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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란 무엇인가? 그저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나이만 먹고 생로병사의 수순에 의거하여 결국엔 생을 마감하는 것으로 그치는 것일까? 나이가 오십이나 되었으되 하지만 이뤄놓은 거라곤 그야말로 쥐뿔도 없었다.(경제적으론)

 

굳이 따지자면 그저 두 아이를 대학까지 보냈다는, 하지만 매우 초라한 '성적표'뿐일 따름이었다. 그러나 그같은 성적은 누구나 다 거둘 수 있는 아주 보편타당한 당연지사의 영역이란 생각에 자괴의 닻이 정박했다. 사이버 대학을 만난 것은 이러한 회의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였다.

 

집으로 배달된 모 월간지를 보던 중 그 안에 삽입된 사이버 대학의 신입생 모집광고가 내 운명을 가른 것이다.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주저 없이 그 대학의 홈페이지에 들어갔다. 그리곤 회원가입과 신입생 신청까지를 단김에 마쳤다. 이어서 펼쳐진 '신세계'는 나로선 가히 무릉도원이자 신비경(神祕境)의 환희까지를 안겨주는 연속의 파노라마로 펼쳐졌다.

 

온라인으로 진행되는 교수님들의 열강을 보면서 노트에 필기하는 배우는 기쁨은 흡사 이팔청춘이 연모하던 이성을 만나는 그런 흥분의 연속이었다. 이어선 드디어 난생처음의 오프라인 수업이 있대서 나가봤다. 심장이 터질 것만 같은 동동거림의 발걸음을 옮겨 참가한 거기서 나는 가장 나이가 많은 '꼰대'였다.

 

그렇지만 기죽거나 꿀릴 하등의 원인은 없었다. 배운다는데 나이가 뭔 대수랴! 통성명을 하면서 "우리 모두 30대부터 나처럼 50대까지 나이가 다양하니 단순하게 공부만 할 게 아니라 수업 뒤엔 뒤풀이라도 하면서 친교의 탑을 층층이 쌓아 보자"고 건의했다. 그게 받아들여져 때론 공부보다는 잿밥에 눈이 먼 것처럼 정작 뒤풀이의 술이 그리워 참석했던 적도 없지는 않았다.

 

3년 과정의 공부였지만 중도 탈락자는 무시로 발생했다. 사이버 대학의 특성이 본디 직장인의 주경야독(晝耕夜讀)인지라 그같은 경우는 사실 피할 수 없는 것이긴 했지만 말이다. 여하튼 1년 과정을 마치는 날 동기생들이 뒤풀이에서 이구동성으로 날 칭찬했다. "우린 솔직히 홍 선생님이 얼마나 공부하다 중간에 그만둘까를 염려했습니다. 그러나...!"

 

딱히 내세울 것도 없는 워킹푸어의 중늙은이에게 그같은 찬사는 더욱 열공하지 않으면 안 되는 압박과 족쇄로 작용했다. 나는 작년 12월 29일 마침내 영광의 졸업장을 받았다. 다 아는 상식이겠지만 세상에서 가장 힘든 '시험'이 바로 자기와의 싸움에서 이기는 것이다.

 

나이를 망각케 해 주며 또한 배우는 기쁨을 새록새록하게 해 주었던 사이버 대학의 오프라인 수업에 오십의 신입생이 머쓱한 따라지(보잘 것 없는 사람)로서 노크했던 3년 전의 이맘때가 불현듯 그리움의 촉수(觸鬚)로 다가온다.

덧붙이는 글 | SBS에도 송고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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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서: [초경서반]&[사자성어는 인생 플랫폼]&[사자성어를 알면 성공이 보인다]&[경비원 홍키호테] 저자 / ▣ 대전자원봉사센터 기자단 단장 ▣ 月刊 [청풍] 편집위원 ▣ 대전시청 명예기자 ▣ [중도일보] 칼럼니스트 ▣ 한국해외문화협회 감사 / ▣ 한남대학교 경영대학원 최고경영자과정(CEO) 수강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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