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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강 6공구(청남지구) 부여보 건설 현장. 매일 877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 100여 명만 투입되고 있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강 6공구(청남지구) 부여보 건설 현장. 매일 877명의 인력이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 100여 명만 투입되고 있다. ⓒ 선대식

지난 9일 낮 충남 부여군 부여읍 금강 6공구(청남지구) 현장. 이곳을 처음 방문한 기자는 깜짝 놀랐다. 금강의 흐름을 가로막고서 거대한 위용을 드러낸 부여보나, 옛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흉측한 모습의 금강 때문만은 아니었다.

부여보 건설과 충남 부여군 부여읍에서 공주시 이인면까지 약 17㎞의 금강 준설작업을 아우르는 이곳 금강 6공구에서 일하는 인부들이 많지 않았던 탓이다. 현재와 사업 속도가 비슷했던 지난해 1~6월 작업일보(매일 작업현황을 기록한 일지)를 살펴보니, 매일 평균 106명이 일했다. 이곳의 사업비가 2413억(부가세 제외) 원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턱없이 적은 숫자다.

금강 6공구의 사업비 세부내역이 담긴 도급내역서(정부와 원청건설사가 맺은 계약서)를 살펴보니, 더 깜짝 놀랐다. 이 사업의 노무비(인건비)는 500억 원 수준. 이는 2년의 사업기간 동안 연봉 2850만 원(금강 1공구 건설노동자 평균 연봉)을 받는 인부 877명을 고용할 수 있는 돈이다.

결국 877명이 일하는 것으로 계약돼 있는 금강 6공구에서 실제로는 계약 내용의 12%인 106명만 일하고 있는 셈이다. 덤프트럭 등 중장비 사용료(운전기사가 받는 임금)에서도 상황은 비슷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이곳에서만 발생하는 게 아니라는 데 있다.

국토해양부 소관의 전국 4대강 사업 현장(168개 사업장)에서 매일 2만9000여 명의 인력과 1만3000여 대의 장비가 투입돼야 하지만, 실제로는 9000여 명의 인력과 5000여 대의 장비만 투입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과 건설노조가 전국 4대강 사업장의 도급내역서와 작업일보를 분석한 결과다.

그렇다면, 실제 투입된 인력·장비를 제외한 나머지 2만여 명의 인력과 8천여 대의 장비는 어디로 사라진 것일까?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2조 원에 이른다.

신호수 없는 공사장, 일 더하고도 돈 덜 받는 운전사

 8일 오후 충남 공주시 4대강 사업현장에서 덤프트럭,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금강 준설 작업을 하고 있다.
8일 오후 충남 공주시 4대강 사업현장에서 덤프트럭, 포클레인 등 중장비가 금강 준설 작업을 하고 있다. ⓒ 선대식

8일 오후 차량을 이용해 금강 6공구를 둘러보는 도중 여러 차례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금강 유역에서 흙을 실은 덤프트럭이 갑작스럽게 일반 도로에 진입하면서 기자가 타고 있던 차량과 충돌할 뻔한 것이다.

하지만 운전대를 잡은 김일환 건설노조 충남건설기계지부 조직부장은 무덤덤한 표정이었다. 그는 "충돌 사고 예방을 위해 공사현장 진출입로마다 (중장비의 안전한 운행을 유도하는) 신호수가 있어야 하지만, 없는 곳이 많다"고 말했다. 실제, 신호수가 안 보이는 진출입로가 적지 않았다.

김일환 조직부장은 "그나마 오늘은 덤프트럭 운행이 많지 않아, 덜 위험하다"며 "하루 8시간 근무제를 정착시키기 위해 노조 소속 차량들이 파업 개념으로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그 이유를 물으니 "하도급 업체들이 노동자로 하여금 계약한 시간보다 더 일하게 하고 돈은 덜 주기 때문"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이날 오후 늦게 방문한 충남건설기계지부 공주지회 사무실에는 덤프트럭 운전기사들이 모여 있었다. 최연호(가명·63)씨는 "오전 7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시간의 근무시간 동안 덤프트럭을 운전하면서 쉴 수가 없다, 노동 중에서도 '상노동'"이라면서 "군대에서도 50분 일하면 10분은 쉬지 않느냐"고 말했다.

그는 또한 "(사업 세부 내역이 담긴) 시방서에는 8시간 동안 일하면 58만 원을 받게 돼 있지만, 실제 받는 돈은 38만 원"이라며 "하도급 업체도 돈이 없다고 하는데, 원청 건설사인 재벌계 건설회사인 A 건설이 중간에서 손도 안 대고 이익을 가로채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최씨의 주장은 "하도급 비율(원청 건설사가 따낸 공사비 대비 하도급업체의 실제 공사금액 비율)을 88%로 지키고 있다, A 건설이 부당하게 많은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는 금강 6공구 감리단 관계자의 말과 상충됐다.

이에 대해 우두용 충남건설기계지부 공주지회장은 "사석에서 만난 A 건설 관계자들은 법망을 피해 하도급 비율을 50% 수준으로 했다고 말했다"며 "공사를 따낸 금액의 50% 수준에서 하도급업체에 공사를 맡기고, 나머지는 A 건설 주머니 속으로 들어간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특히, 금강 6공구는 턴키 입찰(설계·시공 일괄 발주)로 A 건설이 시공사로 선정되면서 공사비가 크게 부풀려진 곳이다. 턴키 입찰은 주관적인 설계 점수가 반영되면서 비싼 금액을 써낸 업체가 시공사로 선정되는 부작용이 있다. A 건설의 낙찰률은 약 95%로, 최저가 낙찰제(낙찰률 60%대) 사업장에 비해 30%포인트 이상 비싼 금액으로 발주됐다.

사라진 2만 명의 인력과 8천 대의 장비... "원청 건설사가 가로챈 것"

 작업일보(공사일보)에는 매일 투입된 인원과 장비 등의 숫자가 기재돼있다.
작업일보(공사일보)에는 매일 투입된 인원과 장비 등의 숫자가 기재돼있다. ⓒ 공사일보

인력을 덜 투입하고 인건비를 줄여 건설사의 이익을 극대화하는 것은 비단 금강 6공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경실련과 건설노조의 작업일보 도급내역서 비교 분석에 따르면, 4대강 사업 전체적으로 계약 내용에 비해 매일 2만여 명의 인력과 8000여 대의 장비가 적게 투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도급내역서(45개 사업장)를 살펴보면, 노무비(인건비)는 전체 사업비의 21%를 차지한다. 국토해양부가 담당하는 168개 사업장(사업비 7조8251억 원)의 노무비는 1조6433억 원으로 추정된다. 이는 2년의 사업기간 동안 2850만 원의 연봉을 받는 인부 2만8830명을 고용할 수 있는 금액이다.

하지만 작업일보(80개 사업장)를 통해 실제 매일 투입된 인력을 따져보면, 계약 내용과 비교해 턱없이 적다. 국토부 소관 4대강 사업 중 사업비의 70%를 차지하는 80개 사업장에서는 매일 6216명이 투입됐다. 4대강 전체 사업장에서는 8880명이 투입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도급내역서와 비교해 31%의 인력만 투입되고, 나머지 2만여 명분의 인건비가 사라진 것이다.

인력뿐만 아니라 장비 역시 같은 문제에 직면해있다. 4대강 사업 168개 사업장의 기계경비(중장비 임대료) 금액은 1조4868억 원으로 추정된다. 1년 임대료가 5730만 원인 것을 감안하면, 매일 1만2974대가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작업일보 분석 결과, 계약의 42%인 5381대만 투입되는 것으로 계산됐다. 결국 사라진 8000여 대분의 장비 임대료 8623억 원이 누락된 것이다.

김성달 경실련 부동산·국책사업팀장은 "국토부가 담당하는 전국 4대강 사업장 168개 공구에서 원청 건설사가 2조 원의 건설노동자 인건비와 중장비 임대료를 가로채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특히, 턴키 입찰이 이뤄진 사업장에서는 누락된 금액이 더욱 컸다, 턴키 입찰로 인해 엄청난 국민 세금이 낭비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강찬구 건설노조 조직부장은 "건설사들은 싼 비용으로 하도급 업체에 공사를 맡기다보니, 노동자들은 일을 더하면서 돈을 적게 받는다"며 "고질적인 불법 하도급 관행이 사라지지 않으면, 원청 건설사만 떼돈을 벌게 되고, 노동자가 착취당하는 현실은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고정미


#4대강 사업#세금 낭비#경실련#건설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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