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중공업 하청 노동자 작업 복장
중공업 하청 노동자 작업 복장 ⓒ 변창기

가족의 생계를 위해 현대중공업 사내하청에 들어가 일하게 되었습니다. 이 일 저 일 해보다 대기업 하청에 들어가 일하면 4대 보험도 있고 월급도 가족 생계를 이어갈 정도는 될거 같아서 내심 두렵기도 했지만 용기내어 들어가 일 해 보기로 했습니다. 그 하청업체는 중공업 정규직의 소개가 있어 가능했습니다.

업체에 서류를 냈더니 2011년 1월 13일 중공업 안전교육관 가서 교육 받으라 했습니다. 산업안전법에 의해 중공업 같은 위험 작업이 많은 작업장에 들어가 작업 할 땐 필히 안전교육을 받아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하루 동안 안전교육을 받고서 다음날 바로 출근을 시작 했습니다. 오전 8시 가서 오후 5시까지 안전교육 받고 나오니 임시 출입증을 업체에서 발급해 주었습니다.

팔뚝만 한 기계 잡고 쇠 모서리를 갈아내는데

내가 맡은 일은 팔뚝만 한 기계를 잡고 움직여 쇠 모서리를 갈아 내는 것이었습니다. 첫 날 출근하니 작업복과 용품을 주었습니다. 작업 전 7시 50분 경 모여 간단히 체조를 하고 조장님이 안전작업 하자며 "중대재해 추방하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이곳에 와서 일하려면 이곳의 규칙을 따라야 합니다. 7시 20분까지 출근해서 작업복 갈아입고 청소를 하고 50분 모여 체조 끝나면 일을 시작합니다. 일요일 한 번 정도 쉴 수 있고 매일 저녁 8시까지 잔업을 해야 합니다.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5시에 작업이 끝납니다."

업체 관리자의 말에 겁부터 났습니다. 숨막히는 나날이 이어질 것 같았습니다. 처음 왔으니 일요일은 쉬고 월요일부터 열심히 일하라고 했습니다. 월요일 아침 출근하여 7시 10분 경 현장에 도착했습니다. 30분 전에 하청 노동자가 다 도착하고 곧 현장 청소를 했습니다. 50분 쯤 모여 간단하게 체조를 하고 "중대재해 추방하자"는 구호를 외쳤습니다.

다른 사람들이 작업할 복장으로 갈아 입기 시작했습니다. 저도 따라 했습니다. 가죽으로 된 앞치마를 두르고 머리와 목을 가릴 천 모자를 둘렀습니다. 그 위에 방진 마스크를 쓰고 보안경을 꼈습니다. 귀마개를 하고 안전모자를 썼습니다. 안전화 위에 가죽으로 된 덮개를 씌웠습니다. 목장갑을 두 개 끼고 가죽장갑을 꼈습니다. 그렇게 현장에 투입되었습니다.

팔뚝만 한 진동장치로 쇠 모서리 갈아내는 방법을 배우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그 진동장치는 공기 압력으로 빠르게 돌아가는 기계장치였습니다. 가죽장갑까지 낀 상태에서 진동으로 기계를 돌리면 손이 빠르게 떨려 왔습니다. 온 몸이 떨리는 것 같았습니다. 그 기계 장치는 3kg이 넘을 것 같았습니다. 처음엔 무게가 조금 느껴졌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무겁게 느껴졌습니다.

그 기계 장치를 들고 하루 종일 쉼없이 쇠 갈아내는 작업을 시켰습니다. 얼마나 바쁘게 서둘러 일을 시키는지 100미터 달리기 하는 것 같았습니다. 30분 정도 넘기면 숨이 헐떡거려지고 많이 추운 날 밖에서 작업하는데도 온 몸은 땀으로 절었습니다. 그렇게 둔하도록 작업복과 안전작업 장치를 걸치고 작업을 하니 몸 움직임이 둔했습니다. 무거운 기계를 들고 쇠를 갈아 내는 것도 힘든데 쇠가 갈릴 정도로 초고속 회전에 의한 기계 장치의 진동도 많이 힘들었습니다.

온 몸이 진동으로 떨리지만 그 기계를 잡고 있는 손이 제일 많이 떨렸습니다. 며칠 작업하고나니 손이 퉁퉁 부어 올랐습니다.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팠습니다. 하루종일 서서 작업하니 다리도 아팠습니다. 아침에 눈뜨면 손이 부어 주먹이 쥐어지지 않았습니다. 업체 관리자는 한가지 작업만 시키는 게 아니었습니다. 설이 되기 전 저번 주엔 오후에 갑자기 작업장이 달라졌습니다.

정규직 일 중 위험한 일은 우리에게 떨어지고

"정규직은 우리 고객입니다. 우리는 고객이 부르면 가봐야 합니다. 오후엔 거기 가서 작업해 주세요. 책임자가 오면 따라 가세요."

시커먼 색안경을 낀 완장 찬 사람이 나타나 나를 데리고 갔습니다. 그는 날 작업장으로 데리고 가더니 작업 방법을 알려 주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작업에 들어 갔습니다. 그곳은 대형 자동 절단기로 작업하는 곳이었습니다. 큰 철판을 절단기로 둥글게 절단하는 작업이 끝나면 모서리를 샌딩 기계로 갈아 내는 일이었습니다.

"이거 우리가 원래 해 온 일인데 힘들어서 업체를 부른 겁니다."

한 정규직 노동자가 내게 작업을 지시 했습니다. 그는 3대의 기계를 돌아다니며 작업 할 물량이 나오면 하라고 했습니다. 처음엔 천천히 하라 했습니다. 그래서 느긋하게 작업 했습니다. 얼마 후 나타나더니 그렇게 천천히 하면 안 된다며 빨리 하라고 했습니다.

정규직은 대형 자동 절단기계로 다 자르고 나면 자석으로 붙여 이동시키는 작업을 했습니다. 자동 절단기 한 번 돌려 놓으면 한동안 그냥 지켜 보기만 했습니다. 그리고 절단 작업이 다 끝나면 내가 쇠 모서리를 다 갈아 낼 때까지 또다시 쉬었습니다. 본래는 기계 한사람당 담당자로 있는 사람들이 그 작업을 해야 하는데 그 일이 힘들다고 하청 노동자를 불러 들였고 내가 차출되어 가게 된 것이었습니다. 기계 한 대 끝나면 다른 기계 가서 다시 쇠 모서리를 갈아야 했습니다.

오후 5시 일 마치고 간식을 먹고 10분 후 다시 작업이 시작되었습니다. 기계 3대가 모두 절단 작업이 끝났고 나는 3대의 자동 절단기에서 작업이 끝난 크고 작은 둥근 모양의 쇠 모서리를 갈아 내기 시작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하는 작업은 힘들었습니다. 잠시 후 몸은 땀에 절었습니다. 화장실도 못 가고 오후 5시부터 오후 8시가 가까워 질 때까지 작업을 하고서야 다 끝이 났고 녹초가 되어 퇴근했습니다.

다음날 나는 출근을 못했습니다. 허리가 아프고 손이 붓고 팔목이 아파서 도무지 일어 날수가 없었습니다. 하루 출근 못 한다는 문자를 보내고 그날 쉬었습니다. 하루 종일 잠만 잤습니다. 너무 피곤하고 힘들었습니다. 그게 중공업 출근한 지 2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젊은 사람들, 며칠 일 하고는 그만 두기 일쑤

중공업 사내 하청에 들어가 사상이라는 것을 시작한 지 15일 넘었습니다. 내가 일하는 곳엔 6~7명이 작업하고 있었습니다. 그 중 한 젊은 사람이 말했습니다.

"얼마 전에 3명의 젊은 사람이 들어왔어요. 한사람은 출근 한 날 오전 10시까지 작업하고는 사라졌어요. 두 사람은 하루 작업하고는 그 다음날부터 안 보였어요. 여긴 중공업 작업장 중에 제일 힘들고 임금도 적은 곳이에요."

내가 하루 쉬고 나간 날 그 젊은 노동자가 정규직이 일하는 자리 파견 이틀 가더니 그 다음날부터 보이지 않았습니다.

정규직 일자리와 비정규직 일자리는 달랐습니다. 정규직은 대부분 기계로 작업해서 덜 힘들어 보였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힘든 작업장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쪼그리고 앉아 용접을 하고 절단을 했습니다. 그리고 나처럼 쇠를 갈아 냈습니다. 정규직은 쉬는 곳도 좋았습니다. 한 번 가서 의자에 앉아 보니 등과 허벅지가 따뜻했습니다. 전기 장판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비정규직은 앉을 만한 의자도 마땅치 않았습니다. 쉬는 시간 화장실 밖 담벼락에 기대어 앉아 10분 휴식하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돈은 8시부터 계산되는데 왜 7시 20분까지 출근해서 청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안되었습니다. 내가 중공업 15일 정도 일 해 보니 하청 노동자는 힘들게 버티고 있는 거 같았습니다. 아침 6시 일어나 밥 먹고 출근합니다. 그리고 저녁 8시에 일을 마치고 퇴근합니다. 집에 오면 저녁 8시 30분 정도 되고 씻고 밥먹고 나면 10시가 가까워 옵니다. 낮에 일을 서둘러 해서 몸이 피곤합니다. 바로 잠자리 들고 일어나면 다시 6시 입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토요일도, 일요일도 쉴 수 없습니다. 중공업은 토요일, 일요일은 오후 5시에 작업을 마쳤습니다. 그래도 피곤하긴 마찬가지입니다. 그만큼 노동강도가 강합니다. 4년 넘은 젊은 노동자가 있었습니다. 4년 넘었다는데도 아직도 손이 붓고 허리가 아프고 어깨가 아프답니다. 일이 바쁘다는 이유로 노동자를 너무 혹사시키는 거 같았습니다.

"2010년 초엔 대부분 하청 인원 정리해고 되었어요. 그러다 작년 10월 후 일이 많아지니 다시 인원 모집하기 시작했어요."

시급은 관리자 말 잘 듣기 나름?

다른 하청 노동자에게 물어 보니 그렇게 대답합니다. 오래 된 하청 노동자에게 이것저것 물어 보았습니다.

"토요일은 특근하면 12시간 나오구요. 일요일은 특근하면 20시간 나옵니다. 2009년 말까지는 토요일도 20시간 나왔는데 2010년 1월부터 근로기준법이 바뀌었다면서 토요일 8시간 주던 것을 안 줘요. 한 달에 20만 원 정도 손해보게 된 거죠. 아마 1년간은 3월 6월 9월 시급이 200원 정도 오를 겁니다. 그리고 관리자 말 잘 듣고 일 잘하면 수시로 가끔 시급이 올라요. 3년 후 중고등 학생 있으면 학자금 절반은 나와요. 5년 후부터 대학교 학자금 절반 나오구요. 그게 다예요."

현대중공업 노사는 작년 성과금 협상에서 451% 합의하고 지급하였습니다. 말이 없다가 뒤늦게야 현대중공업 노조 소식지에 사내 하청 노동자에게 200% 미만의 성과금을 지급한다고 발표되었습니다. 더 힘들게, 더 많이 일하는데도 차이가 너무 많이 났습니다. 정규직에게 물어보니 대부분 1,000만 원 넘게 받아 간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비정규직은 200만 원도 안됩니다. 정규직은 451% 성과를 냈고 비정규직은 200% 미만 성과를 냈을까요?

2월 1일 화요일 오후 5시 다되어 작업 마치고 설날 휴무에 들어 갔습니다. 이번엔 수,목,금이 설 연휴고 이어 토,일입니다. 예정 대로라면 6일인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해도 될 일일입니다. "대부분 업체는 바빠서 다 작업 하는데 우리만 안 할 수 없어요. 안 나와도 상관은 없어요. 하지만 불이익은 책임 못 져요" 라고 업체 관리자가 말하는데 출근 안 할 수 있을까요?

오늘(2일)은 설날입니다. 어제 오늘 쉬었는데도 손이 여전히 퉁퉁 부어 있습니다. 주먹이 잘 쥐어지지 않습니다. 아마도 진동 기계를 하루 종일 잡고 작업을 해서 그런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일 설 연휴 마지막으로 쉬고 토요일부터 다시 출근해야 합니다. 8시간 깎인 특근을 하러 출근해야 합니다. 출근하는 날이 기다려지는게 아니라 두렵습니다.


#현대중공업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7,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인간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노동해방 사회는 불가능한가? 청소노동자도 노동귀족으로 사는 사회는 불가능한가?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