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인척 형님의 딸이 결혼식을 치렀습니다. 그래서 축의금을 챙겨 예식장에 갔지요. 어제의 신부는 제 아들과 초등학교 동창입니다. 더욱이 혼주(婚主)인 인척 형님은 평소 저처럼 술도 좋아하시는 수어지교(水魚之交)의 막역함을 자랑하는 분이십니다. 하여 어제의 결혼식은 마치 제 아들이 하는 이상으로 제게도 아주 각별한 즐거움으로 다가왔지요.
한데 사회를 보는 친구가 아주 재치가 있더군요. 다른 예식장에선 통상 신랑에게 만세를 부르라고 하지요? 근데 어제는 사회자가 되레 하객들을 모두 일으켜 세운 뒤 만세 삼창을 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예식장에선 사회자가 왕인데 어쩌겠습니까! 하라면 해야지요. 하여간 하객들이 모두 일어서서 '만세 삼창'을 하는 바람에 저는 어제가 마치 8.15 광복절인 줄 알았습니다. (^^)
사진을 두루 찍은 뒤 뷔페식 식당으로 올라갔습니다. 개인적으로 결혼식장에서 제공하는 식사는 예전처럼의 갈비탕을 선호합니다. 그러면 혼주도 경비를 줄일 수 있어 좋고 하객들 또한 번거롭게 줄을 서 기다리는 따위의 불편함도 사라져 일거양득일 터이니 말입니다. 하지만 예식장들의 '교묘한 사업논리'에 희생양이 된 오늘날의 신랑신부와 혼주, 그리고 하객들은 한 끼에 무려 2만 원 이상 3만 원 가까이나 되는 고가의 점심을, 그것도 제대로 맛보지 못 하는 비극의 세월을 살고 있다는 것이 또한 저의 개인적 어떤 '울분'입니다.
이같은 주장의 반증은 예식장 치고 망한 곳은 한 번도 본 일이 없다는 사실입니다. 또한 예식장의 그야말로 흥청망청 성업(盛業)을 계기로 더욱 화려하고 근사한 빌딩으로 리모델링하는 경우 또한 우리가 쉬 볼 수 있는 현실입니다. 여하튼 그건 그렇다 치고 이제부터 어제 느낀 예식장의 '살벌함', 그 본론을 밝히겠습니다. 축의금을 내면서 받은 밥 먹을 수 있는 '합법적 증표'인 티켓을 내고 가히 거대한 규모의 뷔페로 들어섰습니다.
하지만 하객이 너무 몰려 그만 제대로 원하는 음식을 두루 맛본다는 건 시작부터 불가능했습니다. 다음으로 하객이 먹다 남긴 음식과 음료, 그리고 술(소주와 맥주)따위는 무시로 이동하면서 이를 수거하는 그 예식장의 직원(내지는 알바 학생들)들에 의하여 모조리 이동 도구에 함께 달린 수레 밑의 쓰레기통으로 직행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어? 아직 덜 먹었는데!" 라는 하객들의 원성과 원망은 그러나 모조리 치지도외되는 지엽적으로 간주되더군요.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자고 도입한 것이 바로 뷔페식 식단과 식당입니다. 하지만 현실에선 도리어 이를 양산(量産)하는 것이 오늘날 예식장의 식당이란 현실과 이러한 사실의 발견에서 어제의 예식장 밥맛은 적이 맛있지 않았습니다!
또한 식당의 그 어떤 모서리에도 흡연자를 위한 공간의 배려 역시 전무하다군요. 밥을 먹는 공간이야 하는 수 없더라도 일정 공간, 혹은 외부로 나가는 쪽에는 흡연구역이 있는 경우가 많거늘 그러나 어제의 예식장은 건물 전체가 철저한 금연빌딩이었다는 얘깁니다.
그건 그렇더라도 끝으로 후식 개념의 무료 커피 얘길마저 하고자 합니다. 식당 안에 설치하면 어디가 덧날까 싶었든지 아무튼 식당을 나가야만 비로소 있는 게 바로 커피 자판기였습니다. 근데 아주 작은 크기의 소형 자판기였는지라(그것도 달랑 한 대만) 이를 마시려는 하객들의 줄이 또한 장사진을 이루고 있더군요. 그뿐만 아니라 물이 소진되어 그나마 커피는 나오지도 않았습니다.
하객들의 원성과 지청구가 쏟아졌습니다.
"예식장은 번드르하게 잘 지었건만 정작 하객들에 대한 서비스는 형편 없구만!"
"이 예식장 사장의 경영마인드가 아주 불량해!"
"맞아! 돈 버는 데만 환장한 전형적인 장사꾼이네."
자신에게 고마운 돈을 벌게 해 주는 감사한 하객들을 위한 배려의 공간 확보와 제공은 모든 예식장 사장들의 기본적 경영마인드이자 아울러 보편타당한 경영방침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