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22일 오후에 저는 상암동 오마이뉴스 사무실에 있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서 언론상 준다고 해서 울산에서 서울로 간 것입니다. 시상식이 끝나갈 무렵 문자 하나가 왔습니다.
"창기, 시간 있으면 카프로 노조 농성 장소에 가봐"
울산에서 잘 알고 지내는 지인이었습니다. 그분에게 전화를 하니 "카프로에 아는 사람이 있는데 지금 서울서 농성 한다"더라는 것이었습니다. 오마이뉴스에 소개되면 힘이 날거라고 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상식과 저녁 식사를 하고나니 저녁 7시경이었습니다. 지인이 알려준 전화로 전화를 해서 그 곳으로 찾아 가보았습니다.
저는 무슨 내용인지 알지 못한 채 그곳으로 갔습니다. 가보니 카프로 노조 해고자 분들이었습니다. 서울시 종로구 관훈동 백상빌딩 11층에 그분들이 있었습니다. 좁은 복도 바닥에 깔판을 깔고 침낭과 이불을 덮고 있었습니다. 울산 지인 소개로 오게 되었다니까 모두 반갑게 맞아 주셨습니다. 거기서 카프로 노조 황대봉(54) 위원장님과 해고자 분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저는 사장실이 있는 백상 빌딩 11층 좁은 통로에서 카프로 노조 해고자 분들과 함께 하룻밤 잠을 자고 다음날 아침 1인 시위까지 함께 했습니다.
-언제부터 이렇게 해고자 농성을 하고 있나요?
"4년전부터 입니다. 당시 사측은 긴박한 경영상에 의한 인원정리라고 했는데 거짓으로 드러 났습니다. 2010년 영업이익 약 1천200억원을 기록한 회사가 18명을 정리해고했요.
2006년 파업 18명이 해고 됐습니다. 이것은 긴박한 경영상이라는 이유라기 보다 낙하산 인사의 보복해고라고 우리는 판단하고 있습니다. 당시 40명 찍어 22명은 명퇴하고 18명이 버티니까 정리해고 해버렸습니다"
- 본사 사장실 앞에서 점거 농성을 한지는?
"우리는 13일 밤에 올라 왔습니다. 14일부터 사장실 앞 복도 점거 농성을 시작 했습니다. 우리 요구는 해고자 복직과 신규인원 채용입니다. 위원장인 제가 직접 나서는 것은 해고자 문제를 방치하면 안되기 때문입니다. 해고자 문제를 어물쩍 넘어가면 회사는 또다시 필요할 때 마다 정리해고를 단행 할 것이고 결국은 조합원만 피해를 보게 됩니다. 그래서 해고자 문제만은 꼭 제 임기 동안 해결해야 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 카프로는 어떤 기업 입니까?
"우리 회사는 1969년 설립 되었습니다. 카프로는 나일론 제품의 원료이고 국내 독점 생산되고 상태입니다. 카프로는 공기업에 해당합니다. 군사독재 시절에는 군장성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문민정부 시절에는 고위관료 출신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어요. MB정권에서는 친인척이 낙하산 사장으로 왔습니다"
- 해고자로서 어려운 점이 뭘까요?
"해고자는 회사에서 학비 나오다 중단 되니까 그것도 큰 문제입니다. 주택부금이나 공과금 내는 것도 문제고 더 큰 문제는 사회적 해고를 당해서 정신적 고통도 큽니다. 친인척이나 이웃에 해고 되었다 말도 못하고 있습니다. 해고되고 나니까 사회적 편견도 얼마나 심한지 알수 있었습니다"
- 법정 소송 문제는 어떻게 되고 있습니까?
"정리해고 된 후 우리는 지노위에 부당해고 구제신청을 했습니다. 거기서 기각되고 중노위에 올렸으나 기각되었습니다. 지방법원에 행정소송을 했는데 부당해고로 판결 했습니다. 그 후 회사는 김앤장이라는 거물급 변호사 집단을 영입했어요. 그렇게 고등법원에서 패소 하고 지금 대법원에 올라가 있는 중입니다"
저는 해고자 분들에게 왜 싸우고 있는지를 물어 보았습니다. 해고자들은 분노에 찬 음성으로 한마디씩 하였습니다.
"우리는 회사가 어떻게 돌아 가는지 잘 압니다. 그래서 더 억울한 겁니다. 88년 2공장 늘리면서 800억 빚졌어요. 묵묵히 6년 고생했어요. 우린 기업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일했어요. 그렇게 자리 잡을만 하니까 하루 아침에 짤리니 억울하기 짝이 없습니다"
"저는 20년 넘게 일 해 왔습니다. 청춘을 묻은 회사인데 하루 아침에 정리해고 당하니 분통이 터지더라구요. 그래서 사장 면담이 성사 되었을 때 들어가 따졌어요. '당신이 뭔데 날 짜르냐. 이제 온지 얼마 안된 낙하산 사장이 왜 날 짜르냐. 난 이 회사에 청춘을 바쳤다. 이 회사 일정부분 내 공장이다'하고 따졌습니다"
"빽으로 들어온 사람들은 안짤렸어요. 4년전 교섭 후 노조활동 많이 한 사람들만 짤렸어요. 그게 말이 돼요?"
카프로 현장은 40여명 정리해고 단행 한 후 노동강도가 강해지고 산재환자도 늘었다고 합니다.
밤이 깊도록 우리는 이런저런 대화를 했습니다. 아침 7시가 되니 청소하는 여성 노동자가 와서 우리를 깨웠습니다. 저는 일어 난 후 카프로 해고자 분들과 아침 1인 시위를 나갔습니다. 해고자 분들은 그동네 이곳저곳 골목마다 서서 1인 시위를 하였습니다. 황대봉 카프로 위원장님도 어느 골목에 서서 1인 시위를 하였습니다. 하루 일정에 대해 물어 보았습니다.
"오전7시부터 8시까지 1인 시위를 하구요. 아침 먹고 휴식후 본사 앞에서 108배를 합니다. 그리고 서울을 돌면서 차량 시위를 합니다. 점심을 먹고 본사로 가서 다시 1인 시위와 108배를 하고 서울을 돌면서 차량 시위를 하고, 오후 퇴근 시간엔 퇴근 1인 시위를 하고 있습니다"
1인 시위를 마치고 근처 식당에서 아침을 함께 먹었습니다. 황대봉 위원장에게 회사 관계자를 만나 이야기 들어 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카프로 사측에서 이곳 11층 12층을 사버렸어요. 11층은 사장실이고 12층은 주요 업무를 보는 사무실입니다. 한 층 위로 올라가면 담당자를 만날수 있을 겁니다"
위 층으로 올라가 사무실 문을 열려고 하니 안에 사람은 있는데 문이 잠겨 있었습니다. 아래 층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어서 사무실 문을 잠권놓고 업무를 보나 봅니다. 문을 두드리니 젊은 직원이 나와 문을 열어 주었습니다.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라 신분을 밝히고 아래층에서 점거 농성을 하고 있는 것에 대해 회사 쪽 이유를 들어보고 싶다고 했습니다.
"2006년 600억 적자 날 때 70여 일 동안 파업을 했습니다. 당시 노조 가입률이 80%가 넘었는데도 노조는 유니온 샵 제도를 요구했습니다. 유니온 샵 제도는 취업과 동시에 노조가입 시킨다는 것인데 회사로서는 도저히 들어 줄수 없는 조건이었습니다. 노조는 명분없는 파업을 했습니다. 회사는 자동화를 도입했고 인원 정리가 불가피 했습니다. 회사는 3공장으로 잉여인력을 보냈습니다. 회사도 고용안정 노력을 했습니다. 회사는 누적적자 1,000억이 되어서 2007년 노사협상에서 10차례 이상 협상을 하여 구조조정 불가피 함을 설명하였으나 노조가 받아 들이지 않아서 40여명에 대해 구조조정을 단행 했었습니다. 22명이 명예퇴직하고 18명이 명예퇴직을 받아 들이지 않아서 정리해고 할수 밖에 없었습니다"
- 노조는 낙하산 인사가 사장으로 부임해 왔다는데.
"우리 회사는 74년 상장된 사기업입니다. 공기업이었다가 민영화 된 기업입니다. 엘지화학 부사장이 새로 왔습니다. 새로 오신 사장님은 전문 기업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 친인척이라고 말하는데 그것은 사실무근입니다"
- 노조에서 점거 농성 중인데.
"회사는 대법원에서 부당해고라 판결 내리면 복직 받아 줄 것입니다. 노조 가입은 종업원 자유의사 입니다. 유니온 샵은 말이 안됩니다. 노사관계 나쁘면 직원 불만 요소가 생깁니다. 그래서 회사도 원만하게 풀리기를 바랍니다. 점거 농성이 걱정은 되지만 강제 진압은 하지 않을 겁니다"
카프로 사측 관리자(김계석 경영본부장)는 여러가지 어려운 현실이라며 카프로 노사 문제가 되도록 언론에 오르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2월 23일 오전 10시경 저는 회사 쪽 관리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다시 아래층으로 내려 왔습니다. 카프로 노조 해고자와 인사를 나누고 저는 그곳을 떠나 왔습니다. 해고자 복직을 위해 4년이 다 되도록 노력하고 있는 사람들이 서울 한복판 한 빌딩 속에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2월 13일 밤에 도착하여 14일부터 카프로 본사 사장실 앞 점거 농성을 시작한 카프로 해고자와 위원장님. 저는 오늘 기사 글을 올리면서 서울에 계속 계시는지 전화를 해보았습니다. 그분들은 여전히 서울 카프로 본사 사장실 복도를 점거하고 출근 시위와 108배도 하며 부당해고 철회와 복직을 위해 뛰고 있었습니다. 그분들이 하루속히 복직되어 울산 생산공장에서 다시 작업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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