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유세 원조' 민주노동당이 '탄탄하고 정교한 증세'를 주장하고 나섰다.
이정희 민노당 대표는 28일 국회 본회의 비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민노당은 실현 가능한 증세, 사회적 형평을 높이는 증세, 탄탄하고 정교한 증세를 추진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납세자의 상위 0.5%인 6만 명의 고소득층과 200대 대기업, 개인 합산 6억 원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증세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동영 민주당 최고위원과 조승수 진보신당 대표 등이 '부유세' 논쟁에 적극 나섰던 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신중한 태도를 취했던 민노당이 '답변'을 내놓은 셈이다.
민노당은 '부유세'란 새로운 세목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소득세 및 재산세에 대한 구체적 그림을 다시 그리는 쪽을 선택했다.
이 대표는 이날 <프레시안>과의 인터뷰에서도 "종부세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부유세 신설에 대한 반대 의사를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부자에게 세금을"이란 '부유세 정신'은 변하지 않았다. 정동영 최고위원이 납세자의 상위 0.5%에 신설한 '부유세'를 부과하겠다면 이정희 대표는 소득세 과세표준 구간을 신설해 납세자 상위 0.5%에 세금을 거두겠다고 밝혔다. 또 개인 합산 6억 원 이상의 부동산 보유자에 대한 증세안을 통해 이명박 정부가 깎은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다시 원상회복하겠단 뜻을 밝혔다.
부유세 신설과 관련해 논란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부유세 원조'가 상대적으로 "세련된 증세안"을 내놓은 셈이다.
재원확대 규모도 부유세 신설의 경우보다 더 확대됐다. 부유세 신설을 주장하는 정 최고위원은 지난 1월 라디오 인터뷰에서 "납세자 상위계층 0.5%에 부유세를 부과하면 매년 약 10조 원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이와 관련, 이 대표는 이날 "부동산과 금융 자산 보유로 얻는 이익에 대해 더 과세하고 고액 소득자에 더 많은 혜택을 주는 비과세 감면도 과감히 정비하면 2013년부터 5년 동안, 170조 원의 재원이 확보된다"고 밝혔다. 즉, 매년 34조 원의 세수를 확보할 수 있단 얘기다.
"'밑 빠진 독에 물붓기' 식 복지 안 하려면 최저임금부터 현실화해야"또 이 대표는 '재원 확보 방안'에만 치우쳐진 현재의 복지담론에 '노동'과 '평화' 문제에 대한 고민이 필요다고 주장했다. 그는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비정규직 최저임금 등 노동 문제 해결 없이, '분단비용'으로 OECD 평균 GDP 대비 국방지출비율의 2배가 넘는 군사비를 지출하는 한반도 긴장 해소 없이 복지는 결국 한계에 부딪힌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그는 최저임금의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정규직 임금의 54.8%만 받는 비정규직은 4대 보험의 대규모 사각지대로 남아 있고 최저임금도 못 받는 노동자 비율이 지난 2009년 한 해 10%나 늘어났다"며 비정규직법 개정과 최저임금법 개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그는 이어,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수준으로 올리고 적용 예외를 줄이는 한편, 사용자가 이를 위반하는 경우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최저임금 미달분을 국가가 먼저 노동자에게 지급하고 이를 사용자로부터 받아내는 개정안도 곧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복지 포퓰리즘'을 거론하며 야권의 복지 확대 주장을 재정 위기로 몰아가는 정부·여당을 향해서도 매서운 일침을 날렸다.
그는 "70조 원을 감세하고 국채 이자로 한 해 20조 원을 써도 끄떡없다던 국가재정이 복지를 늘려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자는 주장만 만나면 심각한 위기로 돌변하는 이유는 무엇인가"라며 "재정건전성을 생각한다면 소수 고소득층에만 막대한 혜택을 주는 감세부터 철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양극화 해소와 공정한 사회에 대한 이명박 대통령의 말이 진심이라면 적극적으로 복지를 늘려야 하고 증세는 필수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민노당은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원상회복하는 종부세 개정안을 이르면 이번 주 중에, 금융종합소득세 과세 강화와 차명거래 규제를 강화하는 금융종합소득세 개정안을 다음 주 중에 발의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