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사냥꾼의 혀는 뱀처럼 길고 축축해서 놈이 낼름거릴 때마다 주위는 습기로 가득찼다. 그리고 놈은 치뜬 눈으로 우리를 노려보더니 채찍이라도 되는 양 혀를 휘둘렀다.
"힝, 저리들 물러서!"
인형웨이터는 외마디 소리를 질렀다.
"아저씨, 어서 뛰어내려요. 그러다 아저씨까지..."
나는 뒤로 엉거주춤 물러서며 말했다. 조제는 옆에 있던 굵은 나무 줄기를 번쩍 들더니 있는 힘껏 열망사냥꾼을 향해 던졌다. 그러자 한껏 자극받은 놈은 조제를 향해 맹렬한 기세로 달려들기 시작했고, 조제도 지지 않고 주위의 나무 둥치를 미친듯이 집어던지기 시작했다.
그럼에 따라 열망 사냥꾼의 입에 낀 나뭇가지를 붙들고 겨우 중심을 잡던 인형웨이터도 사정없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는 흰갈매기까지 부축하느라 이미 탈진 지경에 이르러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 전투가 격력해질 즈음 그는 스르르 손에 힘이 빠져 버린 것 같았다. 그러더니 그와 흰갈매기는 연극의 마지막 장면을 마친 배우들처럼 열망사냥꾼의 입이라는 커튼 아래로 자취를 감춰버렸다.
"너 때문이야!"
나는 조제 곁에서 놈을 향해 열심히 나뭇가지를 집어던지며 소리쳤다. 그래도 아랑곳없이 조제는그 지독한 적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바닷가의 몽돌을 주워들었다. 그리곤 힘껏 발을 퉁겨서 놈보다 높은 위치로 날아올라서서는 이글거리는 놈의 눈을 향해 힘차게 돌을 집어던졌다.
그리고 놈이 그 징그러운 팔뚝으로 조제를 잡으려고 하자 그애는 힘껏 발을 굴려서 폴짝 뛰어오르고 때론 아래로 사정없이 치달아 내려가며 열심히 도망을 치기도 했다. 나도 질세라 놈의 꼬리쪽으로 가서 그 토나올 것 같은 개꼬리를 나뭇가지로 콕콕 쑤셔가며 녀석의 혼란을 가중시켰다. 그리고 그 꼬리 아래쪽에 물고기의 꼬리지느러미 같은 게 달빛에 징그럽게 반짝이는 것을 보고야 말았다.
그리고 조제가 던진 몽돌이 놈의 눈두덩을 가격함과 동시에 지옥의 한가운데를 걷는 사자의 울부짖음 같은 괴성이 해안 멀리까지 퍼지더니 놈은 지축을 울리며 발광을 하다가 몸을 사정없이 틀어서는 길고 긴 혀를 빼내어 나와 조제를 일순간에 휘감았다.
"으악!"
우린 둘 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며 까마득한 어둠 속으로 끝없이 밀려들어갔다. 주위는 너무나 컴컴해서 아무것도 보이지가 않았고, 지독한 냄새만이 그 동굴 같은 미로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열망사냥꾼이 나타났을 때 나던 그 냄새와 똑같았지만 훨씬 지독하고 더한 그 무엇이 첨가되어진 악취, 그건 확실히 뭐라고 말할 수 없는 지독한 비린내였다.
그리고 끝도 없이 깊고 깊은 어둠 속으로 떨어지는 그 순간에도 얼핏 정신을 차려서 열심히 발을 퉁겨 보았지만 뜻대로 되지가 않았다. 그건 슬프고도 슬픈 새벽녘의 꿈을 떠올리게 했다. 간절하고 애가 타는 한 순간, 나는 어쩔까 고심을 한다. 그러면 '포기하는 게 훨씬 나아' 하며, 내가 눈물을 쏟는 것을 보고서야 사라지던... 꿈 속의 그 여자, 나를 빤히 바라보던 고양이를 안고 있던 그 여자가 두려움과 함께 다가왔었다.
이윽고 푹신한 그 무엇에 튕겨져서 안착지에 도착했을 때야 우리는 비로소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다. 우리 무리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서는 흰갈매기가 신음하고 있었고, 인형웨이터는 습작을 열심히 하는 시인이 시간이 남아도는 어느 휴일에 쓰다버린 쓰다 버린 찢어진 공책 마냥 한쪽 구석에 처참하게 구겨져 있었다.
"아저씨! 눈을 떠요. 눈을!"
나는 인형웨이터의 축 늘어진 목을 세우며 그를 흔들었다. 눈을 감고 있는 폼새는 영락없는 인형의 모습이었지만 어린 시절 다락방에 있던 먼지묻은 인형이 뜻밖의 손길에 반짝눈을 뜨던 그 인형이 다시 돌아온 착각에 휩싸일 지경이었다.
"이리 비켜 봐."
조제는 누워있던 인형웨이터를 아기를 안듯이 곱게 일으켜 세웠다. 그러자 그의 눈이 거짓말 같이 반짝하고 떠지더니 입에는 방긋이 웃음이 감도는 것이었다.
"이쁜이들, 안녕?"
인형웨이터는 천진난만한 미소를 가득 담고는 대체 뭔일이 있었는지도 모르는 듯한 얼굴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사람 그만 놀래켜요! 여긴 열망사냥꾼의 뱃속이라구요."
조제는 심통스럽게 고함을 치더니 이글거리며 인형웨이터를 쏘아봤다. 그리고는 곁에 있던 흰갈매기를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나도 거들면서 사뭇 걱정스런 기분에 인형웨이터를 돌아보며 말했다.
"어쩌죠? 눈을 뜨질 않아요. 피를 너무 많이 흘려서 큰일인데..."
그러자 인형웨이터는 등에 매고 있던 배낭에서 조그만 병들을 하나씩 꺼내서 손에 쥐어주는 것이었다.
"이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 됑. 열망사냥꾼을 퇴치하기 위해서 지난번에 그 남자가 지하실에서 만든 거양. 절대 병을 깨뜨려선 안 되니까 조심해."
"누구? 얘의 남친? 그 영감?"
조제가 동그랗게 뜬 눈으로 대답하자 인형웨이터는 미니어처 와인병처럼 조그맣고 귀여운 그 술병들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다. 그리곤 그나마 안심한 얼굴이 되어서는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힝, 그 남자는 우리보다 먼저 이곳을 거쳐갔써."
"그걸 어찌 알아요? 그는 내게조차 어떤 힌트도 주질 않았었요. 그냥 가방 하나 맡겨놓고 불시에 가버린 걸요."
"저길 봐봥. 스케치북과 연필이 있잖앙."
인형웨이터가 가리키는 쪽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과연 그의 이름이 써진 화구들이 바닥에 나뒹굴고 있었다.
"그... 그러니까... 그도 열망사냥꾼의 입속으로 들어온 거란 말이죠?"
나는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을 기다리며 말했다.
"그래, 하지만 출발점은 우리랑 달랐써. 지하실에서부터 페르도의 작업장을 거쳐서 열망사냥꾼의 입속으로 들어온 거란 말양. 우리보단 더 드라마틱한 다양한 경험을 한 거라구."
그의 대답이 채 끝을 맺기도 전에 조제가 다급한 소리로 외쳤다.
"저기 봐. 흰갈매기가 눈을 떴어!"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