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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일보>는 29일자 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조선일보>는 29일자 신문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일방적 소통'을 비판하는 기사를 게재했다. ⓒ 조선일보 PDF

청와대는 28일 <대통령과의 대화, 2011 대한민국은!>이란 제목의 이명박 대통령 신년 대담을 새달 1일 청와대 본관 접견실에서 진행한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3사는 이날 대담을 오전 10시부터 90분 동안 생방송 한다고 한다. 늘 이런 식이다.

 

더욱 더 해괴한 사실은 프로그램 기획과 제작을 처음부터 끝까지 청와대가 주도한다는 것이다. 주관 방송사인 SBS 측은 "우리는 카메라와 중계차만 제공하고 전체 기획과 진행은 청와대에서 한다"며 "제작에 우리가 관여한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대담자로 선택된 정관용 한림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열흘 정도 전에 청와대에서 직접 섭외 요청이 왔다"고 밝혔다.

 

이명박 대통령, 올해 또 일방적인 TV 프로그램 출연

 

이 정부의 방송 장악이 방송사를 중계소와 장비 대여업자 정도로 전락시킨 꼴이다. 구구절절 따질 것도 없다. 오죽하면 <조선일보>도 29일 자 신문 사설과 기사로 문제를 지적했을까. 

 

<조선일보>는 "MB, 올해도 '하고 싶은 말'만 하고 끝내나"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이 대통령은 취임 후 한 번도 신년 기자회견을 가진 적이 없다"며 "이번에도 그 '전통'이 이어지는 셈이다"라고 꼬집었다. 그뿐만 아니라 "이 대통령은 취임 후 3년 동안 제대로 된 기자회견은 사실상 한 번도 한 적이 없다"고 지적했다.

 

취임 후 수십 차례 회견했지만 "대부분은 외국 정상과 회담 이후 가진 '결과 발표 회견'이었다"는 것이다. 그것도 "모두 특정 주제로 한정했고 거기서 벗어난 질문은 기회를 차단하거나 답변을 하지 않는 식이었다"고 한다.

 

또 <조선일보>는 사설 "대통령 취임 3년에 진짜 기자회견 몇 번 있었나"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보다 보니 별 희한한 국민 소통을 다 보겠다"면서 "잇단 인사 파동, 여권 내 개헌 혼선, 민간인 사찰 의혹처럼 국민은 궁금해하지만 청와대는 껄끄러워하는 문제들은 훑는 척하고 슬쩍 넘겨 버리거나 아예 피해 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예측했다.

 

그럴 것이다. 이 사설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도 재임 기간 해마다 신년 기자회견을 가졌고, 여기 이어서 'TV 국민과의 대화'까지 가진 경우가 몇 번 있다"며 "두 사람이 각각 임기 5년 동안 기자회견 이름으로 가진 행사가 150여 회다" 라고 모처럼 이전 대통령과 비교하며 바른말을 했다.

 

 <조선일보>는 29일 신문 사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질적인 기자회견을 거의 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조선일보>는 29일 신문 사설을 통해 이명박 대통령은 취임 이후 실질적인 기자회견을 거의 열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 조선일보 PDF

<조선일보>마저 "MB 취임 후 제대로 된 기자회견 한 번도 없어" 

 

방송의 주인은 국민이다. 이 정부가 방송을 장악했다고 하지만, 주인이 바뀐 것도 아니고 영원한 것도 아니다. 나랏일을 맡겨놨더니 방송을 장악해 주인행세를 하며 국민을 바보로 만들려고 한다. 이때 주인은 어떻게 해야 하나. 속수무책으로 그저 바라만 봐야 하나?

 

맹자는 기본적으로 봉건적 귀족통치를 옹호하면서도 통치자들에게 "인정을 베풀 것(施仁政)"을 요구했으며, 인정을 베풀지 않는 악한 통치자는 "바꿔야 한다(變置)"고 했다. 그래서 "백성이 귀하고, 사직은 다음이며, 임금은 가볍다(民爲貴, 社稷次之, 君爲輕)"라고 한 것이다.

 

사회계약설을 주장한 로크도, 군주가 계약을 위배하고 시민의 재산을 제멋대로 처분한다면 저항하고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시민이 주권자로서 부당한 정부에 저항하는 것은 권리이자 의무라는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바꿔야 한다. 어진 정치를 하지 않는 악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시민들의 재산인, 국민이 주인인 방송을 제멋대로 악용하는 부당한 정부이기 때문이다. 저항해야 한다.

 

어떻게 저항할 것인가? 얘기는 거창하게 했지만, 실천할 수 있는 작은 저항부터 실행에 옮길 것을 제안한다. 2월 1일 오전 10시, TV를 끄자. 청와대가 국민의 방송을 우롱하며 자작극을 펼치는 90분 동안 말이다.

 

국민의 재산, 국민의 방송을 지키는 것은 국민 자신이다. 권리이자 의무다. <조선일보>가 해주는 일이 아니다. <조선일보>는 국민이 저항하기 전에 단속하자는 뜻이니 우리가 해야 한다. 국민의 힘을 보여주어야 한다. 


#이명박#대통령과의 대화#생중계#기자회견#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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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언론정보학회 회장, 한일장신대 교수, 전북민언련 공동대표, 민언련 공동대표, 방송콘텐츠진흥재단 이사장 등 역임, 리영희기념사업회 운영위원. 리버럴아츠 미디어연구회 회장, MBC 저널리즘스쿨 강사, 한국미디어리터러시스쿨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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