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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대 광주시 실촌읍 열미리 곤지암천 옆 바위에 자리한 백인대
백인대광주시 실촌읍 열미리 곤지암천 옆 바위에 자리한 백인대 ⓒ 하주성

경기도 광주시 실촌읍 열미리 산 174번지는 곤지암천을 끼고 있는 곳이다. 98번 도로를 따라 곤지암에서 여주군 산북면 쪽으로 가다가 보면, 우측에 '백인대(百仞臺)'라는 작은 안내판이 보인다. 백인대가 무엇인지 궁금해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골목 안에는 축산물등급판정소가 있다. 그 앞을 지나면 곤지암천이 흐른다. 그곳에서 아래쪽으로 보니 건너편에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작은 정자가 하나 서 있다. 바로 백인대이다.

 

백인대를 바라보면서 밑으로 내려가니 소의 분뇨를 버린 듯 냄새가 코를 짜른다. 아직은 눈이 녹지를 않고 설 연휴에 며칠간 날이 푹하다 보니, 개울에 얼었던 얼음이 녹아 물이 흐른다. 건너갈 곳이 마땅치가 않다. 그렇다고 포기를 할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할 수 없이 돌을 집어 물에 던져 넣었다. 수십 개의 돌을 큰 돌 중간에 던져놓고, 그 돌을 밟고 기우뚱거리며 겨우 내를 건넜다.

 

백인대 우암 송시열이 제자인 구문찬과 경학을 강론하던 곳이라고 한다
백인대우암 송시열이 제자인 구문찬과 경학을 강론하던 곳이라고 한다 ⓒ 하주성

곤지암천 물이 흐르는곤지암천에 돌을 던져 놓고 건넜다
곤지암천물이 흐르는곤지암천에 돌을 던져 놓고 건넜다 ⓒ 하주성

 

송시열이 제자와 강학을 논하던 곳

 

물을 겨우 건너고 보니 이번에는 녹은 얼음으로 인해 발이 빠진다. 겨우 벗어나니 눈길이다. 그래도 저 앞에 보이는 백인대를 올라야겠다는 생각 하나로 눈에 미끄러지면서 겨우 벼랑 아래에 도착을 한다. 계단은 절벽에 돌을 쌓아 놓았는데, 눈과 낙엽이 가득 쌓여 있다. 눈을 헤치고 낙엽을 밀어내며 가파른 계단을 오른다. 계단은 경사가 급해 자칫 한발만 실수를 하면 저 밑 곤지암천으로 떨어질 것만 같다.

 

바위를 잡으며 겨우 오른 백인대. 백인대는 조선 후기의 문신이자 학자인 송시열이 충청도에서 상경할 때는 반드시 들렸던 곳이라고 한다. 송시열은 이곳에서 광주 출신의 제자인 구문찬과 더불어 경학을 강론하고 시를 지었다. 백인대는 곤지암천이 흐르는 절벽 위에 지었는데, 물이 많아지면 배를 타고 건너고, 물이 마를 때에는 걸어서 건넜다고 한다.

 

백인대 곤지암천 옆 바위 위에 자리한 백인대
백인대곤지암천 옆 바위 위에 자리한 백인대 ⓒ 하주성

백인대 1937년에 구문찬의 후손들이 이곳에 육각형의 정자를 지었다고 하나, 훼손이 되고 말았다.
백인대1937년에 구문찬의 후손들이 이곳에 육각형의 정자를 지었다고 하나, 훼손이 되고 말았다. ⓒ 하주성

아슬아슬한 계단을 올라 백인대 가까이 다가가 본다. 밑으로는 곤지암천이 휘감아 흐른다. 이곳에서 대학자인 송시열과 강론을 한 구문찬. 1937년에 구문찬의 후손들이 이곳에 육각형의 정자를 지었다고 하나, 훼손이 되고 말았다. 현재의 백인대는 시멘트로 지었으며, 1996년에 신축한 것이다. 백인대는 광주시 향토문화유산 기념물 제2호로 지정이 되어있다.

 

'이렇게 위험한 답사는 정말 × 같아요'

 

백인대를 돌아보고 내려오려는데 난감하다. 도저히 미끄럽기도 하고 가팔라서 내려갈 길이 막막하다. 할 수 없이 옆에 있는 나뭇가지를 잘라 쌓인 낙엽과 눈을 치운다. 그래도 서서 내려가기는 도저히 불가능할 듯하다. 할 수없이 엉덩이를 계단에 붙이고, 한발씩 자리를 잡으면서 엉금엉금 내려오는 수밖에.

 

곤지암천 백인대에서 내려다 본 곤지암천
곤지암천백인대에서 내려다 본 곤지암천 ⓒ 하주성

백인대 계단은 거의 수직으로 나있다. 눈과 낙엽이 쌓여 위험하다
백인대계단은 거의 수직으로 나있다. 눈과 낙엽이 쌓여 위험하다 ⓒ 하주성

 

그렇게 한참이나 고생을 한 끝에 밑으로 내려올 수 있었다. 동행을 한 일행은 건너편에서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절벽을 기어오르듯 올라간 것도 위험한데,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손에 땀이라도 날 정도였다는 것이다.

 

"누가 이렇게 답사를 하는지 알아주나요?"

"알아달라고 하는 것은 아니니까."

"정말 문화재 답사라는 것이 이렇게 × 같은 경우를 당하는 것인지 몰랐네요."

"이런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닌데 멀 그리 야단이래."

 

계단 눈과 낙엽을 치우면서 엉금엉금 기어 내려왔다
계단눈과 낙엽을 치우면서 엉금엉금 기어 내려왔다 ⓒ 하주성

백인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한 백인대
백인대깎아지른 절벽 위에 자리한 백인대 ⓒ 하주성

 

말은 그렇게 했지만, 속으로는 정말 이런 답사는 하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어떻게 하랴, 팔자가 그러려니 하고 웃고 말아야지. 문화재 답사라는 것이 그렇게 편안하리란 생각부터가 잘못된 것이다. 그래도 그렇지 이젠 '× 같은 답사'라는 소리까지 듣다니. 글쎄다. 앞으로는 편한 글을 쓸 수 있으려는지 모르겠다. 백인대의 기억은 아마 두고두고 남을 듯하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다음 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인대#광주시#곤지암천#송시열#구문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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