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용준씨가 운영하는 결혼정보회사(안성 봉산로터리)는 '국제결혼, 국내결혼' 따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진행하다가 보면 국제결혼 건수가 훨씬 많아진다. 알고 보니 우리시대의 결혼관과 깊은 연관이 있다. 도대체 어떤 상관관계가 있기에 그럴까.
농촌총각의 비애가 숨어 있었네"첨엔 대부분 국내 배우자를 찾으려고 남성들이 문을 두드려요. 하지만 후엔 국제결혼을 선택하시더라고요."이 말에는 이 시대 농촌총각들의 비애가 숨겨져 있다. 안성이 농촌도시다 보니 남성들이 주로 결혼정보회사를 찾게 된다. 하지만, 남성의 결혼조건이 유리하지 않다. '농사짓고, 부모님 모시고', 거기다가 내성적이기까지 하면 더욱 국내결혼은 힘들다. 요즘 여성들의 배우자 고르는 눈이 만만찮아서다.
국내 사람들끼리 연결해보지만, 번번이 미끄러진다. 남성 쪽에선 장가는 가야겠고, 결국 국제결혼을 고려하게 된다는 것. 박용준 대표가 운영하는 이 결혼정보회사도 엄연히 '국내결혼, 국제결혼' 모두 다 된다고 표방하지만, 어느 샌가 '국제결혼전문'으로 흘러가고 있다. 모두가 다 농촌도시에 이 회사가 있다는 이유다.
'술 석 잔', 쉬운 일 아니다중매 서는 일, '못 하면 뺨이 석 대, 잘하면 술이 석 잔.'이라 했다. 그만큼 중요하고, 또 성사시키기도 만만찮은 일이다. 그런데다가 국제결혼이라니. '술 석 잔'을 위해 두 배의 노력은 필수다.
먼저, 남성 쪽은 사전 면담을 몇 차례 한다. 면담을 통해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은 남성의 건실함. 건실하지 않으면 아예 시작부터 하지 않는다.
시부모될 사람들도 사전교육은 필수다. '시댁식구 지나친 간섭이 국제결혼가정 이혼사유 1위'(2009. 12. 11 노년시대신문)라는 신문 기사를 꼭 보여준다. 그만큼 며느리의 한국살이의 성공 여부가 시어른들의 배려에 달렸다는 것을 신신당부한다.
여성 쪽도 물론이다. '맞선 시 예비신부에게 질문사항 30가지'란 항목을 보여주며 예비 신부에게 당부한다. 이때, 한국생활에 대한 허황된 환상을 깨주는 것이 중요하다. 결혼이 성사되면 '신부가 한국생활에서 알아야 할 사항'이란 내용으로 풍습교육을 한다.
예비신랑이 베트남 현지에 첫 방문할 때 박 대표는 동행한다. 서로의 만남을 중개하고, 행정절차를 도우고, 결혼에 골인시킨다. 결혼에 골인하면 부부를 따라다니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어준다. 마치 신혼여행지 촬영기사처럼.
예비신랑은 첫 방문 2개월 후에 베트남을 방문한다. 신부 거주지 공안사무소에서 인터뷰로 테스트를 거친다. 예비신부도 약 4개월 간 베트남 현지에서 한국어와 한국문화 교육을 받는다. 예비신부는 한국어로 테스트를 거친다. 둘 다 통과 되어야 한국으로 시집오게 된다.
이런 과정들을 지휘하는 박용준 대표의 역할이 다양하다. 결혼상담은 기본이고, 사진사, 현지 가이드, 국제결혼행정 업무대행, 문화안내자 등. 뒤에 나오겠지만 외국인 출입국 관련 상담자까지.
국제결혼은 A/S가 필수계약상으로야 결혼에 골인하면 결혼대행 업무는 끝이다. 하지만, 농촌도시에 있다는 점과 국제결혼이라는 점 때문에 그럴 수 없다.
신부가 한국에 들어오면 비자 관리 상담도 해주어야 한다. 외국인 등록증에 관한 출입국사무소업무를 안내해 준다. 통상 2~3년 후면 신부의 주민등록증이 나온다. 이때도 박 대표의 손길이 필요하다.
살다가 '장인 장모'를 국내에 초대하고 싶을 때도 마찬가지다. 또는 신부의 친정나들이에도 행정절차가 필요하다. 농촌 총각이 언제 그런 일을 해볼 기회가 제대로 있었을까.
뿐만 아니라 결혼한 가정을 가끔씩 들러 안부를 묻는다. 아이가 태어나 백일, 돌 때도 초대를 받아 간다. 박 대표는 '아이 출산 소식'과 시부모가 '좋은 며느리 얻어줘서 고맙다'는 말을 들었을 때 무엇보다 보람을 느낀다.
사후 관리의 꽃은 역시 '안결모 결성'이다. '안성맞춤 결혼자 모임'의 준말인 이 모임은 박 대표를 통해 국제 결혼한 가정들의 매월 모임이다. 결혼한 부부 중 회장과 총무가 추대 되었다. 고문은 박 대표다. 매월 모임은 부부동반이다. 1차는 식당에서, 2차는 노래방까지.
"국제결혼, 당당하게 하라"간혹 농촌 남성 들 중 "장가 안 가면 안 갔지 국제결혼 안 해"라든지, "내가 뭐가 못나서 국제결혼까지 해야 하나"라고 말한단다. 이때 박 대표는 국제결혼의 산 증인으로서 이렇게 일러 준다.
"국제결혼에 대한 편견 버리고 나에게 맞는 좋은 인연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라.남의 이목보다 자신의 행복이 더 중요하지 않은가."
"세 명만 결혼시켜도 천당 간다"는 옛말보다 더 많이 결혼성사시켰다며 자신의 일을 자랑스러워하는 박용준 대표. 그를 농촌가정 지킴이라 부른다면 과장된 것일까.
덧붙이는 글 | 이 인터뷰는 지난 2일 박용준 씨의 결혼정보회사 사무실(안성 봉산로터리)에서 이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