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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봉호 교수(영동교회 장로·고신대 석좌교수)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의 금권 선거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는 한기총 스스로가 개혁할 수 있는 여지가 보이지 않는다며 해체 운동을 펼치겠다고 했다. 지난 17일 서울 여의도 KBS 연구동에서 만난 손 교수는 작정한 듯 한기총과 개신교를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손 교수는 인터뷰에서 목사들이 명예욕을 이기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고 했다. 개신교 대표 단체 자체가 없어져야 한다고 했다. 또 "한국 개신교가 역사적으로 가장 타락한 상황"이라고 개탄하면서, 평신도들이 개혁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했다.

다음은 손 교수와의 인터뷰 내용이다.

"한기총은 없어져야 한다는 게 결론"

 손봉호 교수는 한기총과 한국 개신교의 타락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기총 해체 운동에 나설 것이라 했다.
손봉호 교수는 한기총과 한국 개신교의 타락을 강하게 비판하며 한기총 해체 운동에 나설 것이라 했다. ⓒ 뉴스앤조이 김은실

- 한기총 금권 선거 문제의 원인은 무엇인가.
"우선 부끄럽고 화가 난다. 목사들이 한기총 대표 자리가 주는 명예와 유명세를 얻기 위해서 벌이는 싸움이다. 성직자라면 욕심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하지만, 다들 훈련이 되어 있지 않아서 넘어가고 말았다. 유혹거리를 없애야 한다. 한기총이 남아 있는 한 부패와 유혹은 계속된다."

- 최근에서야 '한기총개혁을위한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가 금권 선거에 대한 양심선언을 했지만, 금권 선거 의혹이 처음은 아니다.
"과거에 그런 이야기를 들었으나 그것은 루머 수준이었다. 나는 공명선거 운동을 16년 동안 해왔다. 사회에서 공명선거 운동을 했는데 정작 기독교 안에서 이런 일이 생기니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그동안은 증거가 없어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런데 이번에 공적으로 금권 선거가 밝혀졌다. 이제는 공식적으로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 어떤 행동에 나설 생각인가.
"주위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본 결과, 한기총의 문화가 바뀌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한기총은 없어져야 한다는 게 결론이다. 지금 상태에서 개혁은 힘들다. 해체 이후 대체 기관도 필요 없다. 미국도 교회 전체를 대표하는 기관은 없다.

한기총 해체에 대한 공감대가 많이 형성되어 있다. 이번엔 실질적 운동에 나설 것이다. 내가 나서는 것이 적합한 듯하다. 이렇게 문제가 불거졌을 때 움직여야 한다. 운동을 하면서 어떤 교단이 양심적인가 살펴볼 생각이다. 적어도 제대로 된 교회라면 (한기총을) 탈퇴해야 한다. 교단들의 탈퇴 여부를 지켜 볼 것이다.

먼저, 기관들과 연계하여 한기총에 말로 해체를 요청할 예정이다. 그래도 이루어지지 않으면 목회자들과 교인들을 상대로 서명운동을 할 생각이다.

한기총을 이대로 두면 안 된다. 각 교단에 압력을 넣어 스스로 해체하도록 노력할 것이다. 내가 만난 목사님들은 다들 동의한다. 내가 해체 운동을 할 때 동참 의사를 밝힌 중견 목회자들이 있다. 한기총 해체를 위해서는 얼마든지, 누구와도 연대할 생각이다. 한기총은 해체될 것이다. 저렇게 권위를 상실한 기관은 있어 봐야 소용이 없다."

- 금권 선거로 드러난 교계 지도자들의 지나친 명예욕이 단지 한기총만의 문제인가.
"우리 문화에 존재하는 처세주의와 입신양명 추구가 근본적인 원인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한국 개신교의 신앙이 기복 신앙으로 변질되었다. 돈 벌고 유명해지는 게 복이라고 교회에서 가르친다. 목회자는 정치를 해서 권력을 얻을 수도 없고, 기업을 해서 돈을 벌 수도 없다. 결국 남는 게 명예뿐이다 보니 여기에 집착하게 된다.

정부가 개신교에 약한 점도 문제다. 정치인들이 개신교 대표들을 잘 대우해 준다. 한국교회의 타락은 정계에서 교단 대표들을 자주 만나는 데서 시작되었다. 가톨릭이나 불교는 대표 조직이 있지만 개신교는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대표자의 발언이 필요할 때마다) 단체별로 한마디씩 한다. 그러다 보니 목회자들이 단체를 따라 뭉치고 흩어지기를 반복한다."

- 대표 단체가 없어지면 개신교만 한목소리를 내지 못해 손해 본다는 의견이 있다. 
"개신교는 손해를 봐야 한다. 핍박을 받고 무시도 당해야 순수해진다. 특권을 누리고 사회의 인정을 받으면 반드시 타락하게 되어 있다. 기독교계는 한목소리를 내지 않아도 된다. 사회에서 존경받는 목사님이 있으면 그때 그 사람을 인터뷰하면 되지, 굳이 조직을 만들 필요가 없다. 대표 단체를 만드는 것은 세속적인 목적에 따르는 것이다. 기독교적으로 정당화할 수 없다."

- 개신교를 이렇게 비판하면 교계가 위축될 것 같다.
"개신교는 더 위축되어야 한다. 잘못하면 비판받아야 한다. 평소에 목사를 견제하는 사람이 많았다면 이런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교회도 재정을 공개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변화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 교수는 "한국교회와 한기총의 변화를 위해서는 평신도들이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 뉴스앤조이 김은실
- 돈 문제는 교계에서 민감한 문제 중 하나다. 한국 교계의 물신주의, 얼마나 심각한가.
"기독교는 돈과 하나님을 동시에 섬길 수 없다. 돈을 좋아하는 문화를 개신교가 비판적으로 바라봐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예수님과 제자들은 가난했다. 그러나 한국교회는 돈 잘 버는 사람을 복 받은 사람이라 한다. 그러다 보니 부정적인 방법으로 돈을 버는 것조차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성경적이지 않은 태도다. 돈을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똑같이 당연하게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하지 않는 일을 교단 대표란 사람들이 한다는 사실 자체가 부끄러운 일이다."


- 한기총의 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인가. 목회자들이 개인적으로 돈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닌가.

"개인이 돈이 많은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대부분 교회 돈이다. 교인들이 목사가 교회 돈을 쓰는 것을 엄격하게 견제하지 않는다. 교회도 반드시 재정을 공개하고 감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현재 재정을 공개하는 곳이 많지 않다. 존경받는 교회 목사님들 중에서도 철저하게 재정 관리를 하는 분이 많지 않다. 재정 투명성이 중요하다는 인식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교회 재정은 철저하게 관리해야 한다."

- 교계 지도자의 윤리 수준이 사회 지도층의 것보다 떨어진다고 말했다. 개신교가 어떻게 보면 조롱거리가 된 듯하다.
"자격 없는 목사들과 교양 수준이 떨어지는 목사들이 대거 양산돼서 개신교가 하급 종교가 됐다. 교양도 없고, 신학도 제대로 공부하지 않은 목회자들이 목회를 하니 목사들이 독재자 같다. 잘못하는 것에 대한 견제와 비판이 전혀 없다. 목사가 돈과 권력을 마음대로 사용하지 못하도록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 교회가 자정 능력을 상실했다는 비판이 있다. 제도적 정비를 통한 자정은 이제 불가능한가.
"강제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할 수 없이 평신도들이 일어나야 한다. 자정을 기대하기엔 이미 늦었다. 외부에서 압력이 들어가야 한다. 개신교가 완전히 몰락하지 않으려면 교회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여 교회를 바꿔야 한다. 내가 나이가 많아 힘이 들지만 한기총 문제만은 앞장서려고 한다. 책임 있는 크리스천들이 많이 협조하면 가능한 일이다."

- 개신교가 타락한 데에는 교인들도 책임이 있지 않나. 교인들이 목회자를 견제하지 않으면 어떻게 되나.
"교인들이 견제하는 게 목사를 사랑하는 것이다. 목사가 잘한다고 칭찬만 하면 목사를 망친다. 인간은 계속 견제를 받아야 한다. 이권이 있는 곳엔 반드시 감시가 필요하다. 안타깝게도 교인들이 한탄만 할 뿐 실제적으로 많이 도와주지 않는 게 현실이다."

- 교인들은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교인들이 '예수를 믿으면 복을 받는다'는 수준의 신앙에서 벗어나야 한다. 예수님의 말씀 그대로 사는 것이 신앙이다. 올바로 사는 것이 신앙생활의 전부는 아니지만 기독교인은 올바로 살아야 한다."

- 교회의 신뢰도가 계속 하락 중이다. 신뢰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한마디로 성경대로 살면 된다. 말 한마디를 해도 기독교인은 왜곡, 은폐하지 말고 정직해야 한다. 크리스천들이 하는 가게에 가면 속이지 않는다는 등의 소리를 들어야 신뢰가 올라간다. 교회가 너무 사치해서도 안 된다. 개인도 그렇지만 특별히 교회가 검소해야 한다.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를 갈 수 있어야 하는데 지금은 가난한 사람들이 교회에 갈 수 없다. 교회에 부담 없이 누구나 올 수 있어야 한다. 구제와 사회봉사에 교회가 돈을 써야 한다. 간단한 이야기다."

- 한국교회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한국교회를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변화를 요구해야 한다. 한국교회의 잘못된 점을 고치지 않는 것은 한국교회를 미워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나의 원수는 내가 용서할 의무가 있지만 내 이웃의 원수를 용서할 권리는 내게 없다. 남의 원수에 대해선 분노해야 할 의무가 있다. 선한 사마리아인에게 총이 있었다면 강도가 덮치기 전에 가서 도와주는 것이 맞다. 할 수 있다면 사전에 막는 것이 옳다."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뉴스앤조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손봉호#뉴스앤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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