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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광동호텔

 중국 정주의 상업지구에 있는 광동호텔
중국 정주의 상업지구에 있는 광동호텔 ⓒ 최지혜

중국 정주, 낙양 여행기 두번째 이야기는 우리가 묵은 호텔 이야기로 시작하려 한다. 중국에서의 첫끼, 종업원들의 시선을 한몸에 받으며 식사를 끝낸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호텔로 이동했다. 원래 일정대로라면 '풍락원호텔'이었으나 '광동호텔'로 변경되었다. 이동하는 도중 안내자에게 들은 바에 의하면 '주걸륜'이 정주 방문 당시 묵었던 호텔이라고 한다. 유명인사가 묵었던 호텔이니 기대가 클 거라고 생각했는지 많은 기대는 하지 말라는 당부도 덧붙인다.

안내자의 말을 듣고 기대를 접었건만, 시설은 기대 이상이다. 깔끔하게 잘 정리된 로비는 안락함마저 제공한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로비에서만큼은 와이파이(wifi)가 잡힌다는 사실이다. 인터넷에 목마른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일행들은 호텔에 들어서자마자 체크인은 뒷전, 로비에 모여 서서 쏟아지는 와이파이를 받아 먹는 진풍경을 연출해낸다.

나 역시 간만에 갈증을 달랠 수 있었다. 서울에서는 어딜 가나 잡히는 와이파이 때문에 그 소중함을 몰랐는데 중국에서만큼은 사막에서 우물을 찾은 기분이랄까? 게다가 외국이라 3G도 자유롭지 않아 더더욱.

안내자가 객실 열쇠를 받아 전해줬다. 2명이 한 방을 사용하게 되며 인원수에 맞춰 2개의 열쇠가 주어진다. 열쇠는 아침에 조식을 먹을 수 있는 식권으로도 이용되는 것이라 잊어버리면 아침을 못 먹을 뿐만 아니라 벌금을 지불해야 한다. 나는 하나패밀리 구성원인 니키님과 한 방을 쓰게 되었고, 엘레베이터를 타고 배정된 방으로 이동했다.

 셋째날 이용한 광동호텔의 스위트룸
셋째날 이용한 광동호텔의 스위트룸 ⓒ 최지혜

광동호텔은 정주에서 밤을 보내는 첫째날과 셋째날 두 번 이용하게 된다. 첫날은 일반실을 이용했고, 셋째날은 방이 모자라 운이 좋게도 스위트룸을 이용하게 되었다. 시설에는 별 차이가 없다. 단지 크기의 차이일 뿐.

정주가 상업도시로 거듭나고 있는 지역이다 보니 사업차 찾는 내외국인들이 많은 것도 사실. 그래서인지 객실은 깔끔하다. 삐걱거리는 침대와 좁은 내부를 예상했던 나로서는 조금 의외였다. 널찍한 침대와 깨끗한 침구는 이틀동안 숙면을 도와줬다.

여행을 하다보면 객실이 너무 더워서, 또는 너무 추워서 불편함을 겪는 일이 한두번이 아닌데 광동호텔은 객실 내에 온도조절기가 있어 원하는 온도를 스스로 맞출 수 있다는 점이 좋았다.

220v의 전압을 사용하고 있어 한국에서 가져간 전자제품들을 사용하는데 불편함이 없고, 객실내에는 물을 끓여 먹을 수 있는 커피포트도 준비되어 있다. 셋째날, 컵라면을 먹기 위해 물을 끓이려고 커피포트 뚜껑을 열었을 때는 약간 당황하긴 했다. 안에 칠이 벗겨져 때가 탄 걸로 보여서 잠시 망설였다. 물로 잘 헹궈서 사용했고, 지금까지 건강하게 살아있으니 걱정은 붙들어매도 좋다.

 광동호텔 정저우점은 샤워실에도 물품이 잘 구비되어 있다
광동호텔 정저우점은 샤워실에도 물품이 잘 구비되어 있다 ⓒ 최지혜

욕실은 샤워실과 세면대로 나눠져 있고, 수건, 드라이기, 샴푸, 바디 워시등이 구비되어 있다. 화장실에 휴지가 없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프론트에 전화해서 가져달라고 하면 된다. 단, 중국하면 영어를 잘할 것 같지만 혜택받은 사람들만 고급교육을 받아서인지 영어가 잘 통하지 않아 답답한 경우가 많다. 객실전화기에도 여러 부서로 통하는 버튼이 있기 때문에 잘 선택해서 주문을 하는 것이 관건.

조식은 7시부터 28층 라운지에서 가능하다. 정주 시내를 여러 방면에서 내려다볼 수 있는 회전식 스카이 라운지라는 점이 특징이다. 밥보다는 잠을 선택한 나는 조식을 포기했지만 식사를 한 일행들의 말에 의하면 안 먹길 잘했다고 한다. 어차피 호텔 조식이라는 것이 다 거기서 거기겠지만 특별히 더 먹을 것이 없었다고 한다.

2. 정주 보행거리와 2·7기념탑

 중국의 명동거리쯤이라고 할 수 있는 정주보행거리
중국의 명동거리쯤이라고 할 수 있는 정주보행거리 ⓒ 최지혜

호텔에 짐을 풀고 일행들과 함께 정주 보행거리로 나왔다. 호텔 바로 옆으로 나 있는 보행거리는 정주에서 가장 번화한 상업구의 중심지다. 철도가 놓인 1950년 이후에 조성된 거리여서인지 정주 기차역 주변으로 조성되어 있다. 거리로 나가자마자 가장 먼저 느낀 이미지는 서울의 명동거리쯤. 양쪽으로 옷가게며 전자상가를 비롯한 다양한 상점들이 불을 밝히고 있고 골목 안쪽으로는 드문드문 유흥업소도 보인다.

길가에 등을 세워 홍보를 펼치고 있는 361˚라는 것이 길을 걷는 내내 궁금했는데 검색을 해보니 중국의 유명 스포츠용품 브랜드라고 한다. 아시안게임에서도 홍보를 했을 정도니 꽤 큰 회사인가 보다. 88올림픽 이후 우리나라의 '르까프'나 '프로스펙스' 정도라고 하면 되겠다.

 노동운동을 기념하여 세운 2·7기념탑이 있는 광장
노동운동을 기념하여 세운 2·7기념탑이 있는 광장 ⓒ 최지혜

보행거리를 지나 큰길 쪽으로 나오면 큰 광장이 나오고 그 중심에 2·7 기념탑이 있다. 2·7 기념탑은 노동운동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탑이다. 1923년 2월 1일 경한철로 직원들이 철도노동조합을 설립하자 이들의 집결을 우려한 북양군부가 조합을 무력으로 진압하였고, 이 과정에서 두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 사건을 계기로 2월 7일 정주에서 전국 노동자 대표대회가 열리고 대규모 파업이 일어났으며, 이를 기념하기 위해 탑을 건립했다. 목숨을 잃은 두 명의 노동자를 기리기 위해 두 개의 탑을 쌍둥이처럼 같은 모양으로 지은 것이다. 밤에는 조명이 켜져서 아름답다고 들었는데 오늘은 안타깝게도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중심이 되는 거리치고 많이 한적하다 했는데, 사람들이 죄다 광장에 모여 있었다. 1년만에 온 눈이라더니 그 반가움을 온몸으로 표현하며 즐기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들의 분위기에 취해 우리 일행들도 서로 눈뭉치를 던지며 깔깔댄다. 낯섦 때문에 또는 길이 미끄러워 그 무리에 끼지 못하는 나는 먼발치에서 그저 흐뭇한 미소로 바라만 볼 뿐이다. '역시 젊음이 좋구나'라며.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
길거리 음식을 파는 노점상 ⓒ 최지혜

우리나라의 떡볶이, 오뎅, 핫도그 등을 파는 노점상. 한 나라의 노점상은 그 나라의 진짜배기 음식문화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아닐까 싶다. 중국에도 물론 노점상들이 있다. 어스름한 불빛에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하얀 김이 자연스럽게 발걸음을 이끈다. 한국이라면 바로 다가가 오뎅 국물에 추운 몸을 녹였을 나지만 타국에서는 선뜻 용기내지 못했다. 옆에 있던 일행도 먹고 싶다는 말만 하고 주춤거린다.

"음식의 정체가 뭔지 몰라서 못 먹겠어요."

중국에 대해 너무 심한 편견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옆에 누군가가 용기를 내줬다면 못이기는 척 따라갔을텐데 아쉽게도 다들 사진만 찍어댈 뿐이다.

거리 산책을 마치고 다시 호텔로 돌아왔다. 중국여행 첫날밤의 마지막은 이번 여행의 핵심 구성원들이 야심차게 준비한 술자리. 방이 좁아 2개의 침대를 세우고 20명이 모두 둘러 앉았다. 출국 전 공항 면세점에서 구입한 술들과 호텔 앞 구멍가게에서 구입한 향신료 냄새 가득한 안주들이 함께다. 젊은 피들이 섞여 있어 술자리가 시끌시끌하다. 얼마만의 시끌벅적함인지 모르겠다. 처음 만난 이들이지만 하루를 보내고 술잔을 기울이니 조금은 어색함이 풀리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한참 중국 과자를 탐닉하고 있는데 "과자에서 암내가 나"라는 한마디로 모두의 시선과 후각을 그 과자에 집중시킨 '미스티러브'님의 일화는 정말 기억에 남는다. 뒤늦게 합류하는 일행들을 속이며 즐거워하는 모습들은 한없이 천진난만해보였다. 모두가 아니라고 할 때 마다하지 않고 너무 잘 먹던 한나님은 얼굴만큼 식성도 예쁘다.

한참 술자리를 즐기고 있는데 룸서비스로 주문한 얼음이 다 떨어졌다. 일행들이 돌아가며 프론트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어설픈 중국어는 알아듣지 못하고, 아주 쉬운 'ICE'라는 단어조차 모른다. 중국어를 전공했다는 이유로 한번만 다시 전화해보라는 성화에 떨리는 마음으로 수화기를 들었다.

"我需要氷(워수이야오빙)"
"노우(NO)!"

중국어로 물었건만, 내내 알아듣지도 못하던 영어로 대답하는 건 뭐람? "沒有(메이요)?"라고 다시 확인 후 없다는 대답을 듣고서 다시 끊었다. 그리고 잠시 후 방으로 얼음이 배달되었다. 어쨌든 난 해낸 거다.

한참 분위기가 무르익을 때쯤 조용히 빠져나왔다. 다음날 6시 기상의 압박이 날 계속 괴롭혔기 때문이다. 유독 숙취가 심한 나를 알기에 내일을 위해 과감하게 유혹을 뿌리쳐야 했다. 보드카 몇 잔에 알딸딸하게 오른 취기를 달래며 곯아떨어졌다. 중국 여행의 첫날은 이렇게 끝. 내일은 날씨가 좋았으면 좋겠다.

덧붙이는 글 | 개인블로그에 게재된 글입니다. http://dandyjihye.blog.me/140125310859



#중국#정주#2·7기념탑#광동호텔#보행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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