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참여당이 자기 당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소리(小利)에 갇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민주당과의 차별화가 무슨 역사적 의미가 있습니까. 지금은 작은 차이를 벌리는 것보다는 동질성을 강화하고 힘을 모을 때가 아닌가요?"
김영춘(50) 민주당 최고위원의 말이다. 김 최고위원은 지난 13일자 <중앙선데이>에 보도된 유시민 참여정책연구원장 인터뷰를 비판했다. 국민참여당 대표경선에 단독 출마한 유 원장이 민주당의 '3무1반'(무상급식·무상의료·무상보육+반값등록금) 정책을 이명박 대통령의 747공약에 비유하며 '선거용 공약'이라고 호되게 비판한 것을 문제 삼았다.
김 최고위원은 14일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보편적 복지를 민주당 당론으로 채택하고, 보다 진보적인 방향으로 정책생산을 하려고 노력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평가받을 일 아니냐"며 "자꾸 차이를 벌려 야권의 분열을 키우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진보정당들은 국민참여당을 진보정당으로 규정해 주지도 않는데 자꾸만 민주당과의 작은 차이를 강조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며 "통 크게 보고 대의에 복무하는 자세로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연대를 고민하는 편이 좋지 않겠냐"고 조언했다.
무엇보다 김 최고위원은 "내가 아는 유시민 원장은 소아에 집착하는 사람은 아니다"면서 "이런 식으로 국민참여당의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면 결국 소리(小利)에 집착하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일침을 놓았다.
이변이 없는 한 3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직을 맡게 될 유시민 원장의 최근 '인터뷰 정치'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지난달 25일 <한겨레>와 인터뷰하고 "참여당까지 포함하는 진보통합을 하자"고 진보 측에 제안했고, <중앙일보>에선 "민주당 무상시리즈는 '747공약' 같은 구호일 뿐"이라고 맹비난했다.
진보통합에 끼워 달라 손을 내밀었지만 민주노동당과 진보신당의 반응은 썰렁하고, 민주당은 유시민 원장의 발언이야말로 재·보궐선거를 겨냥한 선거용이라고 융단폭격을 퍼부었다. 결과적으로 욕 얻어먹고 냉담한 반응만 얻은 셈. 득보다 실이 많아 보이는 이 길을 그는 왜 선택한 것일까.
돌파구 전략인가, '바기닝 파워' 늘리기 전술인가
시사평론가 김종배씨는 4·27 재보선 김해을 선거 전략으로 분석했다. 부산경남은 '친노'에게 매우 중요한 지역인데다 '단 1석'이 절박한 국민참여당에 이번 재보궐선거는 당의 운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선거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돌파구 전략'으로 해석했다. 현 단계에서 가장 궁지에 몰린 사람은 유시민 원장이라는 게다. 거의 사면초가 상태나 다름없다는 말로도 들렸다. 진보신당이야 민주노동당과 통합논의가 본격화됐고 활동가 조직을 기반으로 한 당 조직이 있기 때문에 그나마 버틸 힘이 있지만 국민참여당은 대개 촛불 이후 결합한 당원들이 많고 '유쾌한 백만민란' 회원들과 겹치기 때문에 당내 위기감이 고조될 수밖에 없다는 게다.
특히나 현역 의원이 단 한 명도 없는 상태에서 2012년 총선까지 '독자노선'을 고집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이대로라면 대선은 더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사실 이번 4·27 재보선에서 김해을 지역구를 보장받지 못한다면 국민참여당은 실제로 난관에 부닥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국민참여당의 바기닝 파워를 늘리기 위한 전술'이라고 압축했다. 그는 "진보에 기웃거리면서 민주당 조지기에 나선 것은 결국 정치적 지분을 얻기 위한 전술 아니겠냐"며 "진보진영을 등에 업고 민주당과의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전술로 보인다"고 진단했다.
단기적으로는 김해을 국회의원 선거에서 의석을 만들어 대국민 창구를 뚫는 게 시급해 보인다는 게다. 그래야 국민참여당의 기반도 마련되고 그다음 수순도 생각해볼 수 있는 모멘텀이 생긴다고 봤다. 그것도 안 된다면 유시민 원장은 2012년 대선의 꿈을 꿀 수 없게 된다는 게다. 그는 이번 4·27 재보선에서 국민참여당이 단 1석도 차지하지 못한다면 당의 존재감마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실제 국민참여당은 김해을 국회의원선거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올인 전략'으로도 보인다. 이 같은 상황을 김영대 국민참여당 최고위원은 이렇게 표현했다.
"국민에게 의사전달 루트가 없다는 것은 정당에 참으로 갑갑한 일이다. 단 1석이라도 만들어내는 것이 국민참여당의 절체절명의 과제라고 써도 문제 삼지 않겠다."
실제 국민참여당은 공식 선거 두 달 전부터 이봉수 전 청와대 농업특보를 예비후보로 등록하고 선거대책본부를 꾸려 활동 중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일인 3월 12일에는 경남 김해에서 전당대회를 열고 당대표로 유시민 원장을 선출할 계획이다.
또한 민주당에는 7·28 재보궐선거에 후보를 내지 않은 정당을 우선 배려한다는 약속을 지키라고 압박하고 있다.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 출마에 곱지 않은 시선도 보내고 있다.
국민참여당과 민주당에 '김해을' 선거가 갖는 의미
반대로 민주당 내부에서는 국민참여당 이봉수 후보의 본선경쟁력 등을 검토하면서 김경수 봉하재단 사무국장의 출마를 적극 검토했다. 전국정당을 꿈꾸는 민주당에는 여전히 영남지역은 매우 중요한 곳이고, 전직 대통령의 고향마을이 있는 지역에서 '반MB 한나라당 심판' 또한 여전히 중요한 정치적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친노 원로들에게 "도와달라"고 공개요청을 하기도 했고, 민주당 친노 486들은 14일 봉하마을에서 전격 회동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 사저에서 열린 이 모임에는 민주당 백원우 의원과 유기홍 김태년 전 의원 등 친노 소장파 20여 명이 참석했고, 김경수 국장의 출마를 독려하며 야권단일화 방안을 논의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노 전 대통령 부인 권양숙씨도 함께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양숙씨는 이 자리에서 "손가락처럼 단결해 한나라당을 이겨 달라"고 주문했다. 권씨는 "노 대통령을 지지했던 분들이 하나로 단결해 한나라당을 이길 수 있도록 해달라"며 4·27 재보궐선거에서 김해을 지역의 승리를 당부했다고 한다.
이뿐 아니라 이해찬·한명숙 전 총리 등이 주도하는 친노 모임인 '시민주권'도 오는 17일 오후 2시 여의도관광호텔에서 운영위원회를 열고 김해 재보선을 둘러싼 논의를 벌일 계획이다.
김형주 시민주권 사무총장은 "이해찬 총리 주재로 4·27 재보선 후보단일화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라며 "진통과 반발도 예상되지만 데이터를 근거로 경쟁력 있는 후보를 내세워 선거에서 승리하는 방법이 모색되지 않겠느냐"고 언질했다.
다만 김 총장은 "국민참여당에 부정적이거나 불리해지는 방향으로 논의가 결정돼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경우에 따라 논의가 순조롭게 정리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김해을 후보단일화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길
17일 운영위원회 회의에서 '야권단일화' 결의문이 채택될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만일 '친노' 원로들이 모인 시민주권에서조차 김경수 측에 손을 들어주는 형태로 '야권단일화' 입장이 나온다면 유시민 원장과 국민참여당에는 더 심대한 타격이 될 수밖에 없다.
이해찬 전 총리의 핵심 측근은 "국민참여당이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일에 김해에서 전당대회를 여는 등의 모습이 이 전 총리께 일정한 영향을 줄 수는 있을 것 같"지만, "그래도 (국민참여당이) 친노후보의 분열보다는 단일화를 위해 노력해주기를 바라고 계시지 않겠냐"고 이 전 총리의 의중을 전달했다.
여러 상황을 종합할 때 김해을 지역구는 사실상 4·27 재보선 연합정치의 화약고가 돼 버렸다. 무엇보다 민주당 연대연합특위는 4·27 재보선 14곳 가운데 순천지역은 공천하지 않고 나머지 13곳에서는 다른 정당들과 경쟁해서 '후보단일화'를 결정하자는 입장이다. 따라서 김해을 지역구는 국민참여당을 포함한 모든 야권이 동일 경쟁하는 구도로 갈 가능성이 높다.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원장도 연합정치 대의는 피할 수 없는 국민적 명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김해을 지역구에서의 후보간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전장이 됐다. 이 전쟁에서 국민참여당과 유시민 원장이 살아 돌아온다면 정치적 승기를 잡는 것이요, 반대로 후보경쟁에서조차 실패한다면 2012년 총선은 물론 대선까지도 보장받기 어렵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