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이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사업 컨소시엄 준비금 8억 원 중 3억 원 가량을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전용했다는 내용의 고발장이 지난 20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된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 검찰도 서울중앙지검 형사부에 사건을 배당하고 수사에 착수할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쪽은 "컨소시엄 준비금 8억 원은 사업계획서 작성 등에 대부분 들어갔다"며 "전용 의혹 주장은 회장 선거를 앞둔 흠집내기"라고 반박했다.
그런 가운데 방송통신위가 26일부터 중소기업전문 홈쇼핑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본격 착수해 눈길을 끈다.
"홈쇼핑사업 컨소시엄 준비금 8억 원 중 3억원 전용"
지난 20일 한 중소기업 인사가 서울중앙지검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그는 김기문 회장이 홈쇼핑사업 컨소시엄 준비자금 중 일부를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지난해 초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농협과 KT, 한국투자증권 등과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컨소시엄에 참여한 업체들이 각각 2억 원씩을 출자해 8억 원의 준비금(컨소시엄 운용자금)을 마련했다.
고발장을 제출한 인사는 "김기문 회장이 준비금 8억 원 중 사업수행을 위한 정상지출액을 제외한 약 3억 원 정도를 정·관계 로비자금과 중소기업중앙회 선거자금으로 썼다"고 주장했다. 사업계획서 작성 2억 원, 인건비 등 경상비용 3억 원 등을 제외한 3억 원이 어디론가 샜다는 것.
그는 고발장에서 "(홈쇼핑사업 관련) TF팀에서 컨소시엄 관련 운영자금 사용내역에 대한 회의 중 참여업체 직원의 해명 요청에 '정관계 로비에 사용한 자금이므로 지금은 밝힐 수 없고 추후 공개하겠다'고 밝혔다"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의 취재 결과, 홈쇼핑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한 업체는 지난해 중소기업중앙회에 8억 원의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공개하라고 수차례 요구했지만 중소기업중앙회측이 이를 거부한 것으로 확인됐다.
홈쇼핑사업 컨소시엄에 참여했던 업체의 한 인사는 "중소기업중앙회쪽에 8억 원의 사용내역 등을 요구하자 '공개할 수 없다'고 했다"며 "그래서 그 이유를 물으니까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쓴 것을 어떻게 공개할 수 있냐?'고 얘기했다"고 주장했다.
특히 홈쇼핑사업 컨소시엄 준비금으로 마련된 8억 원이 중소기업중앙회 고위간부의 개인계좌로 입금된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예상된다.
홈쇼핑사업 컨소시엄을 이끌고 있는 중소기업중앙회의 법인통장으로 준비금을 받은 뒤 참여업체들의 동의를 얻어 자금을 쓰는 것이 정상적인 절차다. 하지만 김기문 회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강남훈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조사본부장(상임이사)의 개인계좌에 8억 원이 입금된 것은 의혹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목이다.
중소기업중앙회쪽 "용역비, 인건비 등에 썼다... 전용 의혹은 음해"하지만 강남훈 본부장은 지난 25일 기자와 만나 "8억 원은 지난해 사업계획서 작성 용역비와 인건비 등에 대부분 썼다"며 "정관계 로비자금으로 전용했다는 주장은 음해"라고 반박했다.
강 본부장은 "1차 사업계획서를 작성한 뒤에도 그것을 수정하기 위해 일부 인력을 활용했다"며 "하지만 최종 사업계획서 작성이 계속 늦어지면서 용역비와 인건비 등이 늘어났다"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일부에서는 일부 자금을 정관계 로비에 사용했다고 하지만 우리가 그런 적은 전혀 없다"며 "정관계 로비 의혹은 (컨소시엄 참여업체) 실무자가 자기지분을 요구하다 거절당하니까 불만 차원에서 제기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강 본부장은 "8억 원의 지출은 컨소시엄 참여업체들과 사전에 협의한 뒤 이루어졌다"며 "검찰에 고발했다고 하니까 조사하면 다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 본부장은 구체적인 사용내역 공개 거부와 관련 "자료를 공개하면 그것을 중소기업중앙회 회장 선거에 악용할 것 같아서 보여주지 않았다"며 "증빙서류가 다 준비되어 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강 본부장은 '구체적인 사용내역을 확인하게 해 달라'는 기자의 요구에 "내부자료를 공개하기는 어렵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그는 "김기문 회장을 고발했으니까 검찰조사에서 사실대로 밝히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또한 강 본부장은 8억 원이 자신의 계좌에 입급된 사실과 관련 "제가 사실상 컨소시엄의 대표로서 역할을 했다"며 "게다가 법인을 만들기 전이어서 제 계좌를 빌려준 것"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간부는 "컨소시엄 운영자금을 개인계좌에 넣어두고 썼다는 것은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일부 문제점을 인정했다.
지난 18일 선거일 공고를 시작으로 제24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선거도 본격화되고 있다. 중앙회 선관위는 오는 2월 7일까지 후보자 추천과 등록을 진행하고, 2월 8일부터 28일까지 선거운동을 벌인 뒤 28일 24대 회장을 선출한다.
방송통신위,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사업자 선정에 본격 착수한편 방송통신위는 신청서 접수 일정(2월 16일) 확정 등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사업자를 선정하기 위한 작업에 전격 착수했다. 사업자 선정은 중소기업중앙회 회장선거가 끝나는 2월 말이나 3월 초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중소기업전용 홈쇼핑사업자 선정과 관련해 현재 중소기업중앙회 컨소시엄과 중소기업유통센터(중소기업진흥공단 출자회사) 컨소시엄이 경쟁중인데 전자가 더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