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숭아, 개살구, 개쑥갓, 개나리 등 '개'자로 시작하는 식물들이 많습니다. 보통 이름 앞에 '개'자(字)가 붙으면 본류에서 벗어난 아류로 인식됩니다.
이로 인해 보통 '개'자로 시작되는 식물은 꽃이나 열매가 덜 아름답고 맛도 떨어져 본래의 것보다 못하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앞에 '개'자가 붙는 이름은 육지 뿐 아니라 바다 생물에서도 나타납니다. 특이한 것은 '개'자가 붙는 바다 생물은 육지 생물과 달리 맛이 아주 좋습니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개조개'지요.
마침, 지인과 부부 동반으로 조계산 등산을 다녀온 터라 조개가 당기더군요. 이번에는 개조개 맛을 볼까요? 여수시 학동의 개조개 전문점 <바다마을>입니다.
무얼 먹을까? '개조개 맑은 국'과 '개조개 회'개조개는 백합과 중 하나로 껍데기는 타원형으로 두껍고 무거우며, 표면은 잿빛을 띤 흰색, 내면은 흰색이나 성장함에 따라 자주색을 띱니다. 또한 쫄깃하고 부드러울 뿐 아니라 바다 냄새까지 가득 품고 있어 식도락가들에게 사랑 받는 식품 중 하나입니다.
개조개는 여수시 남면 일대 천혜의 바다에서 많이 잡히는데 순수 자연산이라 고가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수요가 늘어 다양한 조리방법이 연구되고 있습니다. 조리 방법은 된장찌개, 해물탕, 구이, 무침 등 많습니다.
앉아 메뉴를 살폈더니 개조개찜, 개조개 버섯전골, 개조개 호박 무침, 개조개 회, 개조개 맑은 국 등이 있더군요. 개조개 전문점답더군요. 무얼 먹을까? 고민 끝에 1인분에 6천 원 하는 '개조개 맑은 국'과 2만 원 짜리 '개조개 회'를 시켰습니다.
먼저 개조개 회와 멍게, 소라가 나오더군요. 개조개 회는 아무데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게 아니지요. 그리고 곧바로 개조개 맑은 국이 따라 나왔습니다. 워매~, 이걸 보니 소주 생각이 간절하더군요.
'어~ 시원하다' 포만감을 선물한 '개조개' 요리개조개 회를 보니 오이, 당근, 양파 등의 야채와 푸짐한 개조개가 어울려 놀고 있더군요. 역시 맛깔스럽더군요. 입에 착착 달라붙는 게 아무데서나 쉽게 맛볼 수 있는 맛은 아니었습니다.
이런 맛에 이색 맛집을 찾아다니지요. 밥을 달라고 했더니 배추김치, 미역무침, 콩나물, 깻잎 등이 밑반찬으로 함께 나오더군요.
개조개 맑은 국은 야채와 개조개만을 넣고 끓였더군요. 숟가락으로 한 술 떠서 맛을 보니 "아어~ 시원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더군요. 여기에 한담이 빠질 수 없지요.
"우리나라 사람들은 이 뜨거운 걸 먹으면서 왜 시원하다고 하지? 부자지간에 앉아 뜨거운 국물을 먹다가 아버지의 '너무 시원하다'는 말에 아들이 국물을 마시다가 입을 데일 뻔 했다는…."뻔히 아는 이야기인데도 방긋 웃게 하는 효과가 있습니다. 이렇게 개조개는 우리 일행에게 포만감을 선물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