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제역 파동 이후 불황 가운데 호황을 누리는 틈새시장이 있다. 바로 돼지국밥 집이다.
서민들이 국밥집을 즐겨 찾는 이유가 있다. 물가폭등으로 인해 얕아진 주머니 사정도 한몫 하겠지만 더 큰 이유가 있다. 그것은 돼지고기에 길들여진 입맛 탓이다.
서민들의 삶 속에 자리잡고 있는 국밥집. 언제 먹어도 구수하고 든든한 전통음식이다. 그런데 국밥집에서 국밥보다 더 인기를 끄는 음식이 있다. 들어는 보셨나? 시금치에 순대, 그리고 푸짐한 수육의 삼박자가 어우러진 돼지수육의 성찬을….
입 소문을 듣고 찾아간 그곳은 여수시 신기동에 위치한 '토종돼지국밥집'이다. 신기동 시장골목에서 4년째 국밥집을 운영하는 김정수(43세)씨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곳은 국밥보다 수육이 더 유명해요, 우리집의 자랑은 정성입니다, 신선한 재료를 아침에 구입해 항상 깨끗하게 음식을 장만합니다. 특히 수육비법은 누님이 전수해준 것인데 옛날에 해오던 가게를 그대로 이어가고 있죠. "수육의 재료인 돼지고기는 '동의보감'도 찬사를 보낸 웰빙음식이다.
동의보감에 '돼지고기는 허약한 사람을 살찌게 하고 음기를 보하며 성장기 어린이나 노인의 허약을 예방하는 데 좋다'고 기록돼 있다. 그래서 고기가 귀하던 옛날에는 돼지머리에서 내장, 발톱까지 모든 부위가 사람의 병을 고치는 약으로 쓰일 정도로 그 효능은 다양했다.
국밥은 부추와 함께 나온다. 그런데 순대 국밥에는 순대는 없고 고기만 듬뿍 들어있다. 맛이 참 단백하다. 또한 시금치와 곁들여 나온 수육은 느낌부터 먹음직스럽게 보인다 . 수육을 시켜야 이곳의 순대를 맛볼 수 있다. 부추 값이 많이 올랐지만 이곳은 부추가 절대 빠지지 않는다. 돼지고기와 잘 어울리는 부추의 효능 때문이다. 부추는 예로부터 양기를 돋우는 식품이다. 동의보감에 '부추는 더운 성질을 갖고 있어 인체의 열을 돋우는 보온효과가 있다, 어혈을 풀고 혈액순환을 좋게 만든다'고 전한다.
퇴근후 친구와 함께 대포한잔 하고 있는 손님 오진인(39세)씨에게 그 수육맛을 물었다.
"맛이 어떠시죠?""단골입니다, 이집 맛이 좀 특이한 것 같아요.""다른 곳에서 먹었을 때는 수육에서 기름기나 약간 느끼한 맛이 나쟎아요?""이 집 수육은 순대랑 같이 나와서 그런지 느끼한 맛이 전혀 없어요, 맛이 짱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