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여자아이가 한겨울에 집을 떠나서, 아버지를 죽인 원수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면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여자아이의 나이는 14살이다. 그것을 안다면 누구라도, 그녀가 추측하듯이 믿지 않으려 할 것이다. 하지만 매티 로스는 아버지의 원수를 찾아 길을 나선다. 때는 19세기 후반, 미국의 시민들이 서부를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2월의 극장가는 소설을 영상으로 옮긴 작품들이 많이 소개되고 있다. 2011년 아카데미상 10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된 코엔 형제의 <더 브레이브>도 마찬가지. 이 작품은 서부소설의 운치를 한껏 담아낸 찰스 포티스의 <진정한 용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덕분에 소설 또한 관심을 끌고 있다. 아버지의 원수를 갚으려는 14살 여자아이의 모험담이 새롭게 주목받는 셈이다.
14살이라고 한다면 상당히 어린아이 취급을 할 법하지만 매티 로스는 또래 아이들과 뭔가 다르다. 어머니를 대신해 집안일을 돌보며 아버지를 따라 너구리 사냥도 함께 다니기도 했던, 제법 의젓한 소녀다. 그녀 말마따나 "세상을 알 나이"임을 몸소 보여준 것이다. 그렇다 할지라도 거친 서부에서 소녀가 홀로 범죄자를 잡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매티 로스는 영리하게도 가장 유능한 연방보안관을 찾아낸다. 그래서 찾아낸 보안관이 루스터 코그번이다. "엄청 억척스럽고 무자비"한, 한때 도둑질을 했으며 사람도 심심치 않게 죽였다는 남자를 찾아간 것이다.
루스터는 매티의 청을 쉽게 들어줬을까? 루스터는 코웃음을 친다. 매티가 돈을 준다고 하기 전까지, 시카고에서 범죄자를 잡기 위해 찾아온 라비프를 통해 현상금이 있다는 소식을 듣기 전까지 절대 꼼짝도 하지 않았다. 결국엔 '돈'이었다. 범인을 잡으면 돈이 생긴다는 걸 안 루스터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나고 그것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자신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정한 용기'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세 명의 남녀가 거친 세계 속으로 몸을 던진 것이다.
<트루 그릿>은 여러 모로 코맥 매카시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를 연상시킨다. '코엔 형제'가 선택했다는 것과 배경이 다를지라도 '서부'적인 것을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외모와 달리 그 속내는 큰 대비를 보이고 있다. <트루 그릿>은 서부에서의 모험을 '해피엔드'적으로 그리고 있기 때문이다. 책 제목에서 이미 밝히고 있듯, 이 모든 것은 아버지의 원수를 갚기 위해 시작된 여정이지만 소설이 향하고 있는 곳은 그들의 '우정'과 우정에 기대어 탄생한 '진정한 용기'다.
소설이 향하는 방향이 워낙에 선명하기 때문일까. <트루 그릿>은 '안 읽고도 읽은 척' 할 수 있는 소설이다. 줄거리가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뻔한 것에 속는다면 큰 실수를 하는 것일지 모른다. '애꾸눈 보안관'과 '신참 보안관' 그리고 14살의 '당찬 소녀'라는, 절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서로 힘을 합쳐 잔혹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과정은 새로운 것이 아닐지라도 쉽게 흉내 내기 어려운 흡인력을 보여주고 있다. 누구라도 영화로 만들고 싶은, 하지만 영화로 쉽게 표현하기 어려운 이야기의 '맛'을 지닌 것이다.
한번 손에 잡으면 놓을 수 없는 책을 '재밌는 책'이라고 정의한다면 <트루 그릿>은 충분히 재밌는 책이라고 불릴 자격이 있다. 지금은 개봉하는 영화의 원작소설이라는 사실 때문에 주목받고 있지만 곧 그만의 매력으로 사랑받을 힘이 충분해 보인다. 영화가 끝나더라도, 계속해서 읽혀질 만한 소설이다. 재밌는 책들이 예의 그렇듯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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