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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대형 사학 비리가 터졌다. 이번엔 400억이다.

수원지검 평택지청 형사부(강해운 부장검사)는 평택의 K대학 총장이었던 김아무개씨와 이사장이었던 함아무개씨를 동시에 구속했다고 15일 밝혔다. 이들은 2007년 사채를 빌려 이 대학을 헐값에 인수한 후 교비 381억 원을 횡령하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100억 원의 차액을 남기고 되팔았다고 한다.

'대학사냥꾼 or 먹튀?' 380억 비리로 총장과 이사장 동시 구속

기업의 악의적 인수합병을 일삼는 사람을 '기업 사냥꾼'이라고 하고, 단기간에 이익만 남기고 빠지는 얌체 투자자나 돈만 많이 받고 몸값 못하는 운동선수를 '먹튀'라고 한다. 그런데 이제는 '대학 사냥꾼' 또는 '학교 먹튀'라는 신조어가 생겨야 할 판이다.

경기도에 4개의 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S사학법인 이사이자 S고 교장이던 김씨는 2007년 1월 이 대학을 인수하여 총장으로, 함씨는 이사장으로 취임했다(이들의 취임 전 이사장은 김씨의 오빠였으며, 2006년 6월에 오빠가 먼저 이사장에 취임).

검찰에 의하면, 이 인수 과정에서 이들은 사채를 이용하여 인수에 성공한 이후 친인척과 지인들로 구성된 경기도 S학원의 이사들과 감사들을 이 학교에 거의 그대로 앉혔다. 이후 본전 생각이 간절하였던지 대학 운영 자금에 손을 대기 시작하더니 개인 용도에 사용할 목적으로 교비 93억 원을 임차보증금으로, 288억 원을 대여금 명목으로 무단 인출하는 등 모두 381억 원을 횡령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러다가 다시 4년 만인 2011년 1월 김 총장 측 이사들이 한꺼번에 물러나면서 현재의 이사진으로 바뀌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도 100억대의 차익을 남기고 학교를 되판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정리하면, 사채로 학교를 인수하고 그 자금을 뽑기 위하여 381억 원의 학교회계를 횡령하고, 그것도 모자라 다시 100억의 차익을 남기고 학교를 되판 것이다. 세상에 이런 장사가 없고, 이런 먹튀가 따로 없어 보인다. 최근 서울시교육청이 J여고의 불법 매각 의혹에 대해 국세청에 세무조사를 의뢰한 상태인데, 다시 사학들의 학교 매매가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K대학과 사실상 동일재단 S법인, 구속된 총장은 이사-오빠는 이사장

구속된 총장과 그 지인들은 지금도 경기도에 S중, S여중, S여고, S정보고 등 4개의 중·고교를 운영하는 S사학법인의 이사장과 이사들이었다. 확인 결과, 이들이 현재 운영진에게 K대학을 넘겨주기 직전인 2010년 말의 이사회는 구속된 김아무개 총장의 오빠가 이사장, 자신은 이사인 것을 비롯하여 임원 10명 중 9명이 S학원 임원과 동일인물이다.

S법인 역시 임원 10명 중 K대학 임원과 겹치는 사람이 9명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K대학과 S법인은 이름만 다를 뿐 같은 법인이라는 의미이다. 김 총장은 구속된 현재까지 4개 초중고의 이사이며, 그의 오빠는 이사장, 지인들은 모두 그대로 이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K대학 김 전총장측이 현 재단에게 이 대학을 양도하는 결정을 한 이사회 회의록,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 4개를 운영하던 S학원과 K대학 법인이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학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인수 4년 만에 400억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100억 먹튀와 함께....
 K대학 김 전총장측이 현 재단에게 이 대학을 양도하는 결정을 한 이사회 회의록, 경기도에서 중고등학교 4개를 운영하던 S학원과 K대학 법인이 이름만 다를 뿐 동일학원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들은 인수 4년 만에 400억 횡령 혐의를 받고 있다. 100억 먹튀와 함께....
ⓒ 김행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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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대학을 현 재단으로 양도하기로 결정한 2011년 1월 이사회의 회의록을 보면 이를 쉽게 알 수 있다. 회의에 참가한 것으로 기록된 이사 8명과 감사 1명은 모두 S학원의 현직 이사 또는 감사들이다. 이날 이사회를 통하여 김 총장 측 인사들이 대거 물러나고, 현 재단 측 인사들이 이사로 임명되어 다음 회의 때부터 대거 등장한다.

그리고 이날 K대학 정관의 일부를 삭제하였는데, 그 내용이 바로 "제37조(잔여재산의 귀속) 이 법인을 해산하였을 때의 잔여재산은 학교법인 S학원에 귀속된다"는 내용이다. 이날의 이사회를 통하여 S법인과 K대학은 완전히 결별하고, 김 총장은 S법인만 운영하게 된 것이다.

함께 구속된 함아무개씨는 학교 인수 후 이들과 사이가 좋지 않아서 얼마 뒤 곧바로 이사장을 또 다른 유아무개씨에게 넘겨주고 물러났으며, 현재는 서울 강남에서 예술계 대학과정을 운영하는 H학원 이사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구속 김 총장은 1993년 30억 입학장사로 29명 구속된 사학의 이사장

 400억대 비리로 구속된 K대 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또 다른 K대학의 수십억대 입학 비리에 관한 1993년 언론보도 기사. 수십~수백 명씩의 입학 장사로 29명이 구속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당시 언론들은 이를 김 이사장이 지시하고 그 돈들이 재단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도했다.
 400억대 비리로 구속된 K대 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또 다른 K대학의 수십억대 입학 비리에 관한 1993년 언론보도 기사. 수십~수백 명씩의 입학 장사로 29명이 구속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세웠다. 당시 언론들은 이를 김 이사장이 지시하고 그 돈들이 재단으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보도했다.

더욱 충격적인 사실은 이번에 400억에 가까운 비리로 구속된 김 총장이 20년 전에는 수십억대 입시 부정으로 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1993년 4월 김 총장이 이사장으로 있던 K대학은 1980년대 말부터 1990년대 초반까지 수십~수백 명을 부정 입학시켜 수백억 원을 받아왔다는 보도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입시부정과 관련하여 이 학교 교수와 직원, 학부모와 교사 등 무려 29명이 구속되고 16명이 불구속되는 기록을 세웠다. 부정입학자 명단에는 당시 유력 정치인도 있었고 사회 저명인사들도 있어 파문이 컸다. 교수들은 OMR 카드를 조작하여 가짜 답안지를 만들고, 행정실에서 돈을 받아서 재단에 갖다 바쳤다는 것이다.

수사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만 학생 1인당 3천만 원씩 최소 30억을 부정수수했다는 것이고 이중 상당액을 재단에 갖다 바치도록 지시한 것이 바로 김 이사장(현재 구속된 총장)이라고 보도되었다. 그런 그가 20년 만에 다시 380억 학교비리와 학교 먹튀로 언론에 등장한 것이다.

이래도 한나라당은 사학법 개정해야 한다고 우길 건가?

K대학과 실질적으로 같은 법인이었던 S학원에는 지난 2008년 말까지 한나라당의 김태환 의원이 이사였다.

공교롭게도 김 총장과 함 이사장의 동시 구속이 알려진 15일, 신흥학원 전 이사장인 강성종 민주당 의원은 1심에서 66억 횡령으로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그리고 16일 서울교육청(교육감 곽노현)은 서대문구 H사립고 전·현직 교장과 행정실장을 7천만 원에 이르는 불법찬조금을 걷어 횡령한 혐의로 검찰에 고발하고, 중징계를 요구했다.

지난 2월 한나라당은 조전혁 의원의 대표발의로 사립학교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되었다. 이런 비리 사학 판국에 또 사학법 개정 타령이냐는 비아냥이 나오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정말 한나라당은 이래도 사학에 자율성을 주자는 사학법 개정을 계속 주장할 것인가?


#K대#400억 횡령#사학법#S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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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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