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남다른 고민이 있다. 여러 사람과 대화를 한다거나 평소에도 조금만 긴장하면 쳇 머리를 흔드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요즘 한방이든 양방이든 명의(名醫)를 찾아 치료 중이나 치료 효과가 별로 없다.
이제서 생각하니 언론사의 오랜 기자생활에서 긴장된 강박관념과 관계 되는 직업병임이 틀림없다. 전직 '연합뉴스'의 편집부 근무 시절에 나의 선배와 편집부장도 평시에도 쳇 머리를 흔드는 버릇이 있었다. 그때 나는 나이를 먹으면 다 저렇게 습관적으로 머리를 흔드는 자연적인 버릇인가 보다 생각했을 뿐, 그게 병증(病症)이려니 생각도 안했다.
나도 지난 90년대 중반 쯤 정년이 임박하자 자신도 모르게 약간씩 쳇 머리를 흔들거리는 증세가 나타났다. 그 당시에는 어쩌다 그런 증세가 있었고 나는 자각증상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어쩌다 아내가 걱정이 되어 치료를 권했지만 나는 그게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늙는 현상이지 병증(病症)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 당시 잘 알고 지내던, 요즘 유명해진 침구(鍼灸) 선생이신 김남수 명의(?)께서 나를 보시자마자, 쳇 머리 흔드는 걸 걱정하시며 자기가 고쳐주겠다고 했지만 나는 들은 체도 않고, 방심해 버렸다.
요즘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 모두가 '야! 너 왜 쳇 머리를 흔드니? 하고 걱정할 땐 괜히 머쓱해지고 은근히 당황하게 된다. 생각해 보면 나의 전직인 기자생활이란 게 긴장의 연속이었다. 5․18광주민주화운동 땐 전국의 기자들이 군사정권에 대응하여 '광주사태'의 진실보도를 원하며 데모를 하였고, 언론민주화를 위해 반정부 운동도 하였다. 기나긴 군사정권의 '보도지침'에 내심 불만으로 정의감에서 정신적인 울분을 삭이지 못했다. 그런 게 모두 내 머리를 짓누르는 병원(病源)이 되었다.
내가 근무하던 '연합뉴스(당시는 연합통신)'의 편집부 명칭이 전두환 군사정권 때 '정리부'로 바뀐 때가 있었다. 안기부 기관원이 옆에 붙어 앉아 기사를 검열하다시피 했고, 군사정권에 흠이 가는 기사는 모두 정리하는 부서였기에 '정리부'가 맞았는지도 모른다. 그 지경이니 언론의 조작과 진실보도의 왜곡에 휘말려 응어리진 가슴에 화병이 되었고, 뇌신경에 장애를 일으켜 생긴 일종의 직업병이 나의 쳇 머리를 흔드는 병이 됐다고 본다.
기자생활이란 겉보기 보다는 기사 헌팅에 심적 부담을 느끼고, 좋은 기사를 쫓기에 늘 불안 초초한 긴장된 생활이다. 촌각을 다투며 기사정리를 해야 하고, 혹시나 오보가 나갈 경우 당혹감은 엄청난 심적 부담을 준다.
나는 원고지만 보아도 오줌이 찔끔찔끔 나온다. 르포나 긴 글을 쓸 때는 하도 소변이 자주 마려워 아주 화장실 문을 열어놓고 글을 쓴다. 이제 내 나이 73세로 자주 결혼식 주례를 자주 맡고, 문화관광해설사로 관광객들에게 관광해설을 하는 일을 하고 보니 여러 군중 앞에서 쳇 머리를 흔드는 증세가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내 아내의 말에 따르면 보통 때는 쳇 머리 흔드는 증세가 별로 없는데, 결혼식 주례를 서거나 관광해설을 할 때는 그 증세가 심하단다. 인터넷에서 알아보니 '두선증(쳇 머리흔듬), 또는 진전증' 등으로 나와 있고 치료가 쉽지 않은 불치병으로 되어있다.
약물요법은 오랜 기간 약을 복용해야 치료 효과가 있고, 뇌를 수술하는 수술 요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소개 되어 있다. 의사들은 스트레스를 줄이고, 마음 느긋한 생활을 하라지만 인간사란 어찌 그리 편안한 생활만 할 수 있는가. 특히 나같이 나이 들어도 할 일이 많은 현실에서 늘 강박관렴에 쫓기는, 사냥개에게 쫓기는 사냥감 같은 나날의 생활이니 안정되고 편안할 날이 별로 없다.
쳇 머리 흔드는 증세를 고쳐주실 명의(名醫)를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아니면 이 직업병을 무덤까지 가지고 지고 가야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