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인데, 마치 자기가 모두 한 것처럼 해놓다니… 같은 정치인으로서 망신스럽다." (지역 정치인 L씨)
최근 5만부 가량을 발행해 아산지역에 배포한 이명수(충남 아산, 자유선진당) 국회의원의 '의정보고서'가 논란거리로 떠오르며 지역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마디로 치적 홍보를 위해 얼토당토않은 허위내용을 게재, 시민들을 기망하고 있다고 성토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의정보고서가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국가차원에서 추진되는 계속사업의 예산 중 상당부분을 마치 자신이 모두 확보한 것처럼 부풀렸기 때문이다. 이명수 의원의 의정보고서를 보면 '2008년 국비 예산 5700억 원을 확보, 아산시가 생긴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고 강조돼 있다.
그러면서 밝힌 목록을 보면 ▲국도21호선 아산∼천안구간 왕복 8차선 조기완공 655억 원 ▲경부고속도로 북천안 IC 차질 없는 개설 317억 원 ▲장항선 아산∼온양 간 복선전철사업 등 1451억 원 등 신규 사업이 아닌 계속사업이 대부분이다. 북천안 IC 경우에는 천안시의 박상돈 전 국회의원이 이뤄낸 것으로 알려져 있기도 하다.
이는 2009년도 예산에서도 일부 드러나고 있다. ▲둔포∼성환 국도34호선 확포장 100억 원 ▲유구∼아산 국도 확포장 20억 원 등의 사업들이 그 것. 이 또한 계속해서 추진되고 있었던 사업들이다.
이명수 의원이 의정보고서를 밝힌 사업 예산 중 상당부분은 당시 건설교통위원회(현 국토해양위원회) 소속이었던 이진구 전 국회의원이 확보한 예산이 상당부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진구 전 의원은 당시 예결위원도 함께 겸하고 있었다. 반면 이명수 의원은 대규모 SOC 예산 확보에 유리한 상임위원회인 국토해양위원회가 아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이어서 의정보고서의 내용에 더더욱 의구심을 갖게 만들고 있다.
쉽게 말하자면 이진구 전 국회의원의 이뤄 놓은 성과를 이명수 국회의원이 상당부분 가로채 자신의 치적으로 둔갑시켰다는 여론이 지역정가에 팽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이를 묵과해서는 안 된다"며 "이명수 의원의 사과를 받아내고 왜곡된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이진구 전 의원은 "이명수 의원이 밝힌 2008년도 예산 상당부분은 이명수 의원이 국회의원에 당선되기 전인 2007년도에 예산이 편성된 사업들"이라고 밝히며 이명수 의원이 확보한 예산이 아니고 이진구 의원 자신이 확보한 예산임을 우회적으로 밝혔다. 이진구 의원은 "당시 최고의 예산 확보였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한 지역 정치인은 "이진구 전 의원의 치적을 이명수 의원이 고의적으로 가로채 내세웠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는 선배 정치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도덕적으로도 용납이 되질 않는다"고 개탄했다.
또 다른 지역 정계 인사들도 "국비 확보에 도움을 줬다고 할 순 있겠지만, 모두 자기가 한 것처럼 홍보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것"이라고 질타했다.
아산시 관계자도 "국비 확보는 혼자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치단체나 지역의 유력 인사, 기관 등의 협력이 필요한 사안"이라며 "냉정하게 보면 우리 시가 확보했다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적지 않은 것 같다"고 부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이에 대해 이명수 의원은 28일 <아산톱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국회의원들이 대개 그렇게(다소 과장되게) 의정보고서를 만들지 않느냐. 그리고 (예산 확보) 연도가 1년씩 뒤로 밀어진 것 같다"고 말한 뒤 "고의적으로 과장되게 의정보고를 하려는 의도는 없었다. 보좌진들에게도 의정보고서 서두에 연결 선상에서 이뤄진 결과임을 알리라고 지시했는데 제대로 전달이 안 된 것 같다"고 답변했다. 아울러 "이진구 의원님에게도 찾아뵙고 사과를 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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