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의 유일한 무기는 김승유 회장의 정치력이며, 그 원천은 대통령과의 친분에 있다는 것은 금융가의 상식에 속한다. 김승유 회장의 외환은행 인수는 현 정권 금융장악 시나리오의 완결판으로 인식되고 있다."다음 달 2일로 다가온 금융위의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 심사를 앞두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아래 '금융노조')이 21일 "금융당국은 하나금융의 인수 승인 신청을 반려하라"면서 하나금융에 인수 승인을 내줄 경우 강력한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오전 한국노총 7층 대회의실에서 열린 '하나금융지주의 외환은행 인수 중단을 위한 대정부 경고 기자회견'에서 금융노조는 특히 금융위를 겨냥하여 ▲하나금융 유상증자 대금 출처와 내역의 철저한 조사 ▲유상증자 대금 동일인 여부와 이면계약의 철저한 검증 등을 요구했다.
하나금융 외환은행 인수는 "가장 악질적인 차입매수"
이날 성명을 통해 금융노조는 현재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자금 조달이 과도한 차입과 자회사에 대한 '현금착취'로 이뤄지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인수의 부당성을 강조했다.
금융노조는 "5조 원의 인수대금 중 절반이 넘는 외부자금은 빚 아니면 펀드"라며 "하나금융이 자랑하는 내부조달조차 순익 7168억 원의 하나은행에서 1조9342억 원(3/4분기 기준), 옵션쇼크로 760억 원의 손실을 봤던 하나대투증권에서 2717억 원의 배당을 빼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은행과 증권사를 지주사의 현금착취 수단으로 여기는 발상이라면 과연 론스타와 무엇이 다르다고 할 것인가"라며 "이같은 수준의 배당을 인수 이후 외환은행에서 실시한다면 외국환 및 기업금융과 해외영업망을 발전시킨다는 인수 명분은 새빨간 거짓말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금융노조는 또한 "외환은행의 수익력과 건전성에 대한 기대가 없다면 하나금융의 자금조달이 그나마 불가능했다는 점과 론스타의 배당 가능성 등을 고려할 때, 이는 사실상 외환은행의 자산으로 외환은행을 인수한 다음 외환은행은 그 빚을 갚느라 껍데기만 남게 되는 가장 악질적인 '차입매수(Leveraged Buy Out)'와 다를 것이 전혀 없다"고 규정했다.
"하나금융 유일한 무기는 김승유 회장 정치력"
이처럼 하나금융의 외환은행 인수 부당성을 강조한 금융노조는 "합병에 따라 예상되는 시너지도 전무하고, 자금 능력과 외환은행 임직원 지지 등에 있어 부적절하다고 판단되는 하나금융의 유일한 무기는 김승유 회장의 정치력"이라며 특혜 의혹을 제기했다.
금융노조는 먼저 "금융당국이 해외 밀실 협상 뒤 사후통보, 실사도 없이 본계약 체결, 자금계획 없이 인가 신청 등 일개 금융지주사(하나금융)의 일방적인 행동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면서 "론스타 적격성 심사의 지연을 포함한 금융위의 숱한 배임 행위"를 지적했다.
금융노조는 또한 "자본확충이 시급하다는 수출입은행이 당장 5745억 원의 현금유입이 가능한 태그얼롱(1대 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할 경우 2, 3대 주주가 같은 가격으로 지분 매각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을 포기했다"는 점도 특혜 근거로 꼽으면서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또한 졸속 처리가 우려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노조는 "하나금융에 대한 범정부적 특혜 지원이 마침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며 "이제 하나금융은 론스타와 맺은 계약 때문에 3월 안에는 정부 승인이 나야 한다면서 금융당국을 공공연히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외환은행 노조 "총파업 포함한 2단계 전면투쟁 돌입할 것"
끝으로 금융노조는 "만약 금융당국이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졸속 처리하고, 하나금융에 인수승인을 내줄 경우 금융노조 산하 33개 지부는 강력한 전면투쟁에 돌입할 것이며, 이는 곧바로 범국민적 항쟁과 정권 몰락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부적절한 인수합병이 이뤄지면 합병 회사가 엄청난 어려움을 겪고 결국 도산으로 이어지는 것이 승자의 저주"라며 "하나금융은 인수 자격이 없다. 가열 찬 투쟁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 잡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김문호 금융노조 위원장 역시 "미국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으로 금융산업의 올바른 발전을 위해 규제하기 시작했는데도, 우리나라는 과거 전근대적 방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더 이상 금융산업의 대형화 정책은 중단돼야 한다. 금융노조 33개 지부는 외환은행과 함께 강력한 투쟁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김기철 외환은행 지부장은 금융위 앞 집회, 촛불집회, 외환은행 전 직원 '아름다운 점심' 릴레이 단식 등의 계획을 설명하면서 "이러한 투쟁에도 불구하고 하나금융에 대한 정부 승인이 강행될 경우 한국노총, 금융노조, 시민단체 등 이땅의 양심세력과 연대하여 총파업을 포함한 2단계 전면 투쟁에 돌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하나금융과 정부에 대한 금융노조의 4대 요구사항이다.1. 하나금융은 무리한 차입과 펀드자금 유입으로 금융산업 공멸을 불러올 외환은행 인수 책동을 즉각 중단하라!2. 금융위는 론스타 대주주 적격성 심사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처리하고, 은행 대주주 자격이 없는 론스타와 맺은 하나금융의 인수승인 신청을 즉각 반려하라!3. 금융위는 헤지펀드로 채워진 하나금융 유상증자 대금의 출처와 내역을 철저히 조사하여, 동일인 여부와 이면계약을 낱낱이 검증하라!4. 청와대와 금융위, 공정위, 국세청, 수출입은행, 국민연금은 하나금융에 대한 특혜 지원을 즉각 중단하고, 엄정한 조사와 함께 론스타에 대한 과세권을 확보해야 하며 이번과 같은 무분별한 은행 대형화 기도를 즉각 철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