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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 산행의 꽃 "상고"를 아시나요? 계방산은 겨울 산행의 아름다움을 간직한 산으로 널리 알려졌다. 그런데 이날 우리들이 계방산 산해을 하는날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내 평생 최고의 아름다운 설경 상고대를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이날 필자가 계방산 산행길에 만난 그 아름다운 눈꽃 상고대와 어우러진 풍경을 동영상과 사진으로 편집하여 소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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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도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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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릴 때는 겨울철 제아무리 날씨가 추워도 3 - 4일 지나면 다시 며칠은 따스한 날씨가 이어져 어르신들께서 '삼한사온(三寒四溫)'이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씀이 어찌나 족집게처럼 착착 맞아떨어졌는지 신기하게 느낄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이 사계절 날씨도 어떻게 된 일인지 대중잡을 수 없을 정도로 예측 불허 날씨가 지속되는 일이 밥 먹듯 반복된다. 특히 올겨울 날씨는 옛부터 전해 내려온 "삼한사온" 기후를 마치 비웃기라도 하듯 벌써 며칠째 맹위를 떨치고 있다. 덩달아 하루가 멀게 많은 눈이 내리고 있다.
그런데 요즘 변한 것이 기후만이 아니다. 그 옛날 나 어렸을 때는 겨울철 농한기를 맞이하면 친구네 집을 서로 돌아가며 사랑방에 군불 때고 동네에 "배짱 맞는 친구들"끼리 어우러져 하루는 새끼꼬고 또 어느 날은 마을문고에서 책 빌려다 자기들이 무슨 글쟁이라도 할 것처럼 밤 깊은 줄도 모르고 책 읽는 "삼매경"에 빠져들곤 했었다.
그럴때면 이를 대견하게 생각하신 친구 어머님께서 깊은 겨울밤 고구마 찌고 땅속 깊이 묻어놓은 항아리에서 살 얼음이 살짝 얼은 동치미와 밤참을 차려주셨다. 그 고구마와 동치미는 누구하나 먹다 죽어도 모를 정도로 맛있었다. 그래서 나는 우리나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 중 겨울을 가장 좋아한다.
모두다 그때나 이때나 늘 친구와 어울리기 좋아하던 성격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어려서 버릇이 여든"까지 간다고 내년 후년이면 어언 고희를 바라보는데도 어쩌다 여가 시간이 있는 날은 편히 하루 정도 쉬어도 좋으련만 주위에 지인들과 어울려 산행을 떠난다. 이번에는 '칠갑산'이다.
그런데 산행일(2011.1.12) 아침 알아보니 올겨울 들어 우리나라 전국의 축산농민을 존폐위기로 몰아 가고 있는 "구제역"으로 충청권 지역 통행이 불가해 어쩔 수 없었다. 우리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강원도 평창의 (계방산 1,577m) 으로 산행지를 변경했다. 부평에서 오전 8시에 출발해 3시간여 달려 계방산 운두령에 도착하니 오전 11시다.
버스에서 내려 운두령에서 본 계방산 정상 방향은 세상이 온통 은 백색으로 하얗게 뒤 덮였다. 하늘은 코발트(청)색으로 새파랗게 물들어 굳이 산에 오르지 않아도 계방산의 설경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문제는 살을 에는 듯한 강풍이 귀가 따가울 정도로 세차게 쌩쌩 소리를 내며 몰아쳐 심지어 속살까지 파고들 정도의 추위였다.
이렇게 맹위를 떨치는 동장군 날씨에 '아니 산에서 금이 나오나? 돈이 나오나?' 내가 나를 생각해도 정말 이상한 사람들 같다. 그래도 그 어느 누구 한 사람도 춥다고 엄살을 떨거나 움츠러드는 사람도 없이 각자 알아서 착착 "스패치와 아이젠"을 착용하고 방한모에 안면 마스크까지 덮어쓰고 그야말로 겨울철 군인들 잠복근무 나가는 복장 처럼 완전무장을 하고 산행을 시작한다.
그런데 이곳 계방산은 산림청과 환경부가 '산림유전자원보호구역'으로 정하고 '생태관리센터'에 전담인력을 상주시키고 있었다. 계방산을 오르는 사람들은 일일이 입산 허가를 위한 인적사항을 기재해야한다. 그 추위에 20여 분이나 지체하며 기록을 하게되 관계자에게 대표자 외 몇 명 이렇게 적고 가면 안 되느냐 건의하니 그렇게는 절대 안 된단다. 꼼짝없이 줄을 서 기다려 기장을 하고 가파른 계단을 따라 오른다.
그러고 보니 이날 산행이 '칠갑산'에서 계방산으로 바뀐 것이 얼마나 잘된 일인지 그야말로 "누이 좋고 매부 좋고" 운수 대통 산행의 날을 맞이한 기분이다. 들머리 지나 계방산 오름길 좌우에는 하늘을 찌를 듯 빽빽한 수목에 추운 겨울 날씨에 수분이 얼어 멋진 "상고 대"가 생긴 데 덧얼어 어떤 것은 마치 북극 지방에 서식하는 순록의 뿔처럼 장관을 이룬다.
이날 산행에 참여하신 일행분들 대부분은 계방산 정상까지 오르지 않겠단다. 그냥 산이 좋아서 "친구따라 강남가듯"오신 분들이 다수로 적당히 어느 정도 산에 오르며 산 냄새만 맡고 하산 하산키로 하셨고 그중 몇 분들이 정상까지 오른다고 하셨다. 이분들도 계방산 정상 찍고 "이승복기념관" 방향으로 종주 산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정상에 올랐다 다시 올랐던 코스로 하산하는 널널 산행이다.
나는 서둘러 계방산 정상을 향하여 나 홀로 산행을 하는데 1,166봉 지나 안부를 지나니 마치 아름다운 상고 대 박물관에 온 듯 착각이 들었다. 그야말로 올 겨울들어 최고 멋지고 아름다운 장면이다. 그러면서 이따금 울창한 수목 사이로 보이는 하늘은 마치 누군가 청색 잉크를 뿌려놓은 듯 쪽빛 하늘이다.
계방산 산행 중 가장 힘이든 "깔닥고개" 언덕에 오르면 바로 조금 전까지 올랐던 울창한 숲길을 버리고 고산지대 특유의 짜리 몽땅 수목지대를 만난다. 내 작은 키에도 "망망대해"를 바라보듯 거침없는 조망이다. "1,492봉 전망대"에 올라 살을 에는 듯한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사방팔방 확 트인 풍경을 영상에 담으며 구름에 달 가듯 널널 산행으로 0.7km 계방산을 향한다.
계방산 오르니 어느 사이 내 배꼽시계가 허기를 알려 시간을 보니 오후 1시다. 그런데 정상에는 대구에서 오신 단 한 분의 이름 모를 산님이 있다. 인사를 나누고 번갈아 기념사진을 찍고 서둘러 올랐던 코스로 하산했다.
"1,492봉 전망대" 부근에서 그때서야 뒤늦게 올라오는 일행 몇 분을 만나 그분들이 계방산 정상에 다녀올 때까지 기다려 함께 하산 완료하고 나니 오후 3시다. 그런데 산에 올랐던 사람들은 모르지만 우리들이 빨리 하산 하기를 기다리신 분들은 얼마나 지루 하셨을까? 미안한 마음으로 차에 오르니 수고했다며 사방에서 박수 소리가 요란하다.
그리고 일행분들이 뜨끈뜨끈한 국밥 한 그릇을 말아 주시는데 그 따끈한 국밥 맛이 얼마나 꿀맛이던지….그동안 몇 차례 계방산에 왔었지만 정말 이날처럼 멋지고 아름다운 계방산 풍경은 처음인듯 좋았다. 무엇보다도 뜨끈한 국밥맛이 아주 좋았던 그래서 두고 두고 기억에 남을 멋진 추억의 낭만 산행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