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시청률조사기관인 AGB닐슨미디어리서치의 조사결과를 보면, 3일 방영한 드라마 <싸인>은 14%, 경쟁 작인 MBC의 <마이 프린세스>는 11.3%를 기록하며 시청률 경쟁에서 앞서나갔다. 그리고 지난 9일 방송 역시 <싸인>은 19.2%, <마이 프린세스>는 15.2%, KBS의 <프레지던트>는 6.4%로 역시 시청률 경쟁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초반 <마이 프린세스>의 송승헌과 김태희에게 밀려서 기를 펴지 못했던 <싸인>이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점점 굳건히 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싸인>은 한국에서 비주류 장르에 해당하는 법의학자들의 이야기를 다룬 메디컬 수사극임에도 수목드라마 1위 자리를 굳혀가고 있는 것은 충분히 칭찬할 만하다. 한국에서도 <CSI>같은 시리즈물이 성공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무거운 법의학을 다룸에도, 동 시간대 방영되고 있는 멜로드라마 <마이 프린세스>의 초반 기세를 누르고 시청률 역전을 이루어냈다는 것은, 드라마가 기본적으로 탄탄한 구성을 갖추어가고 있단 증거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윤지훈 역의 박신양, 이명한 역의 전광렬, 정우진 역의 엄지원 등이다. 이들뿐만 아니라 최근 시청률 상승에 큰 기여를 하고 있는 고다경 역의 김아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그녀는 기존 영화나 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캐릭터를 만들어내면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동안의 부진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기회를 이번 드라마를 통해 그녀 스스로 만들었다는 것은 주목해서 지켜볼 부분이다.
<해신>에서 <미녀는 괴로워>까지...
김아중은 2004년 KBS드라마 <해신>에서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은 이후 영화 <광식이 동생 광태>(2005년), TV드라마 <이별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2005년)와 <별난 여자 별난 남자>(2005년)까지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당시 톱스타라고는 할 순 없지만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블루칩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물론 그녀가 연기력이 뛰어난 배우로서 인정받은 것은 아니다. 당시 나온 드라마에서 맡은 배역들이 그녀의 이미지와 잘 매치가 되면서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것이 사실이다.
이런 그녀가 완벽하게 톱스타의 위치로 올라설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영화 <미녀는 괴로워>를 통해서였다. 이 작품은 전국 661만 관객을 동원하면서 그녀가 더 이상 블루칩이 아닌 확실하게 한방을 터트릴 수 있는 배우임을 각인 시켜주었다. 당시만 해도 김아중이란 배우의 상품성을 쉽게 따라 잡을 수 없을 것이란 평가가 많았다. 그녀가 <미녀는 괴로워> 성공 이후 승승장구할 것이란 예상이 많았던 것이다.
하지만 <미녀는 괴로워> 이후 그녀는 더 이상 성장하지 못했다. 성장은 고사하고 오히려 연기자로서 점점 그녀의 존재가 잊혀져가는 일이 발생했다. 특히 그녀가 주연으로 출연하기로 했던 강풀의 만화 <29년>이 제작 무산되면서 공백 기간이 3년 이상으로 길어지게 된다. 2006년 <미녀는 괴로워> 성공 이후 2007년부터 2009년 상반기까지 거의 활동이 없는 배우가 된 것이다.
공백 기간이 너무 길어지면서 이제 그녀가 배우로서의 활동을 포기하지 않았는지 그런 생각까지 하게 되었다. 하지만 2009년 KBS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에 황정민과 동반 캐스팅 되면서 또 다시 시청자들과 함께 마주하게 된다. 하지만 지난 3년간의 공백은 그녀의 상품성을 크게 떨어트렸다. <그저 바라 보다가>는 황정민이란 연기 잘하는 톱 배우가 나옴에도 시청률 10%초반에 머무르는 부진을 보였다. 물론 그녀의 연기 역시 전혀 변화가 없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하지만 <싸인>에서 확실히 변신한 그녀, 김아중
<싸인>에 연기파배우 박신양과 전광렬, 여기에다 인지도 있는 여배우 엄지원까지 함께 출연함에도 초반 시청률이 <마이 프린세스>에 밀리면서 김아중이 가지고 있는 배우로서의 상품성은 더 이상 볼 것이 없단 이야기가 나왔다. 특히 연기 역시 초반에 확실한 변신을 시도한 김태희와 달리 특별히 나아진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기 때문에 더 가혹한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김아중은 <싸인>에서 회가 거듭될수록 점점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가기 시작했다. 정의감 넘치고 열정 가득한 신참 법의관 캐릭터 고다경을 완벽하게 만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그녀의 연기변신은 시청률 상승으로도 이어졌다. 기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인간적이고 털털한 캐릭터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그녀의 변신은 <싸인>의 시청률 상승뿐만 아니라 배우 김아중에 대해서도 새롭게 평가하는 계기가 되었다.
항상 그녀가 직면한 문제는 어떤 배역을 맡던 비슷해 보이는 경우가 많았단 것이다. 드라마 <해신>의 경우 대사가 너무 없었기 때문에 그녀의 발전 가능성을 가늠해볼 수 없었다면, 그녀가 처음으로 연기자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드라마 <별난 여자 별난 남자>, 그리고 <미녀는 괴로워>의 성공 이후 그녀가 다시 재기 작으로 선택한 드라마 <그저 바라 보다가>까지 이어진 연기에 큰 변화가 없이 밋밋했단 것이다. 특히 황정민의 연기와 큰 대조를 보인 <그저 바라 보다가>의 한지수 역할은 그녀가 연기자로서 벌써 한계점에 부딪친 것은 아닌지 그런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을 2011년 드라마 <싸인>을 통해 날려버렸다. 여전히 김아중은 발전할 수 있는 여배우이며, 연기에 대한 욕심이 있는 여배우란 것을 시청자들에게 확실히 알려주었기 때문이다. <싸인>에서 그녀가 보여준 털털하면서 열정이 넘치는, 그리고 인간적인 정이 가는 캐릭터도 김아중에게 잘 어울림을 보여준 것이다. 새침하고 우아한, 그리고 도시 이미지의 청순녀 같은 캐릭터가 아니어도 그녀가 다른 캐릭터를 만들어 낼 수 있음을 확인 시켜준 것이다.
이렇게 새로운 연기변신을 시도한 김아중이 과연 드라마 마무리까지 연기자로서 얼마나 더 발전 가능성을 더 보여줄 것인지 지켜보는 것과 또한 얼마나 더 시청률이 그녀의 연기변신과 함께 상승할 것인지 가늠해보는 것 역시 <싸인>을 보는 또 다른 즐거움이 될 것 같다.
김아중은 2011년 고다경이란 캐릭터를 통해 확실히 이전의 부진함과 한계점을 뛰어 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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