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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들어 첫 산행을 덕유산의 설경을 보기 위해 계획하고 16일 무주리조트를 찾아갔다. 산이 좋아 산을 찾는 사람들, 자신이 걸어온 인생의 뒤안길을 한번쯤 돌아보며 반성도 하고 미래를 향한 꿈과 포부를 다짐도 하기 위해 사람들은 힘들지만 겨울산행을 마다하지 않는다. 산을 찾아 호연지기를 기르는 사람들은 칼바람과 매서운 한파도 아랑곳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올 들어 가장 추웠다는 지난 주일 덕유산 향적봉에는 많은 사람들이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눈이 내려 눈꽃을 피워 아름답기도 하지만 기온이 뚝 떨어지는 날이면 나뭇가지에 하얗게 상고대가 핀다. 또한 습도가 높으면 이른 아침 운해가 구름바다를 이루는데 향적봉 정상에서 층층이 쌓여 있는 운해를 바라보노라면 구름 위에 둥실 떠 있어 마치 신선이 된 것처럼 착각에 빠질 정도다. 3년전 이맘 때 경험한 기억이 난다.

 3년 전 덕유산에서 보았던 구름바다
3년 전 덕유산에서 보았던 구름바다 ⓒ 조정숙

운해와 일출을 담기 위해서는 이른 새벽 등반을 하거나 전날 무주리조트에서 곤돌라를 이용하여 설천봉에서 내려 향적봉까지 걸어 올라가야 한다. 30여 분을 등산하여 향적봉 대피소에서 하룻밤을 자고 찍어야 하는데, 대피소는 한정된 인원만이 숙박을 할 수 있기에 15일 전에 미리예약을 해야 한다. 주말에는 한 달 전쯤에 예약을 해야 한다. 숙박비는 1인 7천원이다.

기상대의 날씨 정보를 토대로 운해와 멋진 일출을 담을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인 날을 잡아 사람들이 많이 붐비는 주말을 피해 16일에 숙박하고 월요일 아침 일출을 담기 위해 보름 전 예약을 해 두었다. 미리 예약을 해 두었기 때문에 별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하고 무주리조트로 향한다.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운해 너무나 아름답다.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만난 운해 너무나 아름답다. ⓒ 조정숙

 사진가들에게 일명 국민포인트라고 불려지는 상제루
사진가들에게 일명 국민포인트라고 불려지는 상제루 ⓒ 조정숙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상제루에 걸려 있는 운해가 아름다워 한컷.
향적봉에서 내려오는 길에 상제루에 걸려 있는 운해가 아름다워 한컷. ⓒ 조정숙

16일 오후3시 향적봉 정상에는 발 디딜 틈조차 없이 많은 사람들이 매서운 날씨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북적인다. 향적봉 정상을 밟는 것도 잠시ㅡ 짐을 풀기 위해 대피소를 향해 내려간다. 대피소에는 주말을 피해 예약을 해 두었음에도 벌써 많은 사람들이 도착해 짐을 풀고 있었다. 대부분 다음날 사진을 찍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그런데 몇 번 대피소 신세를 지며 봐왔던 대피소를 운영하며 인명 구조 활동도 하고 있는 박봉진씨가 보이지 않고 생소한 사람이 안내를 한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안전사고를 당한 사람을 구조하러 가고 없었던 것이다.

추위에 꽁꽁 언 몸을 녹이고 있는데 박봉진씨가 사고를 당한 사람을 등에 업고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피소로 들어온다. 119를 부르고 기다리자 119구조대가 도착하여 환자를 이송해 갔다. 겨울 산행은 항상 위험이 따르기 때문에 만반의 준비를 하지 않고 산을 올랐다가는 큰 사고로 이어진다. 때문에 항상 조심해야 한다.

대피소에 짐을 두고 일몰을 담기 위해 중봉으로 향한다. 중봉으로 가는 길은 바람이 어찌나 매서운지 얼굴이 따갑다 못해 떨어져 나가는 것 같은 고통을 느낀다. 그야말로 칼바람이다. 날아갈 것 같아 잠시 지지대에 기대어 버티기도 여러 번이다. 겨우 몇 컷 찍고 대피소로 돌아왔다.

 중봉쪽에서 넘어와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중봉쪽에서 넘어와 향적봉으로 올라가는 사람들 ⓒ 조정숙

 중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구상나무 뒤로 해가 진다.
중봉으로 가는 길에 있는 구상나무 뒤로 해가 진다. ⓒ 조정숙

 향적봉대피소에 있는 기상 현황판
향적봉대피소에 있는 기상 현황판 ⓒ 조정숙

칼바람에 칼잠 정말 긴긴 밤이었다

향적봉 대피소를 이용해 보신 분은 느꼈을 테지만 주인장이 말이 없고 참 무뚝뚝하다. 표정도 언제나 일관성이 있다. 그렇지만 어딘지 모르게 인간미 넘치는 부분이 많은 사람이다. 대피소는 언제나 규율이 철저하다. 좁은 공간에서 여러 사람이 잠을 자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질서를 지켜야 한다.

칼잠을 자야 하는 환경에서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대피소 주인장의 말을 철저히 따라야 한다. 먼저 방 배정을 받아야 하고 5시가 되어야 담요를 받을 수 있다. 담요는 한 장당 1천원이다. 실내에서는 어떤 음식물도 섭취할 수 없고 조리를 할 수 있는 곳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좁기 때문에 상당히 열악하다. 9시가 되면 소등하고 잠을 청해야 한다. 인간은 환경의 동물이다 보니 잘 적응해 간다.

 설천봉에 있는 구상나무
설천봉에 있는 구상나무 ⓒ 조정숙

 향적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향적봉에서 바라본 덕유산 ⓒ 조정숙

대피소의 밤은 길고 긴 밤이다. 9시에 소등하기 때문에 평소 늦은 시간에 잠을 자야 했던 사람들은 고문이지만... 다행이 눈길 등반으로 인한 피로가 쉽게 잠을 청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칼잠을 자야 하는 불편한 잠자리에 1시간마다 눈이 떠지는 것은 어찌할 수 없어 긴 밤을 보내야 한다. 여기저기서 박자 맞춰 코고는 소리를 자장가로 들어야 하고 30여 명이 화장실을 한 번씩만 가더라도 문 근처에서 잠을 자는 나는 30번의 한기를 느껴야 하니 매번 뒤척이게 되고 잠을 잘 수가 없다.

방 안의 온도와 밖의 온도가 너무 심해 급기야는 문틈 사이에 얼음이 생겨 문이 닫히질 않아 문이 자꾸만 열린다. 처음에는 혹시 높은 산이라 눈이 내려 들짐승이 먹을 게 없어 이곳까지 내려왔나 의심까지 했다. 갑자기 오싹하기까지 했었다. 결국은 자다 일어나 얼음을 깨고 문을 닫고 자야 하는 지경까지 이르렀다.

 운해도 없고,상고대도 피지 않아 실망했지만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운해도 없고,상고대도 피지 않아 실망했지만 붉게 떠오르는 해를 보며 새해 소망을 빌어본다. ⓒ 조정숙

어쨌거나 아침 해는 밝아온다. 해 뜨기 전 일출을 담기 위해 장비를 챙기느라 부산하다. 대피소에서 잠을 잔 사람들은 대부분 사진을 찍기 위해 숙박을 한 사람들이기에 공통점이 있다. 사진가들이 원하는 길일이라는 기상대의 예보를 믿고 왔지만 심상치 않은 날씨에 다들 술렁인다. 추운 날씨와 습도는 적절한데 풍속이 너무 세기에 운해도 없고 상고대도 없을 거라며 상심을 하는 것이다.

칼바람에 칼잠도 참아왔는데... 아무튼 장비를 챙겨 일부는 중봉쪽으로 가고 나는 향적봉으로 올라간다. 정상, 실제 온도 영하 21도. 매서운 바람 때문에 체감온도는 영화 30도는 너끈히 되는 것 같다. 그런데 운해도 없고, 상고대도 없다. 얼마나 많은 것을 참았는데... 급 실망이다. 포기하고 대피소로 하산해 짐을 챙겨 다시 향적봉으로 올라 설천봉까지 가는데 드디어 하늘이 열리고 구름이 산허리를 휘어감아 아름다운 풍광을 보여준다.

내려오는 길에 추위와 싸우며 셔터를 누른다. 카메라와 렌즈가 얼었는지 뻑뻑해 움직이질 않는다. 이런 맹추위는 처음인 것 같다. 덕유산의 비경은 이렇게 힘겹게 볼 수 있어 사람들은 늘 목말라 하는 게 아닌가 싶다. 아주 만족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늦게나마 운해를 보여준 자연에 감사한다.


#향적봉#덕유산#운해#상제루#일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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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하나 되는 세상을 오늘도 나는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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