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공식 발표와는 다르게 안동 구제역이 "베트남에서 유입되지 않았다"는 주장이 전문가와 환경단체에 의해 제기됐다. 또한 이번 구제역 사태의 최초 발생지가 안동이 아니라는 주장도 함께 제기했다. 이번 주장은 지금까지 정부가 발표한 데이터에 근거한 분석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여진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 보건대학원은 2월 27~28일 이틀간 "대한민국 구제역사태 진실 찾기 현장답사"라는 이름을 내걸고 30여 명의 시민조사단을 꾸려서 안동의 최초 매몰지 및 구제역 발병 축산단지를 조사하고 28일(월) 오전 11시 안동시청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하여 위와 같은 입장을 밝혔다. 기자도 1박2일 일정에 함께 동행했다.
안동 구제역 베트남에서 오지 않았다시민조사단에서 전문연구를 맡은 김선경 연구원(서울대 보건대학원)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이유를 근거로 이번 구제역이 베트남에서 오지 않았다고 밝혔다.
① 권아무개씨 입국과 구제역 발병시점이 맞지 않다.정부가 구제역을 베트남에서 가져왔다고 지목하고 있는 권아무개씨가 안동에 도착한 날은 작년 11월 7일이다. 그러나 안동구제역은 11월 23일 증상이 발견되었고 11월 28일 발병 돼지에서 항체가 검출되었다. 김 연구원은 이를 근거로 문제의 농장이 구제역 바이러스에 최초 노출된 시점이 2010년 11월 20일 경일 가능이 높으며 이는 권씨의 안동 도착일인 11월 7일과 시간적으로 너무 멀다고 설명했다.
이를 뒷받침 하듯 베트남의 구제역 발병 시기는 작년 2월과 9월로 권씨가 베트남을 방문한 11월과는 시간 터울이 크고 권씨는 발병지역을 방문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②베트남 바이러스는 유전적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낮다.WRLFMD(구제역세계표준연구소)의 보고서를 살펴보면 2010년 베트남, 러시아, 중국, 몽골, 대만, 한국, 일본에서 발생한 구제역 바이러스는 대부분 'May-98' 계통이다. 우리 정부는 이를 근거로 안동 구제역이 베트남에서 왔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이는 신빙성이 매우 떨어지는 진단이다. 러시아, 중국, 대만, 일본에서 왔을 수도 있으며 한국 자연발생 일 수도 있는 것이다. 실제로 WRLFMD 보고서는 안동 바이러스와 가장 유사한 바이러스를 중국 바이러스로 밝히고 있다. 또한 연천, 강화, 파주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베트남 바이러스 보다 훨씬 안동 바이러스와 유사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는 것이다.
③구제역에 대한 기존 지식과 맞지 않다.김선경 연구원에 따르면 구제역이 발병하려면 돼지 등이 어느 수준 이상의 바이러스에 노출되어야 하는데 사람에 의해서는 그 정도의 바이러스가 전달될 가능성이 낮다고 했다. 또한 문제의 권모씨가 공항에서 검역을 받지 않은 것은 잘못이지만 바이러스는 샤워나 세안 등에 의해서도 대부분 제거가 되며 사람에 의해서 구제역이 전파되었다고 보고된 사례는 사실상 없다고 했다. 결국 안동 구제역이 권모씨에 의해 베트남에서 전파되었다는 정부 주장은 기존 지식과 맞지 않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환경보건시민센터와 서울대보거대학원은 앞서 살펴본 3가지 이유를 근거로 안동 구제역이 권모씨에 의해 베트남에서 전파되었다는 정부의 주장은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밝혔다. 무엇보다 구제역 확진('10.11.29 검역원) 이틀 만에 전파경로가 밝혀지는 것('10.12.1 유정복장관 국회보고)은 '과학의 세계(역학조사)'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못 박았다.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편견이 구제역 재앙을 불러더욱 큰 문제는 정부의 잘못된 진단과 함께 구제역에 대한 편견이 350만 두에 달하는 가축 살처분과 공무원 희생, 2차 환경오염이라는 구제역 재앙을 불러왔다는 사실이다.
시민조사단은 기자회견에 앞서 27일 권모씨의 농장(모돈장)을 방문하여 살처분 매몰지 현장 등을 둘러보았다. 구제역을 퍼뜨린 장본인으로 지목된 권아무개씨의 모돈(母豚)장은 1만1000두의 돼지가 생매장 되었다.
그러나 구제역에 걸린 돼지는 1마리도 없었다. 모두 예방차원에서 살처분된 것이다. 만일, 앞서 살펴본 대로 권씨가 구제역 바이러스를 가져온 것이 아니라면 애꿎은 돼지만 살처분한 꼴이 된다. 권씨의 모돈장은 어미 돼지 1마리가 1년에 29.5마리의 새끼를 낳는 등 전국에서 제일가는 모돈장 중의 한 곳이다(모돈장 평균 약15마리). 그만큼 위생 등 모든 면에서 철저히 관리를 해 온 농장이었다.
억울한 가축 살처분은 이것만이 아니다. 김선경 연구원에 따르면 "소는 15만 마리가 살처분되었으나 구제역으로 죽은 소는 단 1마리도 없었다"고 한다. 모두 예방차원에서 살처분된 것이다. 굳이 살처분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그에 따르면 구제역이 예방차원의 살처분을 할만큼 치명적인 질병이 아니라고 한다. 소의 경우에는 별다른 증상 없이 구제역이 지나가기도 하고 구제역 증상이 있더라도 허약한 소가 아니라면 10일 정도 증상을 보이다가 자가 면역에 의해 완치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과정을 거쳐야 집단면역체계가 형성이 되는데 지금처럼 예방살처분을 하게 되면 집단면역체계를 구성하지 못해서 더욱 취약하게 된다고 했다.
OIE(국제수역사무국)에 따르면 구제역 감염 가축의 폐사율을 1~5%(새끼돼지 50~100%)로 보고 있다. OIE의 공식에 한국의 소와 돼지를 대입하면 100% 감염 시 260만두 폐사, 30% 감염 시 78만두 폐사라는 결과가 나온다. 물론 이 수치는 백신을 접종하지 않을 때며 백신을 접종하면 절반 이하로 훨씬 줄어들 것이라고 한다. 현재까지 350만 두 이상을 살처분했으니 정부의 편견이 만들어낸 정책이 얼마나 무고한 희생을 강요하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안동 발병 이전에 이미 광범위하게 퍼져시민조사단은 안동 구제역이 베트남에서 오지 않았다는 것은 확실하지만 어디에서 왔는지는 섣불리 판단할 수 없다고 했다. 몇 가지 가정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섣부른 판단이 또 다시 그릇된 정책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했다. 정부에서 구제역 검역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과학자와 시민사회가 함께 토론하면서 해답을 찾아야만 한다고 했다.
시민조사단은 구제역 유입경로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자제했지만 "안동이 구제역 최초발생지 아니다"라고 결론 내리고 있는 것에 해답의 실마리가 있는 듯하다. 시민조사단의 세미나 자료(50페이지)에는 "*2010년 6월 청양 멧돼지 구제역 항체 양성, *2010년 6월 청양 한우 항체 양성, *2010년 12월 26일 여주 한우 농장 항체 양성, *2011년 1월 19일 강원도 한우 농장 2두 감염 항체 양성, 항원 없음"이란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즉, 시민조사단은 안동 구제역 발생 이전에 광범위하게 구제역 바이러스가 퍼져 있었음을 제기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에 구제역이 전국으로 확산될 수 있었으며 구제역 전파 방지를 목적으로 하는 살처분 중심의 대응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이제 다양한 가설이 전제 되어야 하고, 다양한 진단과 대응책이 논의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제2, 제3의 구제역 재앙을 막는 유일한 길일 것이다. 이를 위해 시민조사단은 무엇보다 정부의 구제역 검역정보 독점이 중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의 민주화가 없이는 그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
시민조사단은 안동 현장답사 활동을 마치면서 "정부는 구제역 피해자임에도 불구하고 가해자로 누명을 쓴 분들과 안동 시민 모두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하고, 이번 구제역 사태 유발 책임자(정부당국)는 깊이 반성"할 것을 촉구했다. 이번 안동에서의 시민조사단의 활동과 보고내용이 정부 당국자에게 진지하게 검토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