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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싸늘한 칼 바람에 울고넘는 제왕산 윙윙윙 싸늘한 칼 바람속에 대관령고개 인근 제왕산 산행을 하며 조망된 풍경과 일행들 산행길 모습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촬영하여 기사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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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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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늘한 찬바람에 설원 속을 걸었네오늘은 제왕산으로 산행을 떠나는 날인데…. 소문에 의하면 제왕산 인근 "선자령" 지역은 그곳에 삼양목장이 있어 요즘 전국적으로 기승을 떨치며 축산 농민의 근간을 뿌리째 흔드는 "구제역"으로 입산통제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나도 농민의 아들로 태어나 농사를 짓던 사람이다 보니 왜 인지 산행을 떠나는 마음이 홀가분하지 않다.
차라리 나 홀로 산행이면 그냥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지만 이미 한 달여 전 계획된 산행이고 전세 버스 예약을 해놓은 상태. 산행을 포기하는 일 또한 쉽지 않아 해당 지자체에 전화하여 구제역으로 차량과 사람 통행이 가능한가 알아봤다. 통제는 안 하고 다만 산행하시는 분들이 축산농민의 어려움 생각하여 조용히 다녀오시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듣고 산행을 떠난다.
요즘 지속되는 쌀쌀한 날씨 탓인지 많은 회원님이 산행에 불참하는 바람에 18명의 회원님이 지난 9일 단촐하게 모여 사당에서 오전 7시 30분에 출발했다. 대관령(하)휴게소에 도착하니 오전 10시 20분, 그러니까 서울에서 이곳까지 3시간이 채 안 되어 도착하였다. 그런데 내가 우려하였던 바와 달리 주차장엔 전국에서 모여든 등산객을 실은 관광버스가 주차 공간이 부족할 정도로 만원을 이루고 있다.
그런 줄도 모르고 달려오는 내내 혹시 구제역으로 통제하게 되면 대타로 "오대산" 산행을 하기로 차선책을 생각했는데 퓨휴! 안심이다. 겨울이면 이곳 대관령 지역 추위가 만만치 않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막상 차에서 내리니 그 추위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다. 그러다 보니 일행들 너도나도 마치 최전방 DMZ 근무 병사들 매복 근무 나가는 것처럼 단단히 완전무장을 하고 "영동, 동해 고속도로 기념비"를 향하여 계단을 오른다.
"영동, 동해 고속도로 기념비"에 올라 주차장 방향을 내려다보면 거대 "풍력 발전기" 3대가 마치 외국에서나 본듯한 모습으로 이국적인 모습으로 서 있다. 이곳 풍력 발전기는 언제나 돌지 않는 모습 그대로이다. 아마 전시용 "풍력 발전기"인 듯 싶다. 그러나 선자령 일대에 설치된 풍력 발전기는 사시 사철 쉬지 않고 돈다.
우리는 잠시 "영동, 동해 고속도로 기념탑"에서 그 추위 속에서도 기념 사진을 찍고 우측 등로를 따라 "능경, 고루 포기" 산 방향으로 진행했다. 능경 고루포기산 입구 "산불감시초소" 앞에서 차량통제 바리케이드를 지나 제왕산(840m) 방면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됐다. 이곳 제왕산은 "구름도 쉬어 간다"는 865m의 고도에서 840m의 제왕산을 가는것이기 때문에 산행이 대부분 아래로 아래로 고도를 낮춰 내려가는 산행을 하게 된다.
코스는 난이도가 험하지 않아 초보 산꾼들도 큰 어려움 없이 편안하게 산행을 할 수 있다. 다만, 두서너 곳에 잠깐 지나치게 되는 암릉 구간이 있기는 하다. 전혀 험하지 않고 우회 길이 있어 이도 안전하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은 "능경, 고루 포기, 제왕산" 이렇게 3개 코스를 묶어 산행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는 2011년 새해 첫 산행이고 날씨도 추워 가볍게 제왕산만 타면서 좌측 건너편 지역으로 보이는 "선자령" 일대의 아름다운 설경과 풍력 발전기 도는 장관의 모습을 조망했다. 뒤편으로 "능경봉 고루 포기산"의 웅장함을 조망하며 앞으로는 멀리 동해시와 쪽빛 동해 바다를 조망할 수 있는 선경을 만끽했다. 이것이 제왕산만의 낭만산행인 셈이다.
그런가 하면 곳곳에 가벼운 암릉구간도 이어지고 마치 하늘을 찌를 듯 뾰족하게 우뚝 선 "제왕 솟대 바위"도 만나게 된다. 제왕산 정상 코앞에 수백 년을 살다 고사한 고사목을 에워싸고 있는 소원탑이 지나는 사람들의 발길을 잡는다.
제왕산(840m) 정상을 단숨에 지나면 사실상 이날 제왕산 산행의 고생은 끝난다. 조금은 가파른 하산길에 접어들면 100년 이상된 금강송 군락과 낙엽송 군락지가 보인다. "대관령 숲 해설센터" 지나 잠시 계곡을 애돌아 대관령 옛길을 지나 "대관령박물관" 주차장에 도착하는 것으로 이날의 제왕산 (4시간 40분) 산행을 모두 마친다.
그리고 곧바로 (오후 3시 30분) 귀경길에 올랐는데도 고속도로 정체가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바람에 하도 지루하여 고향에 둘도 없는 친구에게 전화를 했다. 목장을 운영하는 친구가 구제역을 잘 이겨내고 있는지 궁금하던 참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인사를 어떻게 했는지도 모르고 "여보게 소 어떻게 됐어? 잘 이겨내고 있는 거지?" 하고 물으니 평상시 통화할 때면 늘 생기 발랄하고 쟁쟁하던 친구의 목소리가 풀이 죽었다. "그저께 다 묻고 말았어…." 하는 친구의 목소리를 들으며 믿기지 않아 혹 내가 잘못 들었겠지 하며 다시 물으니 역시 또 "묻었어"하는 목소리만 들린다. 친구의 목소리를 듣고 눈앞이 캄캄하고 맥이 빠져 친구에게 뭐라 위로의 말을 전해야 할지 몰라 한참이나 말을 잇지 못하고 멍해 있었다.
그런데 오히려 친구가 너무 걱정말란다. 산 사람이야 어떻게든 살게 되겠지 하며 친구가 나를 위로 하는 말이 더욱 가슴을 아프게 한다. 그러면서 친구는 "지금 이곳 (임진강변에 위치)은 마치 강 건너 북녘땅과 흡사해 낙농가(30여 곳) 이웃들이 서로 내왕도 하지 못하고 심지어 외지에 나가 사는 자식들도 들어오지 못한다"라며 "고립돼 민심은 말이 아니고 사람사는 것 같지 않다"고 말한다. 친구의 목소리가 지친듯 보였다.
그리고 달리는 차에서 눈을 감고 친구를 생각하니 왜 그렇게 하염없는 눈물이 흐르던지…. 사당에 도착하여 일행들과 저녁 식사를 하며 홧김에 몇 잔의 술을 마시고 귀가하여 업무 인계받아 새벽까지 근무하는데…. 왜 그렇게 친구 부부 모습이 눈에 밟히며 눈물이 나는지…. 우리 어머니 돌아가셨을 때도 이렇게 슬프지 않았는데…. 멀쩡한 생떼같은 150여 마리 젖소를 생매장시키고 시름에 잠겨있을 친구 부부를 생각하니 목이 메어 눈물이 앞을 가린다.
어서 하루 빨리 구제역이 끝나야 할 텐데…. 친구 나이도 어언 낼 모래면 고희를 바라보는데 이번 구제역으로 인한 큰 피해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이겨내고 다시 오뚝이처럼 재기할 수 있을지 걱정이 태산 같다. 통행 제한 조치라도 해제돼야 친구에게 달려가 위로할텐데….그날이 하루 속히 빨리 오기를 기도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