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27일 <오마이뉴스> 보도 이후 동덕여대 청소노동자 휴게실에 변화가 생겼다. 보도 이후인 지난 2월 총 12개 건물 중 3개에 불과했던 휴게실이 8개로 늘어난 것이다.
동덕여대 관계자는 "원래 (휴게실) 확충 계획을 갖고 있던 중에 보도가 나가 안타까웠다"며 "하지만 기사가 나간 뒤 사업 진행이 빨라졌다"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에 따르면, 보도가 나간 바로 다음날 총장이 직접 동덕여대 내 모든 청소 노동자 휴게실을 둘러봤다고 한다. 정치학자 출신의 김영래 총장은 지난 8월 취임했다.
휴게실 늘어났지만 '취사불가'는 아쉬움으로 남아 김 총장은 4일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우리나라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의 생활 환경이 좋지 않다"며 "그런 분들에 대한 처우라든가 작업요건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김 총장은 보도가 나간 이후 학내 청소노동자들에게 점심식사를 대접하기도 했다. 홍현숙 공공노조 동덕여대 분회장은 "총장님이 식사자리에서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와서 해도 좋다'고 말씀하셨다"라고 전했다.
기자는 동덕여대 관계자들과 함께 새로 만들어진 휴게실을 둘러보았다. 새로 지어진 휴게실은 지하 1층 계단 옆에 지어진 인덕관 휴게실을 제외하고는 모두 2~4층에 위치하고 있었다. 창문을 통해 빛이 잘 들어오고, 바닥에는 온돌 판넬이 설치돼 따뜻한 편이었다. 선풍기와 냉장고도 비치돼 있었다.
다만 기자가 만난 청소노동자들은 바뀐 시설에 약간의 아쉬움을 나타냈다. 공간이 늘어난 데에는 만족하지만 새로 생긴 공간에서 취사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동덕여대 내 취사가 가능한 청소노동자 휴게실은 기존 3곳에 불과하다. 홍현숙 분회장의 얘기다.
"취사가 불가능하다면 늘어난 시설이 소용없다. 점심시간에는 밥을 먹으러 멀리까지 이동해야 한다. 도시락을 싸오기도 했지만 너무 차가워 먹을 수가 없다."홍현숙 분회장은 "처음에는 늘어난 공간에서 취사도 할 수 있는 줄 알고 학교에 감사하는 마음이 컸다"며 "하지만 어제부터(3일 오후) 갑자기 취사를 하지 말라고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총장님께 말씀을 드리려고 비서를 몇 차례나 찾아갔지만 만날 수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한 청소노동자도 "커피포트로 물도 못 끓여먹게 하는데 이게 무슨 휴게실이냐"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많은 사람이 한 공간을 나눠 써야 하는 것도 문제로 남았다. 현재 숭인관 휴게실에서는 6명이 함께 휴식을 취한다. 숭인관을 맡고 있는 청소노동자 4명과 바로 옆 건물인 음악관을 맡고 있는 청소노동자 2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다. 숭인관 휴게실의 크기는 약 3~4평이다. 새로 생긴 휴게실 5곳의 크기가 모두 비슷하다.
음악관을 맡고 있는 한 청소노동자는 "공간 크기에 비해 사람이 너무 많다"며 이런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숭인관에서 휴식을 취하는 노동자 중에는 노조 조합원과 비조합원이 섞여 있다. 아무래도 불편할 수 밖에 없다. (<오마이뉴스>의) 보도가 나간 뒤 학생관 창고를 개조해 만든 휴게실을 더 이상 사용하지 말라고 했다. 창고는 비좁으니까 원래 있던 큰 휴게실로 가서 쉬라고 했다. 좁더라도 여러 명이 아닌 2명이 지내는 게 더 좋다."
'총장과의 대화'로 문제 해결 위한 대화창구 열어둬이 같은 지적과 관련, 동덕여대의 한 관계자는 "학내 공간이 부족한 상황이라 모든 요구 사항을 들어줄 수는 없다"며 "학생, 교수를 위한 공간도 부족한 상황"이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는 "동덕여대는 캠퍼스가 작은 편이라 건물 간 이동거리가 그렇게 멀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동덕여대 용역업체 관리소장도 "취사의 경우 음식 냄새와 화재 문제 때문에 제한을 두고 있다"며 "모두 허용해주면 관리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김영래 총장은 취임 뒤 주기적으로 '총장과의 대화'를 열고 있다. 그에 따르면, 사전에 신청만 하면 학교의 모든 구성원들이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오는 8일에는 제3회 총장과의 대화가 열릴 예정이다.
홍현숙 분회장은 '총장과의 대화에 참여할 생각은 없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그런 것이 있는지 몰랐다"며 "일단 면담신청을 해놨는데 다음주 수요일 쯤에 연락을 준다고 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동덕여대 청소노동자, 학교 관계자의 의견들을 들어본 결과, 서로 처지는 달랐지만 양측 모두 대화를 통한 문제 해결을 바라고 있었다. 동덕여대가 청소노동자들과의 관계에서 모범을 보일 수 있을지, 앞으로의 모습이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덧붙이는 글 | 김수진 기자는 <오마이뉴스> 13기 인턴기자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