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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공약(公約)'이 '공약(空約)'

 

정치인의 공약. 그 공약은 반드시 지켜져야 하는 걸까요? 애당초 공약이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진정성과 타당성을 전제하지 않는데, 공약이기에 무조건 '이행하라'고 요구한다면, 그 주장이 설득력을 가질 수 있을까요?

 

물론, 영남권 신공항, 과학벨트 등 대통령의 공약을 둘러싼 지방자치단체간의 경쟁을 폄하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핵심은 국책사업 유치로 전국 지방자치단체가 갈등과 분열로 홍역을 앓고 있지만 이를 중재하고 조정해야 할 정부의 '무능'을, 대통령이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아무런 설명없이' 뒤집고 또 다른 지역갈등을 유도한데 대한 '불신과 무능'에 대한 분노라는 점입니다.  

 

정치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이라는 점은 이미 대다수 시민들도 동의하는 부분인데요. KBS 드라마 <프레지던트>에도 이 내용은 잘 표현되어 있습니다. 스포츠서울 권경률 기자가 이점을 잘 표현하고 있는데요.

 

새물결미래당의 대통령 후보 경선에 출마한 장일준(최수종). 재벌가의 사위인 그는 참신하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지만 실상은 정치로맨스 따위 어설픈 군살을 쏙 뺀 현실주의자다. 그에게 정치는 선과악의 게임이 아니다. 의지, 즉 권력의지가 정치의 본질이요. 그가 선거에 뛰어든 이유다. 그래서 독하고 집요하다.

 

장일준의 이런 면모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가 극중 대표공약으로 들고 나온 '무상의료'다. 그가 무상의료를 착안한 것은 '보편적 복지'에 대한 포부나 이상 때문이 아니었다. 당대표이자 실력자인 고상열(변희봉)을 제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노회한 정치인이 가슴에 묻은 어머니를 끄집어 내기 위해서였다. 이 장면은 정치권의 '공약(公約)'이 '공약(空約)'으로 바뀌는 속사정을 잘 말해준다.

 

애초에 만들때부터 진정성이 담기지 않으니 실현가능성도 없는 것 아닌가? 정치적 이해타산에 유권자의 취향을 적당히 버무린 게 공약이다. 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다. 이미 출권략이 서 있다. 야당과 기업의 반대를 이유로 내걸면 된다. /스포츠서울. <프레지던트> 스포츠와 정치판의 결정적 차이는?, 권경률 기자 2011.01.06

 

"정치적 이해타산에 유권자의 취향을 적당히 버무린 게 공약"이며 "버리는 일도 어렵지 않다"는 권 기자의 주장은 꽤나 설득력 있습니다.

 

2. 지역간 싸움만 부추기는 정부

 

집권 4년째를 맞이한 이명박 정부를 표현하는 다양한 용어들이 많을텐데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신공항,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그리고 LH공사 이전문제를 포함해 ▲ 세종시 논란 ▲ 남강댐 물 부산공급 논란 ▲ 대구시의 상수원 이전 ▲ 역사교과서 ▲ 4대강 사업 ▲ 쇠고기 수입 문제 등등 정부가 손만 대면 지역 간의 싸움, 대립, 계층 간의 갈등, 분열을 불러일으킨 현안들입니다.

 

대형국책사업을 포함한 주요 현안에 대한 갈등과 분열의 원인은 관점에 따라 다르겠지만, 가장 우선적인 것은 현 정부의 철학이 이 시대와 맞지 않다는 점이며, 두 번째는 모든 이슈를 정치적으로, 재선을 위한 도구로만 삼으려고 했던 다수 권력자들의 '잘못 중독된 정치행위'에 있다는 점입니다. 

 

대통령을 포함한 정치인들이 '정치행위'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데요. 단 그 전제는 '정성껏 국민의 삶을 치유하는'(드라마 시티홀 신미래(김선아)가 바라는 정치)것이 아닐까요?. 하지만, 현실의 우리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이와 관련 <국제신문> 송문석 편집부국장은 칼럼 1월 29일 <지역 싸움 붙이는 정부>를 통해 "이명박 정부는 '싸움을 붙이고 흥정을 깨는'것을 국정운영지표로 삼은 게 아닌가 의구심까지 든다. 멀쩡하게 진행되던 사업을 긁어 덧내는가 하면 해결하지도 못할 일을 벌여놓고 싸움이 커지면 나몰라라 도망가는 것이 특기이자 장기다"고 따끔하게 꼬집고 있습니다.

 

만졌다하면 황금으로 만드는 게 마이다스 손이라면 이 정부가 건드렸다고 하면 갈등이요 분열이요 대립의 불씨가 살아난다. 사회통합과 지역화합은 고사하고 소지역주의,이념간 계층간 갈등, 빈부격차 심화는 이 정부의 트레이드 마크가 됐다. 해방 이후 이승만에서부터 시작해 노무현 정부에 이르기까지 보수와 진보, 독재와 민주정부를 통틀어 이런 정부는 없었다. 참으로 이상하고 이해할 수 없는 정부다. /국제신문. <지역 싸움 붙이는 정부> 송문석 편집부국장 2011.01.29 /

 

3. 정성껏 시민의 삶을 치유하는 '언론?'

 

'손만 댔다 하면' 갈등을 유발하는 정부, '입만 열었다'하면 말 바꾸는 대통령. 그들로 인해 뒤통수 맞아 갈등과 분노, 스트레스가 높아지고, 그 결과 세금만 강요받는 '정 떨어지고 치떨리는 정치'에 혐오감을 느낀 시민들. 이들을 치유해야 하는 한 축은 언론 아닐까요?

 

속 터지고 답답한 현실이 일부 몇몇 개인의 감성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의 여론이며, 그 문제의 핵심은 '갈등 조절에 실패한 정부의 무능'이란 점을 부각시켜 시민들의 답답증을 해소해주고, 사회통합과 갈등을 조정하는 정부정책을 유도하고 평가하고 피드백 하는 등 여론의 선순환의 구조를 만들어주는 매개가 언론일텐데요 .

 

그런데요, 이 혼탁한 시기에 은근슬쩍 자기의 이익만 챙기려는 못난 언론이 있습니다. 2월 1일 방송3사가 공동중계 했던 <대통령과의 대화>에서 불거진 '과학벨트 원점 검토'논란으로 전국이 뜨겁습니다. '공약대로 이행하라, 충청권에 유치하라'는 이 지역 민심과 함께 '지역갈등 유발시키는 정부', '아무런 설득, 설명 없는 태연한 말뒤집기에 대해 분노였습니다. 이것이 이번 한번뿐만이 아니라 집권 4년 내내 끊임없이 반복되고 그때마다 시민은 분노했지만, 이 목소리에 귀기울이지 않은 '불통'정부에 대한 분노였는데요.

 

전국일간지, 방송, 그리고 대구경북권을 제외한 대다수 언론들은 이런 민심을 전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독 이 지역 신문만 독특합니다. <국민과의 대화> 다음날 2일 <매일신문>과 <영남일보>는 과학벨트에 대해 <과학벨트 유치, 희망 보이나?><"과학벨트 입지 원점서 재검토"> 등을 통해 "대구경북도 본격적인 유치전에 나설 수 있는 명분을 얻게 되었다"고 기술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들끓고 있는 '불통'정부에 대한 분노는 쏙 뺀 채 말입니다. 남들은 모두 문제의 본질을 건드리고 있는데, 이 지역 언론만 유독 그 곁가지의 떡고물에만 집착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자기 이익'에만 집착한 지독한 욕심이 그대로 표출되는 것입니다.

 

대구경북권 언론이 1년전부터 공을 들이고 있는 영남권신공항문제, 국토균형발전이라는 대의라면 다른 지역언론도 공동으로 보조를 맞출만한데, 외면당하는 이유. 그 이유는 과학벨트를 보는 이 지역언론의 시각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저널리즘이 본연의 의무에 충실하기 보다 '눈앞의 자기 이익'에만 매몰된 철저한 '이기주의'.

덧붙이는 글 | ※ <평화뉴스>2011년 2월 8일에 등록된 글입니다.
이 기사는 미디어오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지역갈등#과학벨트#매일신문#신년좌담회#불통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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