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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뒤 퇴임하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2010년 8월 10일 이명박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마친 뒤 퇴임하는 정운찬 국무총리와 악수를 하고 있다. ⓒ 청와대

사실 이익공유제(초과이익공유제)는 잘 몰랐다. 이명박 대통령이 상생의 기업문화를 주창했던 2010년 9월에 만들어졌다는 동반성장위원회는 세간의 큰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국무총리에서 물러난 정운찬씨가 동반성장위원회 위원장이 되면서 동반성장을 위한 몇 가지 제안이 나오긴 했으나, 대통령이나 정부의 공허하기 짝이 없는 '대기업-중소기업 상생' 논리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익공유제'도 마찬가지였다. 대기업의 이윤을 협력회사와 분배하자는 원칙만 이야기했을 뿐, 법 제도의 정비나 추진 일정은 아무 것도 내놓지 못했다. 그야말로 민간단체 위원장이 내놓은 하나의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았고 한나라당 홍준표 최고위원과 설전이 있었다고는 하나, 물가 문제·상하이 스캔들·장자연씨 편지 사건 등 큼직한 뉴스 때문 한참 밀려나 있었다.

그런데 '빵' 터졌다. 삼성전자 이건희 회장은 "기업가 집안에서 자라나 경제학 공부를 해 왔으나 듣도 보도 못한 말로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하면서 "사회주의·공산주의·자본주의 어떤 국가에서 쓰는 말이지 모르겠다"며 이익공유제를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이다. 3월 10일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앞서 기자들에게 작심한 듯 쏟아 낸 이 회장의 발언은 주목받지 못하던 논제를 초미에 관심사로 끌어 올렸다.

반대로 대기업의 눈치를 보면서 논의되었던 '이익공유제'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의 처지처럼 위기에 몰렸다. 봄볕에 돋아난 새싹에 폭탄이 떨어졌다고 할까? 자칫, '이익공유제' 논의 뿐만 아니라 대기업-중소기업 상생의 일환으로 논의되었던 모든 것들이 물거품이 되지 않을까 우려된다. 기업 상생의 위한 설익은 논의조차 융단폭격을 가해 초토화시키려는 의도가 섬뜩하고, 수많은 논리를 만들어 이건희 회장 발언을 합리화하고 나설 후폭풍이 두렵다. 

삼성전자는 고환율로 돈벼락, 서민은 물가폭등에 빚잔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10일 오후 서울 한남동 하얏트호텔에서 열린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단 회의에 참석해 취재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유성호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가 몰고 온 불황은 국가나 기업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미국뿐 아니라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하면서 파산하거나 규모를 절반 이상으로 축소하면서 근근이 생명을 유지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대기업들은 달랐다. 세계적인 불황에도 적자를 내거나 파산을 하기는커녕 유례 없는 흑자를 기록했다. 2009년 삼성전자는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세계적 불황에서 사상 최대의 실적. 과연 이런 실적이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비교해 절대적인 기술 우위의 결과만으로 이루어 낸 것이었을까?

"삼성전자와 현대차가 3분기 사상최대의 이익을 냈다고 하지만 환율효과와 재정지출 효과를 빼면 사상 최대의 적자가 될 것이다."

2009년 10월 13일 전경련 초청강연에서 강만수 전 장관이 했던 발언이다. <환율지식이 돈이다>의 저자 송기균씨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출범 당일 947원이었던 환율이 2009년 평균환율 1276원으로 329원 상승해 수출기업은 77조 원의 이익을 추가로 얻었다고 한다.  

이런 고환율 정책으로 대기업은 돈벼락에 가까운 환율 이익을 얻었다. 반도체와 휴대폰. LCD를 주로 수출하는 삼성전자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러나 환율 폭등은 비싼 수입원자재와 고유가 현상을 부채질했고 물가 폭등을 유발했다. 기업이 환율 폭등으로 돈잔치를 하고 있을 때 서민들은 물가 폭등에 빚잔치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 이명박 정부의 경제정책이었다. 고환율 정책의 후과는 지금도 잔인할 정도로 서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이런 사실 하나만으로도 삼성전자 등 대기업은 국민들에게 큰 빚을 졌다. 이명박 정부 고환율 경제 정책의 가장 큰 수혜자는 대기업이었고 가장 피해자는 서민이었다. 서민들의 주머니를 털어 대기업 곳간을 채운다는 우스갯소리는 어쩌면 가장 적나라하고 알기 쉬운 우리 경제의 모습이 아닐까? 그런데도 대기업은 인색했다. 임원들에게는 수천 수억의 스톡옵션이 지급되고 직원들에게 몇 달치 월급의 성과급이 돌아갔지만 협력회사나 하청업체, 노동자 처우개선에는 무관심했다.

동반성장은 삼성이 진 빚에 대한 채무이행일 뿐

 고 황유미씨의 4주기 기일인 6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황씨 뿐아니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46명의 노동자들을 함께 추모했다.
고 황유미씨의 4주기 기일인 6일 서울역 광장에서는 추모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이날 추모문화제는 황씨 뿐아니라, 삼성반도체에서 일하다 사망한 46명의 노동자들을 함께 추모했다. ⓒ 구태우

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에 입사해 2007년 6월 백혈병을 앓다 사망한 황유미씨 등 삼성공장에서 일하다 죽은 사람이 40여 명을 넘는다고 한다. <삼성을 생각한다>의 저자 김용철 변호사는 "삼성전자 수원공장을 방문하고 여성 생산직, 남성 생산직이 컨베이어 벨트에 예속돼 두 시간에 10분씩 휴식하면서 꼼짝없이 일하는 모습을 봤는데 혹시 배탈이 나더라도 화장실에 갈 수 없는 정도였고 복도는 전등이 희미하여 앞을 식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어두웠다"고 책에 썼다. 이런 노동자들의 근무 환경개선이나 노동자의 건강관리에 사상 최대의 이익 최소한만이라도 투자했더라도 안타까운 죽음을 구할 수 있지 않았을까?

지난해 4월 29일 대법원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삼성전자에 100억대의 과징금을 물게 한 것은 정당하다고 판결한 바 있다. 2003년부터 2년 동안 비용 절감을 이유로 납품업체들에 최대 2조2000억 원 가량의 단가 인하를 요구하는 등 손해를 끼쳤다며 공정위가 시정명령과 함께 115억7000여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조치가 최종적으로 삼성전자의 패소로 결론난 것이다.

최소한의 법적인 룰도 지키기 않고 협력업체와 납품업체에 불공정한 거래를 종용해 왔던 삼성전자. 이런 관행 아닌 악행이 여전하다면 초과이익을 공유하자는 주장 앞에 그렇게 알레르기의 과민 반응을 보인 것도 크게 이상할 것도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건희 회장은 이익공유제라는 용어가 사회주의·공산주의·자본주의 어떤 국가에서 쓰는 말이지 모르겠다며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을 비판했다. 민주당 김근태 상임고문의 말처럼 '급진좌파 소동'을 염두에 둔 발언이라면 이명박 정부 아래서 국무총리를 지낸 정운찬씨는 졸지에 급진좌파가 되는 것이다.

'이익공유=동반성장=급진좌파'라는 논리가 최소한의 설득력을 얻으려면 고 '이병철 전 회장-이건희 회장-이재용 부회장'으로 이어지는 지배구도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딸들과 사위까지 초고속 승진이 가능한 구조는 사회주의·공산주의·자본주의 어디에서 찾아볼 수 있는가.

이 땅에서 좌파의 딱지는 모든 것을 잠재울 수 있는 폭탄이다. 전 국무총리에게 급진좌파의 딱지를 붙여 이익공유와 동반성장의 논의를 아예 막아 버리려는 저의. 과연 국내 일류 기업이라는 삼성의 그릇이 이 정도밖에 되지 않는가? 속 좁고 비열한 처사가 아닐 수 없다.

'거짓말 없는 세상'과 '정직한 국민' 주문하는 후안무치

 2009년 8월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2009년 8월 14일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 사건으로 기소된 이건희 전 삼성그룹 회장이 14일 파기환송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추징금 1100억원을 선고받은 뒤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 남소연
삼성 성장의 역사에는 시대의 질곡과 아픔이 묻어 있다. 대한민국의 대표 기업이라는 이름 뒤에는 삼성 장학생·무노조 경영·정경유착·편법증여·비자금 등 숱한 검은 꼬리표가 달려 있다. 삼성은 이런 검은 내막이 불거져 위기에 몰릴 때마다 특유의 방법으로 국민의 비난과 법의 구속을 피해왔다.

그것은 자본권력의 힘이었고 초일류 기업 삼성에 모아준 과다하다고 할 수 있을만한 국민의 관심과 애정이었다. 많은 국민들은 아직도 세계 유수의 기업들과 어깨를 견줄 기업 하나 정도는 있어야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숱한 비리와 불법에 대한 관대함은 이런 정서에서 연유한 것이 아닐까?

2010년 2월 5일, 이건희 회장은 호암 탄생 10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거짓말 없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 모든 국민이 정직했으면 좋겠다'라고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누리꾼들의 냉소가 이어졌다. 평창 동계 올림픽 유치와 경계회복이라는 미명하에 유례없는 1인 특사로 풀려난 이건희 회장. 특사 수개월 만에 그는 '거짓말 없는 세상'과 '정직한 국민'을 주문했다.

그 후 1년이 지나 '듣도 보도 못한 이익공유제 발언'으로 국민들의 공분을 자아내고 있다. 대기업을 넘어 글로벌 기업으로 간다는 삼성. 거짓말과 편법, 불법의 꼬리표를 달고 국내 1위 기업은 될 수 있을지 모르지만 글로벌 기업이 될 수는 없다. 삼성이, 그 수장들이 정직했으면 좋겠다. 거짓말 없는 기업 운영이 되었으면 좋겠다. 협력업체와 상생을 누누이 이야기 해 왔던 삼성. 듣도 보도 못했다는 이익공유제 논란 중 어떤 것이 진실이고 속내인지 좀 정직해졌으면 한다.

몇 년 전에 유행한 대사. <친절한 금자씨>에서 이영애씨는 이렇게 말했다.

"너나 잘 하세요!"


#이익공유제#이건희#삼성#정운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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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의 진보는 냉철한 시민의식을 필요로 합니다. 찌라시 보다 못한 언론이 훗날 역사가 되지 않으려면 모두가 스스로의 기록자가 되어야 합니다. 글은 내가 할 수 있는 저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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