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는 정병국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의 땅 문제가 뜨거운 쟁점으로 떠올랐다. 정 후보자는 이날 야당 의원들의 집중 추궁에 고향 땅의 부동산 실명제 위반 사실을 인정했다.
최문순 민주당 의원은 "김영삼 대통령 비서관 시절과 국회의원 시절에 경기도 양평군 개군면 부리 77-1번지 지목이 논이었던 땅을 취득하면서 정 후보자와 부인은 농사를 짓는 것처럼 허위로 농업경영계획서를 작성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최 의원은 "지목이 논이라는 것은 농사를 짓지 않으면 소유할 수 없다는 뜻인데 (학원을 운영하고 있었던) 정 후보자 부인은 '자기 노동력'으로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며 "심지어 정 후보자 명의의 농업경영계획서에는 꼭 적어야 할 필수 항목들이 모두 비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정 후보자는 "그 땅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 농사를 짓던 땅으로 유산으로 증여받았다가 형제들간 명의가 이전되는 과정에서 법이 바뀌어 농업경영계획서를 제출한 것"이라며 "농사를 짓지 않는 사람이 농지를 취득하지 못하게 한 것은 농지를 투기 대상으로 삼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인데 저는 한 번도 땅을 투기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정 후보자의 해명은 부동산실명제법 위반 문제로 옮아갔다.
최문순 의원은 "실제로 땅을 증여받은 것이 1995년인데 정 후보자 명의로 이전한 것이 2004년"이라며 "이는 부동산을 취득한 후 3년 이내 등기이전을 하도록 한 부동산 실명제법 위반"이라고 따졌다.
최 의원은 이어 "부동산실명제법은 후보자가 대통령 비서관으로 있던 1995년 7월부터 실시됐다"며 "많은 사람들이 이 법 위반으로 형사 처벌을 받고 과징금을 부과받았다"고 덧붙였다.
정 후보자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바로 (명의 이전을) 하지 못한 것은 맞지만 부동산실명제법 위반이라고 보지는 못했다"며 "사업을 하던 형님의 땅 지분이 차압 당하는 등 사정이 있어 바로 명의 이전을 하지 못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지금까지 국회의원 선거를 세 번 치렀는데 그때마다 혹독한 평가를 받았고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땅에서 큰 범법행위를 했다면 지금 이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라고 결백을 호소했다.
한편 정 후보자는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역대 문화부 장관 중 가장 업무성과가 뛰어난 장관을 꼽아달라는 질문에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를 지목해 눈길을 끌었다. 박 원내대표는 인사청문회에서 정 후보자에 대한 칼날 검증을 예고하는 등 민주당의 인사청문회 원내 사령탑을 맡고 있다.
정 후보자는 "이 시점에서 상임위 활동을 하면서 함께 했던 역대 장관들을 평가하는 게 적절하지는 않다"는 전제 하에 "박지원 원내대표가 장관을 할 당시 문화부 예산이 전체 예산의 1%를 넘는 획기적인 변화가 있었다, 가장 인상이 깊었던 장관"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