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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내문화공간인 극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하기 전까지, 과거에는 주로 야외에서 공연이 이루어졌다. 20세기 초 생기기 시작한 극장은 시간이 흐를수록 1차 목적인 예술작품 관람 외에도 만남과 교류의 공간, 교육이 이루어지는 공간, 서비스를 제공받는 공간 등으로 점차 그 기능이 확대됐다. 우리나라도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문예회관과 아트센터라는 공공극장이 곳곳에 들어서면서 공공예술과 지역민과의 접근성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부평에도 지난해 4월 아트센터가 문을 연 후, 인천과 서울 등지에 입소문이 나 부평의 대표적 문화예술 브랜드로 거듭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헌데, 보는 극장에서 체험하는 극장으로, 또한 문턱이 낮은 다양한 공연예술을 펼치고 있는 아트센터의 운영과 관리는 어떻게 이뤄지고 있을까? 그 중심에 있는 '하우스매니저(=극장 서비스 총괄 매니저)'의 역할을 통해 알아보고자 한다.

먼저 '상(上)편'에서 하우스매니저의 정의와 역할을 알아봤고, 이번 '하(下)편'에서는 부평아트센터 하우스매니저의 일상을 통해 실제 운영상황을 살펴보았다. <기자 주>

 부평아트센터 조경환 관장(맨 앞 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누리극장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며 새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아트센터>
부평아트센터 조경환 관장(맨 앞 오른쪽 두 번째)을 비롯한 임직원들이 해누리극장에 모여 ‘화이팅’을 외치며 새해 의지를 다지고 있다.<사진제공ㆍ부평아트센터> ⓒ 이정민

"원칙은 그렇다. 안 해드리는 게 아니라, 못 해드리는 것에 대해 항상 '죄송합니다'를 입에 달고 다닌다. 그리고 그 이유를 상세히 설명해드린다. 고객이 만족할 때까지 세부적으로 말이다. 만약 거기서 끝나면 고객은 더 이상 극장을 찾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입장이 아닌 고객 입장에서, 대안을 드릴 수가 있는지 혹은 다른 대체 서비스가 있는지 제안해드린다. 그러고 나서 마지막에 항상 '감사합니다'로 끝인사를 건넨다"

부평아트센터 정현욱 홍보마케팅팀 담당 대리가 하우스매니저의 일상에 대해 들려준 이야기다. 기자는 1월 18일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부평아트센터를 방문해 각 담당 매니저의 하루 동선을 쫓아가봤다.

하우스매니저, 최적의 고객서비스 접점을 찾아라

공연 서비스의 최대 접점에서 고객과 상생의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극장 곳곳을 돌며 하루를 보듬고 있는 하우스매니저(=극장서비스 총괄매니저)에 대해 정영진 홍보마케팅부 차장은 크게 세 가지를 강조했다. 시간·공간·장르에 따라 최적의 서비스 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정 차장이 언급한 하우스매니저의 일상을 먼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정리해보면, 공연을 기획하는 순간부터 그의 일은 시작된다. 전체 공연에 대한 일정표를 짜고, 스태프 회의를 거쳐 부대업무와 관련한 운영사항을 꼼꼼히 체크한다. 모든 준비점검이 끝나고 공연 당일 날, 1시간 30분 전부터 공연 전반에 걸쳐 회의를 또 다시 거친다. 이 회의에는 어셔(=usher, 진행요원)팀·하우스매니저 등이 참여해 고객이 극장에 발 딛는 순간부터 나갈 때까지 총괄적인 서비스 관리에 대해 공유한다.

이어 고객서비스와 직접적으로 맞닿아있는 핵심 상품(=공연장 서비스)과 시설이용·티켓확인·무대안전 등의 부가상품을 점검한다. 이때 중간 중간 진행요원들에게 안내부터 진행까지의 역할 포지셔닝(=최적화)을 해주고, 나머지 불편한 사항이 없도록 최종 확인한다.

"공연시간에 맞춰 고객이 극장에 들어가는 순간부터가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다. 이유는 이때부터 고객 클레임(=불만)이 가장 많이 발생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클래식 공연임에도 음식물 또는 꽃다발을 갖고 들어가려는 경우가 생긴다. 하지만 공연의 질과 나머지 관객의 공연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그렇게 할 수가 없다. 이럴 때 관객이 최대한 기분 나쁘지 않도록 잘 이해시켜드리고, 잠시 보관해두었다가 끝나고 나면 그때서야 돌려드린다. 이 과정 역시 처음과 끝은 항상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이다(웃음)"(정영진 차장)

고객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장소가 서비스 책임의 공간

 부평아트센터 모든 직원들은 하우스매니저임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고객감동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현욱 홍보마케팅부 대리, 강동섭 문화사업부 차장, 하정은 홍보마케팅부 대리, 정영진 홍보마케팅부 차장.
부평아트센터 모든 직원들은 하우스매니저임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고객감동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정현욱 홍보마케팅부 대리, 강동섭 문화사업부 차장, 하정은 홍보마케팅부 대리, 정영진 홍보마케팅부 차장. ⓒ 이정민

모든 공공시설물의 서비스가 그러하지만 100퍼센트(%) 고객만족을 시킬 수 없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고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단순히 극장에 와서 티켓비용만 지불한 것이 아니라 파생비용 즉, 주차료·식음료비용·교통비 등이 발생하기 때문에 결코 쉽게 간과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래서 홍보마케팅 총괄 업무를 맡고 있는 정 차장의 입장에서 100%는 아니더라도 99%까지는 만족시킬 수 있도록 진실한 마음으로 서비스의 질적 수준을 높이려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공연이 끝나고 나면 퇴장 안내를 하고, 유명배우 사인회나 특별 이벤트 등이 있을 때에는 끝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다. 그러고 나서 분실물을 챙기고, 좌석을 정리한다. 이어 공연 시작과 중간, 끝에 생겨났던 고객 클레임이나 특이사항·관객수·접점관리·공연평가·무대안전 등에 대해 간단한 보고서를 작성한 후 관장에게 최종 컨펌(=confirm, 확인) 후 마무리된다.

두 번째로 공간에 따른 하우스매니저의 일상을 엿보면, 극장 내 모든 시설이 고객의 눈높이가 투영되는 장소, 즉 '프론트 오브 하우스(=FOH, front of house)'의 주요 관리책임이 따른다. 프론트 오브 하우스란 영어 번역 그대로 '공연장 앞에 나와 있는 모든 공간들'이다. 공연장 객석·매표소·물품보관소·로비·안내데스크·쉼터 등을 통칭하는 것으로, 고객의 발걸음이 닿는 모든 장소가 매니저의 서비스공간이 되는 것이다.

정 차장은 이에 대해 "보통 극장의 서비스가 어디서부터인가에 대해 묻는다면 '관람할 때부터냐, 아니면 티켓팅(=티켓확인)할 때부터냐'로 나눌 수 있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극장에 발을 내딛는 순간부터, 아니 더 넓게 보면 고객이 인터넷으로 예매를 하는 순간부터 인 것이다. 이것이 바로 '비포 서비스(=before service, 사전고객대응)'다"라고 한 뒤 "직원은 고객과 접점을 찾기 위해 먼저 극장의 모든 운영시설과 혼연일체가 돼야한다는 의미다. 계단·화장실·로비·휴게실·놀이방·주차장 등 눈에 보이는 모든 공간이 극장 직원이 보듬어야할 무대인 것이다. 바로 고객의 편의를 위해서 말이다"라고 덧붙여 강조했다.

하우스매니저, 극장 전반의 주체성을 높이는 역할

극장은 공공예술의 혜택을 부여함과 동시에 수익 또한 창출해야하는 부담감을 안고 있다. 때문에 일부 극장에서는 주차요원이나 진행요원들을 아웃소싱(=외주)으로 위탁해 운영하기도 한다. 물론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겠지만, 이로 인해 극장 전체의 이미지나 서비스의 질이 떨어진다면 아니 한만 못한 것이다.

강동섭 문화사업부 차장은 이에 대해 "때로는 대관시 기획사 직원이 현장 운영을 할 경우도 있는데, 단순히 공연만 완성시키면 되는 입장이면 몰라도 극장 전체의 이미지와 대내외적 운영 성과를 생각한다면 '우물 안 개구리'식 경영에 불과한 것"이라며 "이런 외주직원이나 파트타임 직원들에게도 일단 친밀감 유대를 통해 소속감을 일깨워주고, 정기적인 서비스 교육을 실시해 극장 전반의 주체성을 높이는 역할이 바로 하우스매니저의 기본 권리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강 차장은 '장르마다 하우스매니저의 역할'에 대해 추가로 설명했다. 즉, 고객이라 함은 단순히 관객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극장을 이용하는 배우나 연주자, 뮤지션, 관계자 등 모든 사람을 통칭한다는 것이다.

"과일을 팔 때와 가구를 팔 때는 세일즈 방법이 다를 수밖에 없지 않나. 극장에서도 대중 콘서트·연극·무용·전문예술공연 등 모든 상품이 다 다르다. 콘서트는 그중에서도 비교적 수월하고, 클래식이나 연극·연주회 같은 경우는 엄격히 운영할 수밖에 없다. 즉, 관객·배우·무대의 3요소를 최대한 지켜주기 위해 거치는 최소한의 룰(=rule, 규칙)인 것이다. 관객들이 이 부분만 이해해주신다면 직원들 또한 더욱 배려 깊은 서비스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강동섭 차장)

아트센터 직원들 모두가 하우스매니저

 부평아트센터 직원들 모두가 하우스매니저라고 자처하며 ‘문화로 꽃피는 부평’을 위해 하루를 보듬어가고 있다.
부평아트센터 직원들 모두가 하우스매니저라고 자처하며 ‘문화로 꽃피는 부평’을 위해 하루를 보듬어가고 있다. ⓒ 이정민

정현욱 홍보마케팅 대리의 본래 업무는 언론매체 대응과 홍보자료 스크랩이다. 하지만 이외에도 정 대리는 대외 홍보마케팅을 책임지고, 국내외 공연장 소식을 확인하며, 때로는 대관업무와 기획공연까지 1인 5역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는 아트센터가 아직까지 운영비용면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일의 성과보다는 일부 외부적 잣대에 의해 브랜드이미지가 훼손되는 걸 두고 볼 수 없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 20명 안팎의 직원들 대부분은 모두가 하우스매니저이면서 모두가 관장임을 자처하고, 아트센터의 진정성과 비전을 교감하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하우스매니저의 인식조차 없었던 시절부터 (물론 지금도 보편화되진 않았지만) 안내원이라는 '하대(下待)'의 핀잔을 들어가며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몸으로 배우고 익힌 직원들은 지금도 부평아트센터의 보이지 않는 얼굴마담이 되어 세계적인 공공예술센터 허브(=중심)로서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부평신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부평아트센터#하우스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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