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루는 1872년 건설된 상업항구로 북해도 개척의 가교 역할을 했으며, 1880년 삿포로까지 철도가 개통되어 급속히 발전하였으며, 러시아의 사할린, 연해주와의 교역도 성한 곳이다.
현재는 인구 13만 명 정도의 작은 도시지만, 겨울철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로 활기를 띤다. 개척 초기인 메이지 말기에 지어진 서양식 건축물들이 잘 보존돼 있어 뛰어난 자연환경과 함께 관광지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오타루에 도착한 일행들이 가장 먼저 간 곳은 운하를 중심으로 한 옛 건물들과 창고를 보는 일이었다. 항구도시에 상업도시로 출발한 오타루는 어민들이 해산물을 잡아서 들어오면 650M의 긴 운하를 중심으로 좌우로 펼쳐진 창고에 물고기를 저장하는 일부터 했다고 한다. 물론 러시아 등과의 수출입으로 많은 농공산품도 이곳 창고에 저장되었다.
현재도 상업, 어업도시이기는 하지만, 물류 보관상 창고의 쓸모가 거의 없어진 상황이라 창고를 개조하여 식당, 갤러리, 베이커리, 커피 숍, 선물 용품점 등으로 바꾸어 쓰고 있으며, 그 활용이 줄어든 운하도 일부는 복원하여 도로로 사용하고 있었다.
운하를 중심으로 역사적인 서양식 석조건물과 조각품들이 전개되어 있고, 63개의 가스등이 늘어져 있어 연인들이 즐겨 찾는 산책로가 되어 있었다. 우리들도 운하를 대충 둘러 본 다음, 점심 식사를 위해 건축한지 100년은 넘게 되어 보이는 옛 은행 건물을 개조한 층고가 높은 3층 식당으로 들어가 일식으로 요기를 했다.
식사를 마친 다음, 다시 운하가 있던 거리로 나와 창고를 개조하여 만든 식당과 빵집, 커피 숍을 둘러 본 다음, 1층에는 갤러리가 있고 2층에는 빵과 커피를 파는 건물로 들어가 정말 멋스럽게 개조된 창고 내부를 구경하면서 차와 빵을 먹고 나왔다.
요코하마나 하코다테 등지에서도 창고를 개조하여 다양한 활용을 하는 곳을 보았지만, 이곳 오타루의 모습은 더 장관이다. 운하를 중심으로 길게 조성되어 있던 창고를 대부분 개조하여 새로운 관광 명소에 상업지구로 만든 것도 좋았고, 관광객을 유인할 수 있도록 편한 동선(動線)을 조성한 것도 특이했다.
도시 전체를 마치 유럽의 어느 시골 마을과 일본의 소도시를 혼합하여 만든 것 같은 느낌이 들도록 꾸몄고, 곳곳에 지극히 일본적인 냄새가 나는 선술집, 아이스크림 가게, 카페테리아, 유리 공예점, 오르골(orgel, music box)전시장을 만들어 독특함을 더했다.
나는 이곳의 창고와 운하가 그대로 있고, 현재도 어업과 상업을 주로 하는 항구도시였다면 얼마나 볼품이 없었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일본 최북단의 이름없는 항구도시가 운하를 일부 메우고 주변의 창고를 개조하여 온갖 물품의 판매장으로 만든 작은 아이디어가 변화의 시작이었지만, 도시는 전혀 새로운 모습으로 바뀐 것이다.
어쩌면 우리의 지방도시의 미래도 이런 식으로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구 10여만 정도의 작은 지방 도시가 전혀 활기도 없고, 새로운 성장 동력도 없이 그저 쥐죽은 듯 조용하고 유지되고 있다면, 지역에 새로운 관광자원을 발견하여 만드는 것도 중요하고, 이제는 쓸모가 없어진 구 산업동력을 변화된 형태로 개조하는 것도 절실히 필요한 일임을 배운다.
단순히 지역민도 함께하지 못하는 관 주도하의 축제 중심의 지역개발구상과 행사에서 벗어나 조금이라도 지역민들에게 힘이 되고 경제에도 도움이 되는 새로운 성장 동력의 필요성을 운하를 메우고 창고를 개조한 오타루에서 배운다.
탄광촌에 와인숙성창고를 만들고, 인구가 급격하게 줄어든 구도심에 영화세트장을 만들고, 산속에 연극 촌을 조성하고, 시골마을에 수십 개의 갤러리를 유치하고, 계곡에 말 사육장과 공연장을 만들고, 허허벌판에 출판단지를 만들고, 도로 모퉁이에 공원과 대형할인매장을 만드는 등 다양한 고민과 새로운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이다.
정말 아무 것도 없어서 나비곤충축제를 구상하고, 고등어 한 마리 나오지 않는 산간에서 간고등어를 브랜드화 하고, 은어가 잡히지 않는 곳에서 은어축제를 열고, 한우가 별로 사육되지 않는 곳에서 한우 축제를 만들어 내는 지혜와 파격적인 용기가 필요한 것 같다.
우리들은 3000여 종의 오르골이 전시된 전시장을 둘러보고 나서, 10만 종류 이상의 유리 공예품이 전시되어 있는 유리공예거리를 여러 곳 살펴 본 다음, 1000엔 숍, 와인 가게 등을 주마간산으로 보고, 다시 1시간 넘게 버스를 타고 삿포로로 이동했다.
북해도 제일의 도시인 삿포로는 1869년에 조성된 계획도시로 시가지는 바둑판처럼 정연한 구획을 보이고 있다. 도시 건설 초기 도청이 하코다테에서 이전하여 와 행정중심지가 되었다.
1972년 동계올림픽대회 개최를 계기로 지하철, 지하상가, 지역난방이 완공되었으며, 세이칸(靑函)터널의 개통과 신치토세(新千歲)공항 개항 및 고속도로의 정비 등으로 교통의 요충지이기도 한 인구 190만 명 정도의 도시다.
주변의 농업과 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소비도시로 우유제품, 목재가공, 식품가공이 주요산업이다. 특히 치즈, 버터, 아이스크림, 맥주 생산이 많다.
우리들은 시가지의 구 도청을 중심으로 형성된 개척공로자의 동상, 기념비 및 텔레비전 탑 등이 있어 오오도리(大通)공원에 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당초 관청가와 주택가를 가르는 방화벽 차원에서 조성된 오오도리공원은 현재는 삿포로 주민들에게는 도심 속 공원으로 인가가 높은 곳이다.
이곳에는 1878년 설치한 대형 시계탑과 유서 깊은 건물 및 식물원 등이 있다. 2월이면 세계 3대 축제 중에 하나라고 알려진 눈 축제, 5월에 라일락 축제, 6월에 YOSAKOI 소란 축제, 여름에는 맥주 축제, 가을에는 오텀 페스트 등 항시 열리는 축제로 젊은이들이 많은 찾는 곳이다.
남북으로 약 100M, 동서로 약 1,5KM에 달하는 오오도리공원을 둘러보았다. 겨울 화이트 일루미네이션 축제가 열리는 중이라 루미나리에 (luminarie)가 3차원의 빛을 자랑하고 있었다. 10년 전 도쿄의 왕궁 주변에서 조성되었던 대규모는 아니었지만, 2~300M 정도는 행복에 젖어 걸을 수 있었다.
난 일행들의 사진을 대충 찍어 준 다음, 왕복으로 30분 정도 산책을 하고서 길가에 있는 비디오 숍, 100엔 숍, 할인점, 서점 등을 둘러보고서 저녁 식사를 위해 집결지인 삿포로 TV탑 앞으로 돌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