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야…. 벌써 전호나물이 나온단다. 나물 캐러 가자 응?"집사람의 재촉에 아침부터 부산하게 움직입니다. 발길을 돌린 곳은 도동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 거리. 학포라는 마을입니다. 학포마을은 남양에서 태하마을 가는 길에 조그만 샛길이 있는데 그곳으로 내려가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 학포마을에 도착합니다.
일주도로 선상의 샛길이라 그리 관광객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동네일 뿐 아니라, 주민 수도 10가구를 넘지 않아, 사람들의 왕래가 잦지 않은 조용한 시골 동네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민들 사이에도 울릉도에서도 공해가 거의 없는 자연 그대로의 청정지역이라 생각하고 있는 곳이 바로 이곳. 학포마을입니다.
차에서 내려, 언덕을 조금 오르자마자 이내 파릇파릇 피어 있는 전호나물들이 보입니다. 집사람과의 대화는 약속이나 한 듯 일순간 멈춰지고, 나물 채취에 흠뻑 빠져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자기야…, 이건 보약이다 보약…. 색깔 봐라~ 저녁에 삼겹살 구워서 먹자. 알았재?"향긋한 봄 냄새가 코끝을 찌른다. 이런 전호나물의 독특한 향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나? 봄을 느끼게 하는 녹색의 향내에 박하향이 첨가됐다고 하면 이해 가려나? 전호나물 사이에 부지깽이 나물도 조금씩 있고, 간혹 냉이도 눈에 띈다.
1시간 정도의 시간이 지났을까? 준비해간 집사람의 봉지와 필자의 봉지가 벌써 한가득 이다. 봉지에 한가득 전호나물을 채우고 내려오는 길에 바닷가에 짙은 빛깔의 돌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자기야…, 저기 까꾸미 봐라." 몽돌 주위 큼지막한 바위에 까꾸미가 제법 붙어 있다. 육지 사람들은 이걸 보고 뭐라고 부를까? 미역도 아니고 그렇다고 김 종류도 아니다. 머리카락 같은 모양으로 바위에 붙어 있는 까꾸미. 아무튼 울릉도 사람들은 그렇게 부른다.
맛도 기가 막히다. 혀에 닿은 기분이 뭐라 해야 하나? 바다 냄새가 물씬 풍기는 솜사탕이 입에 닿는 그런 느낌이라 해야 하나? 깨끗이 씻은 까꾸미에 따뜻한 밥 한 숟가락 떠서 올리고, 초고추장으로 양념해서 먹는 그 맛이란 먹어보지 않고서는 감히 상상할 수 없는 자연의 맛이다.
독특한 향을 자랑하는 울릉도의 전호나물과 바닷냄새 물씬 풍기는 까꾸미의 조화, 이런 보약이 또 어디 있나 싶다. 봄이면 울릉도는 전호나물을 시작으로 눈이 녹기 시작하면, 명이나물, 부지깽이, 미역취, 모시딱지, 곤데서리, 엉겅퀴, 두릅, 엉개, 고사리, 고비 등 거의 나물 천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울릉도는 이래 저재, 신이 내린 보배의 섬인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얼마 전 울릉도에 사는 가수 이장희씨가 <무릎팍 도사>에 출연해 열변(?)을 토한 울릉도 예찬론도 있지 않나?
울릉도요? 신이 내린 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특히 부지깽이 나물은 그 어디에 비할 바가 못 돼요. 전 울릉도의 나물 향에 흠뻑 빠져 신선같이 살아요. 허허….
덧붙이는 글 | *배상용 기자는 울릉도관광접보사이트<울릉도닷컴> 현지운영자이자, 울릉군발전연구소 소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