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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의 윤도현 록이 대중적이지 못해 계속 걱정하는 그
<나는 가수다>의 윤도현록이 대중적이지 못해 계속 걱정하는 그 ⓒ MBC

 

3월 6일 첫 선을 보인 MBC <우리들의 일밤 - 나는 가수다>(이하 <나는 가수다>, 일요일 오후 5시20분 방송)에 대한 시청자들과 누리꾼들의 반응이 뜨겁다.

 

방송 이후 <나는 가수다>에 관련된 가수나 노래들이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순위 상위권을 휩쓸고 있고, 각종 온라인 게시판도 이들 이야기로 도배되고 있다. 하루가 지난 오늘은 이소라 '바람이 분다', 박정현 '꿈에' 등 7인의 가수가 불렀던 명곡들이 음원차트에서 순위가 급상승했다고 하니, 향후 여파가 어디까지 퍼질지는 가늠할 수 없을 정도다.

 

물론 <나는 가수다>의 시청률은 아직 한 자릿수(8.9%)다. 그러나 기존 <일밤> 코너들의 허무한 끝을 떠올려본다면 이는 대단한 변화임이 분명하다. 주말 황금시간의 TV 프로그램 중 MBC가 그 이슈를 선점한 적은 참으로 오랜만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쟁사 KBS의 <1박 2일>은 어제 새로운 여섯 번째 멤버 엄태웅을 공개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가수다>가 이와 같이 뜨거운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프로그램이 폭발력을 지니고 있음을 의미한다.

 

과연 뛰어난 7명의 가수들을 불러 모아 서바이벌 형식으로 노래대결을 시킨다는 이 단순한 구조의 프로그램이 이렇게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드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수다운 가수를 보고 싶다

 

<나는 가수다>의 이소라 최정상의 가수
<나는 가수다>의 이소라최정상의 가수 ⓒ MBC

 

<나는 가수다> 인기의 이유를 추측하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최근 '세시봉 열풍'에서 볼 수 있듯이 그것은 말 그대로 가수, 노래하는 사람을 보고 싶은, 아니 듣고 싶은 대중의 욕구 때문이다.

 

<나는 가수다> 홈페이지의 시청자 글들을 보자. 대부분의 의견이 7명 가수들에 대한 감탄이었다. 어쩜 그리 노래들을 잘 부르는지. 나 역시 가수들의 노래를 그렇게 절절하게 들었던 것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심사위원 입장으로, 아이돌이 나오는 음악 프로그램은 눈요깃감으로 보던 것이 최근 우리 사회의 일반적인 관점 아니었던가.

 

이와 같은 맥락에서 많은 시청자들이 7명의 가수 속에 절대 '아이돌 가수'를 넣지 말아달라고 지적하는 것은 우연이 아니다. 지금과 같은 스타 양성 시스템에서 만들어지는 아이돌들이 적게는 가수 8년차 정엽에서부터 많게는 20년 경력의 김건모를 따라잡을 수 없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과연 지금의 아이돌 중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 대형 기획사의 도움을 받지 못할 때 홀로 서서 노래를 부르고, 음악을 할 수 있는 이가 몇 명이나 있을까? 자본주의 시장에서 돈을 벌기 위해 상품으로 만들어진 아이돌의 노래가 얼마나 오랫동안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까?

 

물론 아이돌 중에서도 노래 잘하는 이들은 많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가수라 부르는데 주저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만들어진 존재이기 때문이다. 가수가 가창력보다는 외모를 내세우고, 노래를 부르기보다는 나의 상품성을 극대화시키는 지금의 스타 시스템. 그것은 결국 사람의 내면보다는 외모, 학벌 등을 중요시하고, 기회만 된다면 내 자신을 상품화 시키는데 아무런 거리낌이 없는 사회의 반영이다. 청소년들은 아이돌에 열광하지만 결국 그것은 공평하지 않은 기회에 대한 선망일 뿐이며, 이는 사회적으로 더 큰 욕망과 허탈함을 생산한다.

 

김범수는 지적한다. 가수는 노래로 말을 하고, 음악으로 감동을 주는 사람이니 눈으로 보지 말고 귀로 듣길 바란다고. 결국 많은 이들이 <나는 가수다>에 열광하는 것은 이 당연한 진리마저도 왜곡된 현재 사회에 대한 반작용이다. 가수가 가수답지 않은 사회에 대한 불만. 바로 이것이 <나는 가수다>의 인기 원인인 것이다.  

 

서바이벌은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 어느새 20주년이 된 그
<나는 가수다>의 김건모어느새 20주년이 된 그 ⓒ MBC

 

가수다운 가수의 노래를 들려주는 <나는 가수다>. 그러나 프로그램의 한계는 존재한다. 이미 많은 이들이 지적했듯이 '서바이벌' 방식이 그것이다. 최고의 가수들을 불러 모아 아마추어 관객들에게 노래를 들려준 다음, 그들의 투표로 한 명의 가수를 탈락시킨 뒤, 또 다른 가수를 채워 넣는 잔인한 경쟁 형식.

 

혹자들은 프로그램이 계속 이어질 만큼 훌륭한 가수 층이 얼마나 두껍겠느냐고 걱정하지만, 정작 우리가 고민해야 할 것은 서바이벌 형식을 통해 뛰어난 가수들의 최선을 이끌어낼 수밖에 없는 지금 이 사회의 경쟁 시스템이다. '아이돌'이란 가장 자본주의적인 상품을 극복하기 위해, 극한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작동시키는 모순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일렬로 세울 수 없는 다양한 음악과 가수들을 굳이 경쟁시켜야 재미있다고 느끼는 현 시대와 우리들. 결국 그것은 신자유주의의 경쟁에 길들여져 공존이란 것에 무뎌진 우리들의 자화상이다. 말 그대로 1등만 기억하는데 익숙해진 더러운 사회. 그 속에서 승자는 얼마나 행복할 수 있으며, 패자는 또 얼마나 비참해야 하는지.

 

그러나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내가 희망을 느끼는 건 프로그램 속에 '극한 경쟁을 통해 이끌어내는 재미'라는 구조적 모순을 극복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바로 7가수들이 가지고 있는 음악의 다양성.

 

이미 우리는 첫 방송을 보면서 7명의 가수가 각자만의 색깔로 얼마나 다른 노래를 부를 수 있는지 확인했다. 굳이 평가를 하라고 하니 평가할 뿐이지 어찌 이소라와 윤도현을, 김건모와 박정현을 무슨 기준으로 평가하겠는가.

 

아마도 시청자들은 회를 거듭하면 거듭할수록 7명 가수 각자만의 색깔을 인식할 것이며 그로써 상생을 떠올릴 것이다. 극한 경쟁으로 시작되었던 무대가 스스로의 진화를 통해 공존을 모색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상생이라는 분위기 속에서 가수들은 전혀 창피하지 않게 탈락할 것이고, 대신 다른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그 자리를 채워 축제를 이어날 것이다. 아니, 그러길 바란다.

 

어제 한 편 본 <나는 가수다>가 결코 단순한 MBC <일밤>의 야심작이 되어선 안 된다. 그것은 무한경쟁에 내몰린 사회 구성원들을 위로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하며, 아직까지도 신자유주의란 잔인한 현실에 처절하게 내팽겨져 있는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되어야 한다.

 

부디, MBC의 <나는 가수다>가 초심을 잃지 않고 끝없이 진화하길 바란다. 윤도현의 말마따나 20년 전 보았던 김건모의 '잠 못 드는 밤 비는 내리고'를 TV에서 보는 것만 해도 감격이지만, 그 감흥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사족 : 개인적으로는 쌀집아저씨를 다시 한 번 믿어봅니다. 그 재미없는 소재인 이경규의 양심냉장고도 성공시키지 않았습니까.


이 기사는 유포터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나는 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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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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