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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주당 신건 의원(자료사진)
민주당 신건 의원(자료사진) ⓒ 남소연

국가정보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특사단의 숙소에 침입해 정보를 캐내려다 발각된 사건에 대해 국정원장 출신인 신건 민주당 의원은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혹평했다.

 

신 의원은 22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 인터뷰에서 "정보활동이 어려운 적성국이나 외국에서의 작전도 아니고, 우리나라 안방에서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어설픈 수준의 활동"이라며 이같이 평가했다.

 

신 의원은 '이런 활동을 국정원의 통상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느냐'는 질문에 "그걸 통상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는가"라고 되물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은 국가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목적의 기관이지, 외국의 산업 기밀을 빼내는 것과 같은 일은 본래의 임무가 아니다"라고 못 박았다.

 

신 의원은 자신의 발언은 각종 언론보도에 나온 사실을 바탕으로 판단한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면서, 국회의 진상조사 필요성을 제기했다.

 

신 의원은 "국정원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의 기관이기 때문에 국회가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 진상을 밝힌다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정보위원회가 할 수도 있고 국정조사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서 '국익을 위해 한 일이니 국내에서 크게 문제 삼을 일은 아니다'라는 반응을 보이는 것에 대해 신 의원은 "국가 이익을 위해 어떤 불법이든 용납된다는 사고방식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신 의원은 "정부가 국익을 이유로 해서 오로지 과시적 성과에만 집착했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행위나 엄연한 외교적 전쟁을 무릅쓰고 정보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니냐"며 "이 사건 진상을 엄격하게 조사하고 개선책을 마련해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검찰 출신인 신 의원은 국정원의 전신인 안전기획부 국내담당 2차장을 지냈고, 2001년 3월부터 2003년 2월까지 국정원장으로 재직했다.

 

다음은 신 의원과의 일문일답이다.

 

"산업 기밀 빼내는 건 국정원 본래 임무 아니다"

 

- 국정원 직원들이 인도네시아 대통령 특사단 숙소에서 정보를 빼내려고 한 것은 불법인가.

"언론보도를 통해 접한 내용으로 기초로 말하겠다. 남의 숙소에 들어가서 훔치고 한 행위 자체는 불법이다. 다만 국가 정보를 입수하기 위해서 했다는 부분이 있어서 신중하게 판단할 필요는 있다. 일단 진상부터 정확히 파악해야 한다."

 

- 국정원에 산업정보 관련 기능이 강화된 것은 김대중 정부 때부터라고 알려져 있다.

" 정확히 말하면 산업정보 관련 팀을 강화한 것은 월드컵 때였다. 그런 행사가 테러로 얼룩지면 큰일 아니겠는가. 그래서 테러 방지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산업정보 관련 팀들을 강화했다."

 

- 이런 활동을 국정원의 통상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는지.

"그걸 통상적인 활동으로 볼 수 있는가. 허허허. 국정원은 국가 안전을 보장하고 국민의 생명을 재산 안전을 보호하는 목적의 기관이지, 외국의 산업 기밀 빼내는 일은 본래의 임무가 아니다."

 

- 산업화 시대에 안기부가 한국 기업의 해외 수주에 대비해 경쟁국의 입찰정보를 알아내 국내 기업에 제공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누가 입찰 정보를 알아내나. 그런 건 아니다."

 

- 국정원 직원들이 산업스파이 노릇을 한 행위 자체보다는 그 행위를 너무도 허술하게 했던 게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언론에 나온 것으로 판단해보면, 허술하기 짝이 없었고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정보활동이 어려운 적성국이나 외국에서의 작전도 아니고, 우리나라 안방에서 한 일이라고 보기에는 아주 어설프다. 애초부터 그런 걸 하는 것 자체가 좀 국정원 본연의 임무에는 합당하다고 보이지 않는다. 국가안보를 위해 전력을 다해야 하는 곳에서."

 

"과시적 성과에만 집착, 불법 용납하면 더 큰 문제 야기"

 

- '국익을 위한 일이니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국가 이익을 위해서 어떤 불법이든 용납된다는 사고방식은 더 큰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 정부가 국익을 이유로 해서 오로지 과시적 성과에만 집착을 했기 때문에 명백한 불법행위나 엄연한 외교적 전쟁을 무릅쓰고 정보활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이런 문제가 생긴 것 아닌가 싶다. 이 사건 진상을 엄격하게 조사를 하고 개선책을 마련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 외교적 파장은 어느 정도나 될까.

"나는 잘 모르겠고 그런 건 외교 전문가들이 더 잘 알 것인데, 언론을 통해 보니 인도네시아 쪽에서 수사를 요청했다고 하는 만큼 외교적 파장은 좀 있지 않겠나."

 

- 이번 사건이 국정원장이 책임지고 물러날 만한 일이라고 생각하나.,

"정확한 정보가 없어서 말하기 어렵다. 정확히 진상조사를 해보면 책임관계가 나타날 것이다."

 

- 국정원은 시인할 수 없는 입장일텐데, 진상을 어떻게 밝힐 수 있나.

"국정원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 :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의 기관이다.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는 기관이기 때문에 국회가 진상조사를 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 국회 정보위원회가 할 수도 있고 국정조사도 할 수 있다고 본다. 여러 가능성이 있다."

 

- 재직 시 한국 정부나 기업이 해외에서 이런 비슷한 일을 당했다고 보고받은 적은 없나.

"그런 건 아는 바가 없다. 이제는 국가와 국가 간의 정보 전쟁이기 때문에 더더욱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국정원#신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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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상근기자. 평화를 만들어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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