서 감았다가 줄 머리로 밀어서 넘어뜨립니다. 한국에서도 줄을 만들어 지신밟기(전라북도 부안 보안면 우동리)를 하거나 줄을 들고, 진싸움(전라북도 정읍 산외면 정량리)을 하면서 사람을 줄로 감아서 넘어뜨리기도 합니다. ⓒ 박현국

줄다리기 할 줄이 다 만들어지면 신사 앞에서 사람을 세워놓고 줄을 서려서 감았다가 줄 머리로 사람을 밀어서 넘어뜨립니다. 줄로 서너 명을 이렇게 반복해서 넘어뜨리면서 놀이를 합니다. 그리고 신전 앞에 줄을 서려서 감고 줄 머리를 신사 위쪽에 선반을 만들어 올려놓습니다.

 

줄 준비가 끝나면 줄다리기에 앞서서 신사 신전 앞에 줄을 서려 놓고 줄 앞에서 미코가 가구라(神楽)를 합니다. 가구라는 신 앞에서 신앙적인 목적으로 추는 춤이나 기악 등 예능을 말합니다. 가구라를 하는 미토는 신사에 속한 사람으로 한국의 무당과 같은 역할을 합니다. 다만 신앙적인 성격이 약하고 필요할 때에만 가구라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미코가 가구라를 하면 마을 사람 가운데 두 사람이 북과 심벌즈 비슷한 악기로 반주를 합니다. 가구라 끝에 미코가 마을 사람들을 위해서 축사를 합니다.

 

    줄다리기에 앞서서 미코(巫女)가 오른 손에 방울을 들고 가구라(神?)를 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를 할 줄을 신사 신전 앞에 서려 감아 놓고 줄 머리만 선반에 올려 두었습니다.
줄다리기에 앞서서 미코(巫女)가 오른 손에 방울을 들고 가구라(神?)를 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를 할 줄을 신사 신전 앞에 서려 감아 놓고 줄 머리만 선반에 올려 두었습니다. ⓒ 박현국

가구라가 끝나면 줄을 신사 앞 큰 길에 늘여 놓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최근 마을 줄다리기에 참가하는 마을 사람 수가 줄어서 줄을 크게 만들지 못합니다. 그래서 줄이 끊어질 수 있다고 염려해서 최근 마을 사람들이 만든 줄에 시판용 줄다리기 줄을 합해서 묶어놓고 줄다리기를 합니다.      

 

신사 앞 찻길은 1차선 도로로 자동차가 많이 다니기 때문에 마을 사람들이 차량을 통제하면서 줄을 당깁니다. 그리고 이 길은 경사가 심해서 위쪽보다는 아래쪽에서 줄을 당기는 것이 이기기 쉽습니다. 한국에서 열리는 줄다리기는 주로 벼농사 지역에서 남녀로 나누어서 편을 갈라서 열리고 여자가 이겨야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곳에서는 마을 안 여섯 구를 둘로 나누어서 줄다리기를 합니다. 그리고 줄다리기에서 이긴 쪽이 풍년이 든다고 합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처럼 남녀로 편을 가르지 않고 지역 별로 편을 나누어서 줄을 당깁니다. 이긴 쪽이 풍년이 든다는 생각은 똑 같습니다.
마을 사람들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한국처럼 남녀로 편을 가르지 않고 지역 별로 편을 나누어서 줄을 당깁니다. 이긴 쪽이 풍년이 든다는 생각은 똑 같습니다. ⓒ 박현국

한국이나 일본에서 줄다리기는 벼농사 지역에서 많이 열립니다. 벼농사에서 얻은 볏짚으로 줄을 만들어 남녀가 줄을 당기면서 볏짚의 생산력과 남녀의 활력이 더 많은 풍요를 가져다 줄 것이라는 주술 원리와 상징이 줄다리기를 만들었는지도 모릅니다. 부디 줄다리기를 하는 마을 사람들의 소망대로 올해에도 좋은 일만 생겼으면 합니다.  

덧붙이는 글 | 박현국 기자는 류코쿠(Ryukoku, 龍谷) 대학에서 주로 한국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줄다리기#사카모토#시가켄#풍년#줄 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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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본에서 생활한지 30년이 되어갑니다. 이제 서서히 일본인의 문화와 삶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한국과 일본의 문화 이해와 상호 교류를 위해 뭔가를 해보고 싶습니다. 한국의 발달되 인터넷망과 일본의 보존된 자연을 조화시켜 서로 보듬어 안을 수 있는 교류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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