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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일암 난간에 서서 본 바다. 시원한 수평선이 펼쳐진다.
향일암 난간에 서서 본 바다. 시원한 수평선이 펼쳐진다. ⓒ 전용호

변산바람꽃이 피었을까?

2월 마지막 날. 이슬비가 내렸다. 봄비겠지. 이른 봄 내리는 이슬비는 상쾌한 기분을 즐기게 한다. 맞아도 싫지 않은 비. 괜히 노래가 흥얼거려지기도 한다. '봄 비속에 떠난 사람~, 봄비 맞으며 돌아왔네~♬' 차는 구불구불한 해안도로를 따라 돌산 끝자락 향일암으로 향한다.

해를 향한 암자 향일암. 항상 관광객들로 북적이던 향일암은 비가 오는데다 평일이다 보니 한산하다. 주차장에서 차를 통제하지 않아 차를 타고 들어서는 기분도 좋다. 주차비(3천원) 절감. 향일암에 변산 바람꽃이 피었을까? 너무 늦은 건 아닌지….

바람꽃? 이름도 좋다. 바람꽃은 여러 종류가 있는데 그중 으뜸이 변산바람꽃이다. 변산에서 처음 발견되었다고 해서 이름이 붙었다. 변산바람꽃은 최근 들어 여러 곳에서 발견되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꽃을 볼 수 있는 곳이 제한적이다 보니 찾아가서 보아야 하는 꽃이다. 올해는 추위가 길어 꽃피는 시기가 조금 늦다. 며칠 따뜻하더니 갑자기 다 피어버린 게 아닌지 조바심만 난다.

 비에 젖은 변산바람꽃
비에 젖은 변산바람꽃 ⓒ 전용호

 변산바람꽃. 활짝 핀 꽃잎이 작은 꽃이지만 크게 보인다.
변산바람꽃. 활짝 핀 꽃잎이 작은 꽃이지만 크게 보인다. ⓒ 전용호

바람꽃을 찾아 숲으로 들어간다. 넝쿨을 헤치고 들어서니 하얀 꽃들이 여기저기 옹기종기 모여서 환하게 피어있다. 꽃들은 비를 맞아 더욱 상큼하게 보인다. 땅에서 피는 작은 꽃인데도 불구하고 크게 느껴지는 것은 꽃잎을 활짝 피운 모습 때문일까? 수술이 보라색을 띠어 순수하면서도 화려한 멋을 가졌다.

관음보살을 모신 불전이 3곳이나 있는 관음기도처

향일암 입구 도로변에는 동백이 아직 꽃을 피우지 않았다. 향일암으로 오른다. 상가에는 돌산갓김치를 무치고, 삶은 홍합을 널어서 펼쳐 놓았다. 매표소를 지나 계단을 오른다. 향일암으로 가는 길은 감탄을 자아내게 한다. 어떻게 이런 바위사이로 길을 찾아서 암자 터를 잡았을까? 그것도 섬에까지 와서. 향일암을 창건한(644년) 원효대사가 대단하게 느껴진다.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레 형성된 석문을 몇 개 지난다.
향일암으로 가는 길에 자연스레 형성된 석문을 몇 개 지난다. ⓒ 전용호

 팽나무, 느티나무와 어울린 향일암 바다 풍경
팽나무, 느티나무와 어울린 향일암 바다 풍경 ⓒ 전용호

향일암은 창건 당시에는 원통암이라고 불렀다. 그래서 주 불전이 원통보전인가 보다. 원통보전은 관음보살을 모시는 불전인데…. 향일암에는 원통보전 외에도 관음보살을 모시는 관음전이 2개나 더 있다. 종각 옆에 하나가 있고, 바위로 된 자연 석굴을 여러 개 지나 올라가면 절집 맨 위에 관음전이 또 있다. 관세음보살이라고도 부르는 관음보살은 현실세계의 고통을 없애주는 보살이다. 관음보살을 모시는 곳이 세 곳이나 되니 우리나라 최고의 관음기도처라 할 수 있겠다.

향일암에서 보는 바다는 넉넉하다. 향일암 난간에 기대어 멀리 수평선을 바라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바위 벼랑에 어울린 팽나무며 느티나무의 앙상한 풍경은 바다와 어울려 분위기 있는 풍경을 만들어낸다. 홀로 고독해지고 싶을 때 한적한 향일암을 찾아오면 좋겠다.

 관음기도처인 향일암에는 관음전이 두 곳이 있다.
관음기도처인 향일암에는 관음전이 두 곳이 있다. ⓒ 전용호

 관음전에 붉은 동백이 바다를 향해 피어있다.
관음전에 붉은 동백이 바다를 향해 피어있다. ⓒ 전용호

향일암에서 가장 빨리 동백을 볼 수 있는 곳이 바다로 향한 관음전이다. 관음전 난간 아래는 동백나무가 푸른 숲을 이루었다. 관음전 처마 아래로 빨간 동백이 몇 송이 피어 반짝거린다. 동백이 매력적인 건 빨간 색깔이 아닌 노란 색깔이다. 샛노랗게 빛나는 수술은 만지면 꽃가루를 날릴 것 같이 잔뜩 부풀어 있다. 새색시 같은 꽃.

무한리필, 여수 돌게장의 달달한 짠맛

돌산대교를 다시 건너 봉산동 게장거리로 향한다. 여수 대표적인 음식 중 하나가 돌게장이다. 밥도둑이라고 부르는 게장은 여러 가지 게로 담는다. 서해안 쪽에서는 꽃게로 많이 담지만 남해안인 여수에서는 조금 딱딱한 돌게로 게장을 담는다. 돌게는 집게발이 아주 단단하여 깨물어 먹기가 쉽지 않다.

게장거리는 좁은 골목에 돌게장 백반을 파는 집들이 몇 군데 모여 있다. 점심시간 무렵에는 식당 앞에 긴 줄이 선다. 게장집들이 많은데도 꼭 두 집으로만 몰린다. 동물이름을 가진 집들. 다른 데로 갈까도 생각하지만 이상하게도 사람이 많이 모이는 곳이 맛있을 거라는 기대심리가 사람을 기다리게 한다.

 여수 봉산동 게장거리에서 만난 돌게장
여수 봉산동 게장거리에서 만난 돌게장 ⓒ 전용호

 밥맛을 당기는 양념게장
밥맛을 당기는 양념게장 ⓒ 전용호

게장백반은 단순하다. 게장과 양념게장이 주 메뉴다. 찌개도 나오고, 굴젓과 멍게젓도 나온다. 하지만 게장 하나면 된다. 매콤한 양념게장에 밥 한 숟갈, 달짝지근하면서 짭조름한 게장에 밥 한 숟갈. 그렇게 밥 한 그릇 뚝딱.

여수 돌게장의 매력은 짠맛을 즐길 수 있도록 만든 달콤함이다. 1인분에 7천 원인데 반해 게장은 무한리필이다. 게장에 한이 맺혔으면 얼마든지 먹어도 된다. 하지만 부작용이 있다. 달달한 짠맛. 너무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다. 결국 무한리필은 적당히 먹으라는 말이다.

볼 것 많은 섬, 돌산도

돌산도에는 너무나 유명한 향일암 말고도 아름다운 절이 두 곳이 더 있다. 해맞이 장소로 유명한 용월사에 가면 시원한 바다를 볼 수 있다. 상록수림 속에 숨어있는 은적사도 좋다. 커다란 소나무가 반겨주고 동백꽃이 뚝뚝 떨어져 있는 길을 걸어서 절집으로 들어가는 맛이 좋다.

바닷가를 걷기에 너무나 좋은 무술목이 있다. 커다란 몽돌과 아주 단단하고 가는 모래가 있어 걸어 다녀도 발이 빠지지 않는다. 사랑하는 연인이 오면 해변을 걸어보고, 애들과 함께 오면 갯바위에서 바다생물들을 구경할 수 있어 즐겁다.

 돌산에는 볼게 많다. 왼쪽 위부터 돌산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 신기마을에서 군내리까지 걸어가는 길, 무술목의 해변 풍경, 은적사 일주문, 향일암에서 성두마을로 걸어가는 길 풍경
돌산에는 볼게 많다. 왼쪽 위부터 돌산공원에서 바라본 돌산대교, 신기마을에서 군내리까지 걸어가는 길, 무술목의 해변 풍경, 은적사 일주문, 향일암에서 성두마을로 걸어가는 길 풍경 ⓒ 전용호

돌산공원에 올라서면 여수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돌산대교의 웅장한 모습도 보고, 바닷가 도시의 전형을 볼 수 있는 산비탈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집들도 볼 수 있다. 장군도 앞을 지나는 여객선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기는 것도 좋다.

산길을 걷고 싶으면 돌산 종주길(32㎞)이 있고, 향일암에서 성두마을 까지 걸어가는 오솔길도 있다. 향일암 가는 도로를 벗어나서 해안도로 어디를 걸어도 좋다. 차가 많이 다니지 않아 바닷가를 보면서 쉬엄쉬엄 걸어갈 수 있다. 길을 걷다 보면 버스는 어디서나 온다.


#향일암#변산바람꽃#동백#돌산도#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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