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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연하는 문성근 대표 2011년 3월 17일 한양대에서
강연하는 문성근 대표2011년 3월 17일 한양대에서 ⓒ 고범중

날씨가 쌀쌀하면서도 따뜻한 3월의 중순 한양대학교에서 문성근 대표의 강연회가 열렸다. 나는 대학생들로 가득 찬 활기 넘치는 캠퍼스를 가로질러 강연장으로 향했다. 가 보니 이미 문성근 국민의명령 대표는 도착해 있었다.

 

국민의 명령 운동을 시작한 후 약 7개월간을 쉴 새 없이 달려온 그의 얼굴은 무척 피곤해 보였지만 특유의 따뜻한 눈매와 그 속의 부드러운 카리스마는 살아 있었다. 어느덧 강연이 시작되자 시끌시끌하던 강연장은 집중의 고요함 속으로 빠져들었다.

 

20년 만에 찾은 한양대학교

 

강연의 시작은 1980년대 후반에서 시작되었다. 당시 연기의 한계를 느끼고 있던 배우 문성근은 우리나라 최초로 연기 학위를 받은 최영희 교수와 통하였고 수업을 받기 위해 한양대학교를 찾았다.

 

"당시 권해효, 박광정 같은 배우들과 수업을 들었다. 지금의 송강호 같은 배우들이 최영희 선생의 연기론을 통해 연기를 배웠다. 처음 내가 연기를 했을 때 주변에서는 '저게 연기야? 연기가 뭐 저래?'라는 반응이었지만 지금은 하나의 대세가 되었다."

 

지금은 연기자로서 익숙한 문성근 대표이지만 그는 '무역학'으로 학사를 받은 연기 비전공자이다. 서강대에 진학하여 무역학과에 진학한 그는 1학기 만에 '실수'임을 깨달았다고 한다.

 

"학생들을 만나니까 내가 학교 다니던 시절이 생각난다. 지금에서 돌아보면 나는 무엇을 할 때 제일 행복할까? 나는 어떤 꿈을 갖고 있을까? 이런 부분에서 참 생각을 안 했었다. 이 부분이 너무 아쉽다. 만약 그런 고민을 진지하게 했더라면 무역학과가 아닌 철학과에 진학했을지 모르겠다."

 

평범한 회사원으로 산다는 것

 

무역학과를 졸업한 그는 자연스럽게 취직의 길로 접어들었다. 전공에 맞춰 회사를 선택한 곳이 '현대 인터내셔널'이었다. 이 회사를 아는 사람들은 '어라?' 하는 의문을 갖게 된다.

 

"현대인터내셔널이라서 무역 쪽인 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아니었다. 정말 재미없더라. 억지로 중화학 업체에 적응하다가 다른 업체로 이직했고, 그때쯤 되니 미래가 보이더라. '나 40대쯤에 뭐 할까?' 싶었다. 앞날이 끔찍하더라. 문과 출신에 공과업체에서 일한다는 것이 미래에는 하나의 부속품 같은 나 자신이 아무것도 아닌 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더라."

 

고민하던 그는 '연기'의 길을 선택하기로 마음먹었다고 한다. 하지만 연기를 한다는 것이 생활의 어려움을 의미했고, 몇 년간의 회사생활을 그냥 버리는 것은 안 된다는 생각에 2년간 사우디아라비아에 나가 열심히 일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가서 열심히 일했고 '우수사원' 표창을 받았다. 그리곤 돌아오자마자 사표냈다. 주변에서는 미쳤다고들 했고 회사는 2년 안에 돌아오면 받아주겠다고 하더라. 우수사원의 위력을 알겠더라.(웃음)"

 

본격적인 연기자의 길로

 

그렇게 과감한 선택을 한 그는 연기판에 뛰어들었다. 스스로 운이 좋았노라고 말하는 그는 <한씨연대기>라는 대작을 통해 연극에 데뷔했고 이후 <그들도 우리처럼>이라는 영화까지 출연하게 된다. 하지만 쉽지 만은 않은 길이었다.

 

"양희경이라는 배우가 나한테 1년 반쯤 뒤에 그러더라. '저 사람 재능도 없는데 왜 잘 다니던 회사 나와서 연극하고 고생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생각해 보면 당시 오랜 회사생활로 굳어진 몸을 풀어내느라 꿈틀거리고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의 문성근 대표가 있기까지 참 많은 작품들과 활동들이 있었지만 무엇보다 우리의 뇌리에 남는 것은 <그것이 알고싶다>이다.

 

"<그들도 우리처럼>이라는 영화에 출연해 신인연기상을 받고 영화는 상을 휩쓸었다. 그러다 방송사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를 해보자는 제안이 와서 맡았는데, 첫 회부터 대박이었다. 재방송 포함해서 70%의 시청률까지 나왔다. 얼굴이 대단히 알려졌다."

 

운도 운이지만 특유의 이미지로 빠르게 자리 잡은 그는 <그것이 알고싶다>를 통해 배우 이상의 배우가 되었다. 물론 그 과정 속에는 밝히지 않은 수많은 어려움과 고통이 따랐으리라 짐작해 본다.

 

스펙 쌓는 대학생들에게

 

나는 취재를 하다 보면 요즘 대학생들이 참 바쁘다는 것을 알게 된다. 영어 자격증, 컴퓨터 자격증, 학교 성적 등을 관리해야 하는 것은 필수고, 자원봉사와 같은 대외활동도 챙겨야 한다. 그러니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자연스레 뒤로 밀리기 마련이다. 다음은 문성근 대표의 말이다.

 

"지금도 스펙쌓기에 많이 고민을 할 테고 또 그럴 수밖에 없을 텐데 이런 상황 속에서도 사색을 통해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꼭 필요하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지금까지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이 부족했을 것이다. 지금이라도 내가 무엇을 할 때 행복할까를 생각해보고 또 그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는 어떨까 고민해 보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나는 어느 대학 교수로부터 "요즘 대학생들이 수업시간에 질문을 잘 안 한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또 그 교수는 "다른 사람들 사이에서 튀는 걸 주저하는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젊은이들 유행이 똑같나 보다"고 해답을 제시하였다. 나는 여기에 적지 않은 공감을 했다. 문성근 대표는 색다른 방법을 제안한다. 

 

"우리나라 교육에서는 '역사'와 '정서'에 대한 부분을 가르치는 것이 미흡하다. 지식을 주입하려고만 하지 정서에 대한 느낌을 전달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노래를 해라, 이를 통해 '정서'를 키워라. 노래는 시의 감흥을 통해 만들어진다. 물론 요즘 '랩'과 같은 요즘 노래는 좀 다르지만…. 지금 여러분은 못 느끼겠지만 내 나이쯤 돼보면 어떤 직업이든 정서적인 동감능력이라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낀다. 친구와 노래방 가서 서로 노래를 통해 감정을 전달해 봐라. 술 먹지 말고 맨정신에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남에게 나의 감정을 전달하고 남의 감정을 공감할 줄 아는 능력이 키워진다."

 

문성근 대표의 말처럼 우리 사회 청년들은 남과 다른 나를 두려워하고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PR(홍보) 하는데 일종의 거부감을 가지고 있다. 이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에 미숙하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남과 다르지 않게 뻔해짐으로써 '안정감'을 얻으면 얻을수록 이 사회는 획일화되어가고 발전은 사라질 것이다.

 

또한 청년들은 사회의 미래 주역이다. 대학생은 '대학생이라는 신분'만으로 지금까지도 많은 부분에서 혜택을 누린다. 혜택을 누리는 만큼 대학생들에게는 '책임'이 주어진다. 그래서 현재 사회는 대학생들의 소극적인 태도를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 대학생으로서 가져야 할 '패기'가 점점 사라져가고 있다.

 

물론 대학생들에게 무턱대고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가지 말라고 하는 사회도 문제다. 12년을 주입식으로 교육해놓고 사춘기 다 지난 20대에 '고민'을 해보라는 것도 당사자들에겐 벅찬 문제다. 하지만 청년들을 둘러싼 상황이 그렇다고 너도나도 거기에 매몰되어 버리면 '발전된 사회'와 '발전된 인재'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이 부분에 대한 답을 문성근 대표는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다.

 

"내가 무엇을 하면 행복한지는 누구보다 나 자신이 잘 알고 있다."

 

강연 중에 한 문성근 대표의 말이다.

 

페이스 북을 만든 '마크 주커버'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가 상대적으로 더 큰 놀라움을 주었던 것은 대학생 신분으로 도전을 통해 세상의 큰 변화를 만들어 냈기 때문일 것이다. 대한민국의 마크 주커버, 빌 게이츠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문성근 대표가 던지는 메시지처럼 스스로 돌아봄으로써 사회가 강요하는 것에만 눈을 모으지 말고 끊임없이 자신이 잘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는 '가치'를 찾아봐야 한다. 

 

마지막으로, 나는 대한민국 청년들의 밝은 미래를 소망한다.


#문성근 대표#강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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