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이란 공무원들이 시민 고객에게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공무원들은 시민들이 낸 세금으로 월급을 받는다. 시장 논리대로라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무원들이 시민을 찾아가는 것이 정상일 것이다.
그런데 정작 민원인들은 자신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귀중한 시간을 들여 공무원을 찾아가야 했다. 여기에 모순을 느낀 경기도는 국내 최초로 전동차 한 칸을 민원실로 꾸며 작년 11월 29일부터 운행을 시작했다. 바로 경기도 '민원전철 365'이다.
수도권에는 여러 광역전철 노선이 있는데, 이들의 특징은 경기도와 서울을 잇는다는 것이다. 따라서 경기도 사람들이 서울에 다녀올 때 전철을 자주 이용한다. 더구나 직장인들이라면 서울로 출퇴근을 할 때 전철 안에서 장시간을 보내게 된다. 따라서 아예 경기도민들이 많이 이용하는 전철 안에 민원실을 꾸며 민원인들의 시간과 비용을 절약하자는 것이 이동 민원실을 만든 취지다.
'민원전철 365'는 수원의 경기도청에서 가까운 1호선 병점차량기지 소속이며 차량기지내 서동탄역에서 출발하여 1호선을 따라 수원, 안양, 구로, 서울역, 청량리를 거쳐 성북역까지 운행된다. 열차는 연중무휴로 하루에 편도 8회 운행되며 아침 일찍 출발하여 저녁 늦게 차량기지로 돌아온다. 총 주행시간은 하루에 15시간 정도다. 이동 민원실은 전철 한 칸을 개조하여 만들어졌으며, 크게 상담석과 편의시설로 구분된다.
일단 도민을 위한 편의시설로서는 밀폐공간인 수유실, 식수대, 이동도서관, 노트북 PC, 핸드폰 충전기, 전자책, 무선인터넷, 무인민원발급기, 경기도 특산물 판매대 등이 있다. 전철을 이용하는 승객은 이 시설을 모두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한편 민원인과 상담원이 마주보고 있는 좌석인 상담석은 복지상담, 일자리상담, 건강상담, 금융상담으로 구분되어 있다. 민원인들은 이곳에서 전문 상담원들의 다양한 도움말을 들을 수 있다.
이러한 민원전철은 민원의 접근성을 크게 개선시켰다. 아무리 도민이 상담을 받고 싶은 것이 있다 하더라도 일부러 관공서까지 찾아가는 것은 상당히 번거로운 일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렇게 이동을 하면서 쉽게 상담을 받을 수 있으니, 시간과 비용이 모두 절약된다. 특히 굳이 관공서까지 찾아갈 필요를 느끼지 못했던 것까지 상담의 영역에 들어오면서 민원서비스의 혜택 범위가 넓어진 것도 장점이다.
한편 이 같은 민원전철에 대한 오해 중 하나는, 혼잡한 출퇴근 시간에 운행되면 승객들이 불편하지 않겠는가 하는 점이다. 실제로 민원전철은 아침과 저녁 혼잡시간대에도 운행된다. 하지만 민원전철의 상담석이나 서비스 시설은 기존 좌석의 바닥 면적만큼만 차지한다. 즉 입석 승객 수는 기존과 차이가 없다. 또 7인석 하나와 노약자용 3인석 2개는 남겨둔 상태이며, 혼잡시간대에는 상담을 하지 않고 상담석을 개방하여 승객들이 상담석에 앉을 수 있게 배려하고 있다.
이 같은 민원전철은 민원인이 공무원을 찾아가는 게 아니라, 공무원이 민원인을 찾아간다는 점에서, 민원의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좋은 사례라고 볼 수 있겠다. 특히 저탄소 녹색성장의 총아인 철도와 민원실을 연계시킴으로써 양측의 상생도 기대된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열차의 정시성이다. 1호선 전철은 인천행과 병점행으로 행선지가 갈라지고, 일반열차와 KTX가 함께 달리는 등 국내에서도 혼잡하고 복잡하기로 손꼽히는 노선이다. 그러다보니 열차가 지연되는 경우가 있다.
시각표를 보고 민원전철을 기다리는데 열차가 오지를 않는 것이다. 한참 기다려 결국 탈 수는 있었지만, 열차를 기다리는 동안 긴장감은 상당했다. 이미 지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크게 들었었다. 결국 민원실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열차의 정시도착은 도민과의 약속인 만큼 정시성 개선에도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았다.
또 현재 민원전철 열차의 운행시각표를 알려면 경기도 홈페이지를 방문할 수밖에 없는데(파일 첨부), 실제 열차운행은 코레일(한국철도공사)에서 하는 만큼 코레일 홈페이지에서도 열차시각표를 알 수 있으면 편리할 것 같다. 현재는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모든 열차의 시각표가 제공되지만 정작 어느 열차가 민원전철인지는 알 수 없게 되어 있다.
시민들에게 관공서는 늘 머나먼 존재였다. 관공서에 가면 도움도 받을 수 있고, 조언도 들을 수 있는데, 막상 발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오히려 공무원들이 관공서를 박차고 나와 시민들이 자주 다니는 곳에 민원실을 마련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특히 전철 안에 민원실을 둔다는 아이디어가 좋았다. 민원인의 동선을 따라가며 민원인의 시간을 절약해주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민원전철 365가 지속적으로 활성화되어 시민에게 다가서는 공무원 조직의 좋은 모델이 되었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한우진은 교통평론가, 미래철도DB(frdb.railplus.kr) 운영자, 코레일 명예기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