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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지난해 12월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방송통신위원회 기자실에서 종합편성 및 보도전문 방송채널사용사업 승인 대상법인 선정에 관한 심사 결과를 발표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지난해 12월 31일 방송통신위원회는 <조선> <중앙> <동아> 및 <매일경제>를 종합편성채널사업자(종편사업자)로 선정했다. '조중동' 종편사업자들은 종편 첫 방송일을 오는 12월로 잡고 있다고 한다.

 

대개 하나의 방송사업자가 선정되어 방송의 틀을 제대로 갖추어 첫방송을 시작하려면 2년여의 시간이 소요된다고 한다. 그런데 왜 그들은 조중동방송을 올 연말에 개국한다고 하는 비정상적 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왜 그들은 그렇게 급한 것일까.

 

왜 조중동 방송은 연말 개국을 서두르는 것일까. 그 의도는 삼척동자도 다 알만한 것이다. 올 연말에 개국하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영향력을 휘두르겠다는 것 아니면 무엇일까. 조중동은 신문시장에서 80%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되고 있다.

 

필자가 '이야기되고 있다'고 말하는 것은 조중동 핵심관계자 외에 누구도 정확한 그들 판매부수 및 유료판매부수를 알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있기 때문이다. 심지어 그 신문사들 안에서도 최고경영자 한 명과 판매국 총책임자 단 두 명만 정확한 발행부수를 안다는 말 까지 있을 정도로, 신문사의 정확한 신문발행부수는 극비 중의 극비 사안에 속한다고 한다.

 

87년 6월 이후 의제설정 주체로 등장한 보수언론

 

KBS와 MBC 등 지상파 방송은 이미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에 장악되었고, SBS는 이 정권에 '자진투항'한 상태다. 여기에 조중동방송까지 연말에 개국하여 내년 총선과 대선에서 한나라당 후보에 우호적인 보도를 내보낸다고 생각해보자.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그야말로 '신문-지상파-조중동 종편'까지 환상의 3각 트리오라고 아니할 수 없을 것이다. 여기에 깍두기로 YTN과 MBN, 다시 말해 케이블의 보도전문 채널 까지 곁들여진다면 그야말로 한나라당 후보들은 날개를 달고 훨훨 날면서 선거를 치를 수 있을 것이다.

 

사회를 움직이려면 의제를 선점하라는 말이 있는데 선거 때 자신의 의제로 선거의제를 선점하는 자가 이기게 되는 것은 불변의 법칙이다. 그렇다면 선거 시기 의제는 어떻게 형성되는 것일까.

 

정상국가에서 의제는 정당이나 정치지도자, 학계와 시민사회가 설정한다. 언론은 의제설정의 제 2주체다. 그러나 87년 6월항쟁 이후 우리 사회에는 독특한 현상이 생겼다. 스스로 권력화한 수구보수언론이 의제설정의 제 1주체로 등장한 것이다.

 

스스로 권력화한 언론은 대선시기마다 특정후보 '대통령 만들기'에 열을 올렸다. 지난 2007년 대선 때 수구보수언론이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올인했고, 이명박 정권이 조중동 그늘에서 탄생한 정권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다는 사람은 별로 없다. 사회를 혼란의 도가니로 몰아넣고 무리해서 조중동 종편을 밀어붙인 까닭이 조중동에 대한 은혜갚기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조중동 종편 취소 토론회'가 반가운 이유

 

그렇다면 조중동은 무엇으로 이명박 대통령 만들기에 성공했을까. 그것은 경제담론 만들기였다. 그렇다면 경제담론은 2007년 급조된 것일까. 결코 아니다. 한나라당이 정권을 빼앗긴 것은 IMF(국제통화기금)를 불러온 수구보수세력의 경제적 무능 때문이었다.

 

그런데 수구보수언론들은 1998년 김대중 대통령이 집권하자마자 '제 2의 IMF론'으로 국민의 정부 경제흔들기를 시작했다. '제 2의 IMF론'은 참여정부 때 '경제무능론'으로 이어졌고, 급기야 '잃어버린 10년론'으로 확대발전된다.

 

IMF를 극복해낸 민주정부가 조중동의 집요한 왜곡담론만들기로 인해 '경제 무능정권'으로 낙인찍힌 그 지점에서 이명박의 경제담론이 들어선 것이다. 그리고 국민들은 '내 주머니 두둑하게 해줄 것 같은 기대'로 이명박 후보를 선택했다.

 

2012년 총선까지 1년여가 남았다. 이명박 정권과 한나라당은 제도권언론의 90% 이상을 장악한 상태다. 거기에 '조중동 종편'이라는 날개까지 달았다. 사석에서 여권인사들은 '조중동 종편과 함께 총선, 대선을 치르면 이긴다', '조중동 종편으로 보수영구집권이 가능해졌다'는 말들을 안주로 삼는다고 한다.

 

앞으로 '조중동 종편'의 조기안착을 위해 광고특혜, 채널배정 특혜, 심의특혜 등등 상상을 초월한 특혜주기 행진이 이어질 것이다.

 

조중동 종편, 민주진보세력은 어떻게 할 것인가. 민주당 주변에서는 "이미 선정된 방송인데 좋은 관계를 맺어야하지 않느냐"는 말까지 나온다고 한다. 과연 조중동 종편은 이미 사업자 선정이 끝난 사안이므로 손놓고 있어야하는 것일까.

 

2월 22일 오후 2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25호에서 민주언론시민연합과 민주당 최문순 의원실이 함께 주최하는 '조중동 종편 취소방안'에 관한 토론회가 반가운 것은 우리 주변의 이런 '패배주의적 태도' 때문인지 모르겠다.


#종합편성채널#종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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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민언련 사무총장, 상임대표 전 방송위원회 부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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