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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5일 오후 대구한의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파견과 인원감축 및 강제적 무급휴일 부여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15일 오후 대구한의대학교 청소노동자들이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불법파견과 인원감축 및 강제적 무급휴일 부여에 대해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고발장을 접수했다. ⓒ 조정훈

"청소하다가 팔을 다치고 다리를 다쳐도 아무말도 못했어요. 아프다고 하면 금방 다른 사람으로 교체해 버리니까… 우리를 사람같이 보지 않고, (우리는) 일만 하는 짐승이었다니까…"

 

대구한의대학교가 3월 1일부터 일할 새로운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청소노동자 7명을 감원하고 하루 무급 휴게시간 1시간을 부여하려는 것을 두고 청소노동자들이 고용불안과 임금삭감을 초래하는 입찰을 중지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대구한의대 시설관리지회(지회장 박원수)는 15일 오후 대구고용노동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한의대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비정규직 환경미화원들은 인원감원 문제로, 고용불안과 강제적인 휴게휴일 부여로 임금이 삭감되는 이중의 고통속에 하루하루 떨고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대구한의대가) 겉으로는 청소용역업체를 통해 청소일을 하고 있지만 환경미화원들의 인사, 청소업무, 근무시간 등을 일상적으로 직접 관리하며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있다"며 "노동조합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수차례 공식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노조는 청소공간이 늘어났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한의대 경산캠퍼스에서 근무하고 있는 청소노동자 26명 중 3분의 1에 가까운 7명(남3, 여4)을 감원하여 새 청소용역업체를 선정하려 하는 것은 환경미화원을 생각하기 보다는 단지 청소예산을 줄이기 위한 술책이라고 비난했다. 이어 노조는 1시간 무급 휴게시간으로 환경미화원들의 실실 임금이 월 7만3440원이 삭감되고 근무시간 단축으로 노동강도가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에 대해 대구한의대 관계자는 "(7명 인원감축의 경우) 남자 3명은 조경일을 했는데 조경업체가 전문인을 고용하게 돼 감원이 필요하고, 여자 4명은 미술학과의 폐지와 시험 기간이 아닐 때에는 도서관에 많은 인원이 필요치 않아 이런 부분들에 대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노동자 "손발이 얼도록 열심히 청소했는데 돌아온 건 해고냐"

 

 박원수 대구한의대시설관리지회 지회장
박원수 대구한의대시설관리지회 지회장 ⓒ 조정훈

기자회견자리에서는 학교측의 재활용품 판매금액 관리에 대해서도 문제가 제기됐다.

 

박원수 지회장은 "그동안 냄새나는 쓰레기를 뒤져 분리수거하면서 나온 재활용쓰레기(파지, 캔, 고철 등)를 팔아 모은 돈으로 대청소 기간에 간식도 사먹고 봄가을에는 야유회도 가고, 명절에는 1인당 5만 원 정도씩 상여금 형태로 나눠가졌는데 학교에서는 이마저도 뺏아가려 한다"며 분노했다.

 

박 지회장은 "우리 청소하는 사람들은 밥값, 교통비 한푼 지급되지 않는 상황에서 월 30여 만 원 남짓 환경미화원들을 위해 쓰이는 재활용처리 수익금 마저도 탐내는 저들이 더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러한 노동자들의 주장과 달리 학교측은 "청소용품이 부족하다는 말이 많아 그 돈으로 직접 청소용품을 사서 지급하겠다"며 "일하러 온 사람들이 그 돈으로 놀러 다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아 직접 관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학교는 이어 이 돈을 "청소하는 분들의 복지를 위해 쓰겠다"고 했으나 구체적인 복지 내용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

 

청소노동자들은 "무던히도 추웠던 지난 겨울, 저거들은 따뜻한 난로 옆에 앉아 일을 시키고 우리들은 얼음을 깨가며 손발이 얼도록 열심히 청소했는데 돌아온 건 해고냐"며 대학교가 지성의 장이 아닌 깡패집단 같다고 비난했다.

 

이어 청소노동자들은 한의대를 위해 열심히 일해왔음에도 환경미화원들의 소박한 요구들은 외면한 채 불법파견을 자행하고 인원감원과 무급 휴게, 휴일을 강제로 부여한 뒤 이 모든 고통을 감수하라고 떠넘기는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이날 대구고용노동청에 '파견근로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위반' 등으로 한의대 측을 고발하고 17일 한의대 정문에서 집중투쟁을 진행하는 한편, 앞으로 지역의 노동단체 및 시민, 사회단체와 함께 싸워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한편 대구한의대는 고발장 접수에 대해 "돈을 주고 일을 시키는데 청소가 잘 됐는지, 미흡한 부분에 대해서는 지적을 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냐"며 "이런 부분이 불법파견과는 아무런 연관이 없는 만큼 지금 그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청소노동자#대구한의대 환경미화원#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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