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과이익공유제 논란이 일파만파로 번지고 있다. 지난 10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사회주의 국가인지, 공산주의에서 쓰는 말인지 모르겠다"면서 정면으로 반박했고, 11일 오후 정운찬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다시 반박하면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가장 직접적 계기가 바로 삼성"이라고 지목하면서, "색깔론이나 이념 잣대로 매도하지 마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게다가 이건희 회장이 현 정부의 경제성적에 "낙제점은 면했다"라는 발언까지 보태지면서, 청와대와 정부 내부에서조차 이 회장의 발언 등에 노골적으로 불쾌감을 나타내고 있다.
물론 재계 등에선 이 회장이 이익공유제에 대해선 "할 말을 제대로 했다"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칫 일부 재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외면하는 듯한 인상을 국민들에게 심어주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도대체, 초과이익공유제가 뭐기에?그렇다면, 왜 초과이익공유제를 두고 이렇게 논란이 커지고 있는 걸까.
초과이익공유제는 한 마디로 대기업이 거둔 초과 이익 가운데 일부를 생산에 기여한 중소하청 기업에도 나눠주자는 것이다. 지난달 26일 정운찬 위원장이 동반성장위원회를 마치고 난 뒤, 동반성장 기업에 대한 세금감면 혜택 등을 이야기하면서 이익공유제가 튀어나왔다.
그는 "대기업 등이 원가절감 등을 통해 초과이익을 냈을 때 협력사와 일부를 나누는 '프로핏 셰어링(PS, Profit Sharing)'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를 '이익 배분', '이익 공유' 등으로 해석되면서 재계와 경제신문 등 보수언론을 중심으로 일명 '정운찬 때리기'가 본격화됐다.
이에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사회주의적 발상이라며 공개석상에서 반대하고, 청와대 등에선 "정 위원장이 너무 앞서 나갔다"는 반응까지 나왔다.
논란이 커지자, 정 위원장이 지난 2일 직접 기자간담회를 자청해서 해명에 나섰다. 양극화를 해소하고, 대중소기업의 동반성장을 위해 대기업의 초과이익 일부를 중소 협력업체의 생산성 향상과 기술개발, 고용안정을 위해 쓰자는 것이었다.
정 위원장은 11일에도 "경영자, 노동자, 협력업체가 공동의 노력으로 달성한 초과이익이라면 협력업체에도 그 성과의 일부가 돌아가도록 하자는 성과공유제의 일종"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정운찬의 재반박, "이익공유제 제안 이유가 바로 삼성"
정 위원장은 이날 특히 이건희 회장의 '사회주의' 발언에 대해 조목조목 재반박했다. 그는 "자신이 공부한 책에서 본 적이 없다고 해서 그 의미를 평가절하하시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면서 "색깔론이나 이념 등의 잣대로 매도하지 말고 진지하고 생산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삼성전자의 사례를 들어가면서, "이익공유제를 제안하게 된 직접적인 계기가 바로 삼성"이라고 강조했다.
정 위원장은 "이익공유제의 근간이 되는 성과배분제는 이미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시행하고 있으며 삼성도 예외가 아니다"면서 "근로자에 대한 종업원 지주제나 경영자에 대한 스톡옵션은 이들의 근면과 창의를 자발적으로 유도해 내기 위해 기업이 자생적으로 마련한 성과배분제의 대표사례"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가 이미 실시하고 있는 프로핏 셰어링(PS, Profit Sharing)의 대상을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에로도 넓히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PS는 연말에 당초 목표로 세웠던 것보다 초과로 이익을 낸 일부를 임직원들에게 인센티브 형식으로 주는 제도다. 일종의 연말 성과급의 일종이다.
정 위원장은 이어 "대기업 이익을 빼앗아 간다고 생각하며 이를 이념문제로 연결하는 것은 이익공유제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 기인하는 것"이라며 "중소기업과의 동반성장을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진정성을 갖고 행동으로 실천해주기를 요청한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재계와 정부 일부의 반대에도, 이익공유제 등을 관철시킬 것이라는 입장도 재확인했다. 그는 "재계나 정치권의 어느 누구와도 만나 이익공유제의 본래 취지에 대해 진지하고 생산적인 토론을 할 용의가 있다"면서 "향후 이익공유제 연구를 위한 실무위원회 구성을 마무리하고, 공청회 등을 통해 각계 여론을 수렴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건희의 예고된 반박?, "경제학 책에서 본적 없고, 들어보지도 못했다"
이에 앞서 이건희 회장의 10일 하얏트 발언은, 내용뿐 아니라 어휘 선택 등에서도 예상을 뛰어넘는 수준이었다. 물론 그동안 이 회장이 꾸준히 '위기론' 등을 거론해가며 경고성 발언을 해왔다. 하지만, 정부 정책을 두고 이번처럼 노골적으로 비판한 적은 거의 없었다.
특히 이 회장이 "사회주의국가 말인지, 자본주의 국가인지, 공산주의 국가 말인지 도무지 들어본 적이 없다"거나 "경제학 책에서 배우지도 못했고, 누가 만들어낸 말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며, 마치 작심이라도 한 듯 목소리를 높였다.
물론 지난달 이익공유제가 거론된 이후, 재계에선 내심 불편한 기색을 내비치면서 대놓고 반대 목소리는 내지 않았다. 대신 정부와 여당 일부에서 정 위원장에 대한 정치적 행보에 연결지으면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홍준표 한나라당 최고위원이 지난달 28일 급기야 "급진 좌파"라며 강하게 비난했고, 동반성장위를 지원하는 지식경제부의 수장인 최중경 장관마저 부정적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사실상 '재계 대통령' 역할을 해 온 이 회장이 노골적으로 반대의사를 내놓게 된 것이다. 이 회장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재계 쪽에선 "역시 이건희 회장"이라며 "재계의 입장을 가장 정확하게 대변했다"며 자칫 고무된 분위기다.
하지만, 이미 포스코와 현대중공업 등에서 동반성장위에서 내놓은 비슷한 이익공유제가 실시되고 있고, 동반성장이라는 좋은 의도 자체에 일부 재벌기업들만 반대하는 모습으로 비칠 경우, 오히려 국민들의 반감만 커질 것이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재계 한 관계자는 "어차피 정부 입장에서도 동반성장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선 기업들의 협조도 필요한 것이 사실"이라며 "매년 수조 원 이익을 올리는 기업이 무작정 자신의 이익만 챙기고 있다는 인식이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정부와 재계가 적절하게 타협하는 모양새가 있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