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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승진한 것은 참 오래 전이었습니다. 20대 초반에 입사한 직장에서 전국 최연소 영업소장(과장급)으로 승진한 건 제 나이 불과 25세 때였으니까 말입니다. 그처럼 '전국 최연소'라는 타이틀의 획득은 늘 부지런하고 열정적 사관으로 남보다 한 발 앞서 뛴 때문의 결과였음은 물론이었지요.

 

그러나 그처럼 승진을 했다곤 해도 누구 하나 축하난 같은 걸 선물로 주는 이는 없었습니다. 어쨌든 휘하에 직원들도 수두룩한 소장이 되고 보니 당시의 제 마음가짐은 늘 그렇게 갓밝이(날이 막 밝을 무렵)처럼 더욱 뜨거운 열정에 휩싸이게 되었지요. '더 열심히 뛰어 내 기필코 부장이 되고 상무도 되고 종국엔 내처 사장까지 될 테야!'

 

하지만 그건 엄청난 착각이었습니다. 회사는 불과 1년도 안 되어 그만 부도가 난 때문이었지요. 이후 다른 직장으로 전전하였는데 그로부터 저의 비정규직 가시밭길이 시작된 셈이었습니다. 고로 승진이라고 해 봤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이었고 또한 누구하나 축하난은커녕 쓴 소주조차도 한 잔을 사 주는 이조차 없었던 것이었지요.

 

여하튼 약 20여 년 전에 당시 근무했던 직장에서 부장(部長)으로 '승진시켜'주어 지금껏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부장이라곤 해도 소위 말하는 끗발도 없고, 또한 정규직처럼 급여와 보너스를 넉넉히 받는 것도 없지만 어쨌든 과장보다는 부장이 높으니 낫다는 자위(自慰)로써 살아오는 터입니다. 뜻한 바 있어 수년 동안 미뤘던 수필가로의 등단을 작년에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자 갑자기 바빠지는 느낌, 아니 실제로 몸이 동분서주(東奔西走)로 적이 분주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이같은 방증의 다른 건 논외로 치고 아무튼 최근에 저는 활동하고 있는 모 문인협회에서 홍보국장이란 직함을 받는 어떤 '승진'을 거두었습니다. 한데 국장과 같은 임원급(任員級)은 평회원보다 몇 배나 되는 회비의 납부 외 공식적 행사 역시 빠지면 안 되는 것임은 상식이죠. 그래서 처음엔 완강히 고사했습니다.

 

"저는 경제적 깜냥도 부족하고 또한 매사 제 앞가림도 잘 못하는데 언감생심 무슨 국장입니까?"

 

하지만 임원진들의 얼추 삼고초려(三顧草廬) 강권에 그만 자의반타의반으로 수락을 하기에 이르렀지요.

 

"네, 그럼 봉사한다는 생각으로 승낙하겠습니다."

 

얼마 전, 오는 토요일에 여식을 시집보낸다는 초등학교 동창이 있어 예식장의 장소를 살펴보고자 동창회 카페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받아본 축하난 두 개. 값도 비쌀 텐데 차라리 돈으로 주지!(^^;)
어제 머리털 나고 처음으로 받아본축하난 두 개. 값도 비쌀 텐데 차라리 돈으로 주지!(^^;) ⓒ 홍경석

축하 댓글을 올린 뒤에 20년도 더 되어 부장에서 국장으로 승진(?)한 저의 근황을 짧게 덤으로 올렸지요. 어제 오후에 어떤 아줌마가 축하난을 두 개나 들고 사무실로 들어와 제 이름을 불렀습니다.

 

"전데요. 근데 그건 뭐죠?"

"모르겠어요. 암튼 홍 선생님께 드리라기에 가져왔으니 여기에 사인 좀 해 주세요."

 

축하난을 보낸 건 동창회 총무와 대전에 사는 또 다른 친구더군요. '짜식들~ 쑥스럽게 뭘 이딴 걸 다 보냈담...' 그러면서도 난생 처음 받아보는 축하난이었음에 기분은 솔직히 화풍난양의 구름 위를 걷는 양 그렇게 낭창낭창하였음은 결코 속이지 못 하였습니다. 그러자 사무실의 직원들 모두 커다란 토끼눈이 되더군요.

 

"부장님, 뭔 축하난을 두 개씩이나?"

"여기서 승진을 안 시켜주기에 다른 데서 승진했습니다."

 

저의 조크에 다들 가가대소하자 사장님께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이참에 오늘은 우리 회식이나 합시다!"며 장단을 맞춰 주시더군요. 덕분에 어젠 또 푸짐하게 회식을 할 수 있었지요.

 

최근 국민권익위원회의 발표 후 각 기관과 공직자들은 축하난 등 선물 수수를 금지하는 지침을 철저히 이행하느라 노력 중이라는 뉴스를 보았습니다.

 

내용인즉슨 직무와 관련된 기관과 기업, 그리고 개인에게서조차 일체의 선물(축하난)을 받지 말라는 것이 그 요지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저는 공직자가 아닌 관계로 축하난을 받았으되 법적으로도 아무런 하자가 없는 것이겠지요?

 

오는 토요일엔 어제 제게 축하난을 보내준 친구들에게 더 진한 우정의 감도를 담아 꾹꾹 누른 술을 따라줄 참입니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


#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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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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