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 이후 400명 목숨 잃어작년 11월 대선 이후 정치적 혼란을 겪고 있는 코트디부아르의 아비장에서 이번 주 화요일(현지시간) 경찰 발포로 무고한 시민 네 명이 목숨을 잃었다. 희생자들은 지난 주 경찰이 평화시위를 벌이던 여성들에게 발포를 해 7명이 목숨을 잃은 것에 항의하는 데모를 하다가 똑같은 일을 당했다.
2000년 대선을 통해 집권한 로랑 그바그보는 작년 11월 대선에서 야당의 알라산 와타라 후보에게 패했지만 승복하지 않았다(관련기사: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의 쓰디 쓴 현실). 유엔을 포함한 국제사회는 와타라의 승리를 인정했지만 그바그보는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하고 계속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다. 그바그보의 협박 때문에 와타라는 아비장의 한 호텔에 머물면서 계속 유엔 평화유지군의 보호를 받고 있다.
유엔은 작년 대선 이후 계속된 정치적 혼란과 반정부 시위 무력 진압 과정에서 지금까지 약 4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남부와 북부 사이의 내전을 종식시킨 2007년 평화협정 이행을 감시하고 무력 충돌을 막기 위해 약 1만 명의 평화유지군을 주둔시키고 있는 유엔은 2천 명을 추가 파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언제 추가 병력이 파견될지 그리고 제한적인 교전권을 갖는 평화유지군이 추가 파병으로 그바그보 정권을 퇴출시키고 정치적 안정에 기여할 수 있을지는 분명치 않다. 최근 아비장에서는 매일 총격이 벌어지고 와타라와 그바그보 지지자들 사이의 격렬한 충돌로 내전 재개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이다. 유엔 난민국에 의하면 그바그보 정권의 무차별 무력 사용으로 약 30만 명의 국내 난민이 발생하고 7만 명 이상이 이웃 라이베리아로 피신했다.
네슬레 등 일부 거대 회사 제외하고 대부분 금수 조처 따라이번 주 월요일(현지 시간) 그바그보 정부는 코트디부아르의 주요 수출품목인 코코아와 커피 거래를 국유화한다고 발표했다. 국영방송을 통해 발표한 성명서에서 정부는 코코아와 커피 생산자로부터의 구입을 전적으로 국가가 담당하고 해외 수출 또한 국가로부터 법적 권한을 위임받은 사람에 의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바그보 정부의 이번 조치는 국고 수입의 35%를 차지하는 코코아 거래 독점화를 통한 안정적 재원 확보와 그에 따른 정권 유지의 필요에서 나온 것이다. 비비씨(BBC)는 그바그보가 자신의 권력 유지에 핵심역할을 하는 보안군에게 급료를 지불하기 위해 다음 달까지 1억 5천만 달라 이상의 막대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코코아 거래 국유화가 당장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 같지는 않다. 코트디부아르 코코아는 6주 전인 지난 1월 이후 사실상 수출 금지 조치가 부과돼 있기 때문에 거래가 급속히 감소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코코아 재배 농부들은 구매자들을 찾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고 창고는 팔지 못한 코코아로 가득 차 있는 상황이다.
금수 조치는 대선에서 승리해 국제사회로부터 합법적인 대통령으로 인정받고 있는 와타라가 그바그보 정권의 재원을 끊기 위해 부과한 것이다. 국제사회가 와타라를 지지하고 그바그보의 폭정을 종식시키려 하고 있는 가운데 대부분의 코코아 거래회사들은 금수조치를 따르고 있다. 그러나 거대 초콜릿 제조업체인 네슬레와 베리 칼레보트를 포함한 몇몇 회사들은 여전히 코트디부아르 코코아를 거래하고 있다.
전 세계 코코아의 40% 생산... 아동 강제노동으로 논란
코트디부아르는 전 세계 코코아의 약 40%를 생산한다. 코트디부아르의 코코아는 그것이 초콜릿으로 가공됐을 때 선사하는 달콤함과는 상관없이 노예 노동, 아동 인신매매 및 강제 노동과 관련돼 줄곧 논란이 되어 왔다.
2005년 국제노동권리기금(International Labor Rights Fund)과 글로발익스체인지(Global Exchange)는 미국 캘리포니아 지방법원에 네슬레, 아처 다니엘스 미드랜드, 카길사 등 코코아 거래 회사들을 기소했다. 이 단체들은 14세에 잡혀가 고문과 강제 노동에 시달리며 일해야 했던 세 명의 코트디부아르 원고들을 대신해 소송을 제기했다.
국제문제를 알리는 캠페인을 펼치는 시민단체인 아바즈(AVAAZ)는 지난 1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를 구매해 사용하는 주요 초콜릿 회사들을 상대로 그바그보 정권과의 거래를 중단함으로써 코트디부아르 사람들의 생명을 구하고 평화에 기여할 것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였다.
전 세계에서 25만 명의 서명을 받아 진행한 이 캠페인에서 아바즈는 네슬레, 카길, 허쉬 등을 직접 지목했고 카길 등 6개 회사들은 '분쟁 초콜릿' 거래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1월 27일 아바즈는 파이낸셜 타임즈(Finantial Times) 1면에 네슬레 등 초콜릿 회사들을 겨냥한 광고를 재개했다. 아바즈는 성명을 통해 주요 초콜릿 회사들의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사용이 학살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분쟁 초콜릿은 살육 자금이 되고 있다. 전 세계 초콜릿 애호가들은 초콜릿 회사들이 민주적으로 선출된 코트디부아르 정권만을 상대하길 원한다."
그러나 다보스 경제포럼에 참석한 네슬레의 피터 브라벡 회장은 로이터(Reuters)와 한 인터뷰에서 네슬레는 코트디부아르 코코아 수출과 상관없다며 보이코트 캠페인이 아프리카 농부들에게는 부당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때로 이런 보이코트 캠페인은 본래의 목적 달성에 도움이 되기보다는 수십만 명의 소규모 농장주들을 더 한 가난으로 몰아넣는데 기여한다.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즐겁자고 먹는 초콜릿이 누군가에겐 생존이 걸린 문제국제분쟁그룹(International Crisis Group)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현 상황이 계속된다면 코트디부아르에서 몇 달 안에 내전이 재발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유엔도 그바그보의 폭정이 계속되면 내전으로 상황이 변할 수 있음을 우려하고 있다. 내전이 일어나면 양측의 대결은 결국 와타라와 그바그보가 이끌게 될 것이고 코코아 수출에서 나오는 수입원이 이들의 무력 충돌에 가장 주요한 재원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코코아 생산국인 코트디부아르의 정치적 불안 상황을 지켜보는 시각은 다양하다. 주요 외신들은 유엔 등 국제사회의 압력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고 있는 그바그보의 후안무치한 행동과 그를 퇴진시킬 마땅한 대책이 없는 답답한 현실을 보도하고 있다. 경제전문지들은 현재의 코코아 거래 축소와 금수조치가 계속될 경우 초콜릿 등 코코아를 원료로 하는 기호식품 가격의 불가피한 인상 가능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제 시민단체들은 '피의 다이아몬드'처럼 코코아가 주요 재원이 돼 학살의 지속과 내전 재개에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초콜릿은 기호식품이다. 사람들은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즐거움을 위해 초콜릿을 소비한다. 그러나 그 초콜릿이 누군가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된다. 이런 복잡한 상황에서는 소비자도 자신이 산 초콜릿이 어디에서 어떻게 생산된 코코아를 사용하는지, 그리고 자신의 초콜릿 소비가 다른 사람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꼼꼼히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