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다피 관저까지 공격... 결의안 내용 놓고 논란 확산
유엔 안보리의 리비아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 이후 다국적군이 카다피 군을 대대적으로 공격하고 있다. '오디세이 여명'으로 명명된 다국적군의 이번 군사 작전은 한국시간으로 20일(일요일) 새벽 시작됐으며, 예상보다 큰 규모로 최첨단 공군 장비를 동원해 공격했다. 몇 시간 동안의 공격으로 카디피 군의 벵가지 진격이 중단됐고 카다피 세력은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 특히 수도 트리폴리와 카다피 관저에 대한 공격은 예상을 넘어선 것이었고 이것이 "시민 보호"라는 결의안의 목적에 합당한 것이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실질적으로 이번 공격을 지휘하는 미군의 고위 관계자는 시엔엔(CNN)과의 통화에서 카다피 관저를 공격한 것은 카다피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밝혔다. 이름을 밝히지 않은 이 관계자는 카다피가 관저에 있었는지는 알 수 없으며 공격의 목적이 카다피나 관저 거주자들을 겨냥한 것이 아니라고 말했다. 미군은 카다피 관저에는 리비아 군을 실질적으로 지휘할 수 있는 장비들이 있고 공격의 목적은 리비아 군의 공격 능력에 타격을 입히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빌 고트니 미 해군 부사령관도 다국적군의 공격 개시 이후 한 미 국방부 브리핑에서 다국적군의 공격은 카다피 제거가 아니라 카디피 군의 공격 능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것임을 강조했다.
"이번 군사 작전은 리비아 군의 방어 능력을 약화시키는데 아주 효과적이었다. 우리는 카다피를 겨냥하고 있지 않다."
다국적군의 공격 목적은?
미군 고위급 관계자들의 발언은 다국적군의 리비아 공격 목적을 분명히 말해주고 있다. 결의안에 명시된 것처럼 이번 공격은 무고한 리비아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한다"는 원칙 하에서 이뤄진 것이다. 그러나 이번의 대대적인 공격이 시민보호를 위한 리비아 군 공격 저지라는 목적에 과연 들어맞느냐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애초 결의안을 지지했던 아랍 연합의 암르 무사 사무총장은 이 문제에 대해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리비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은 비행금지구역 설정이 애초 겨냥했던 목적과는 다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시민들의 보호지 또 다른 시민들에 대한 공격이 아니다."
그러나 벵가지에 있는 저항세력 지도부의 압델 하피즈 고가 대변인은 <알 자지라>(Al Jazeera)와 한 인터뷰에서 무사 사무총장의 발언을 격렬하게 비난했다.
"무사 사무총장의 발언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리비아 국민들의 몰살을 중단시키기 위한 방법에 달리 무엇이 있는가? 그렇다면 무고한 시민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무총장이 제안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이번 공격을 볼 때 다국적군은 결의안을 다소 넓게 해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행금지구역 설정 결의안이 카다피 군의 벵가지 진격 직전에 이뤄진 것은 저항 세력의 근거지인 벵가지에서의 대규모 학살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국적군이 트리폴리를 포함한 주요 도시에 선제적인 공격을 가한 것은 소극적인 대처가 아니라 시민보호를 위한 적극적인 군사 개입으로 결의안을 해석한 것이다. 그동안 카다피가 보여준 불신과 잔혹성 때문에 처음부터 강한 타격을 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크다.
다른 카드 없는 상황에서 초반에 강한 충격 줄 필요 있다고 판단
다국적군은 또한 군사 개입을 카다피를 고사시키기 위한 최후의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엔 안보리는 사실 2월 말에 채택된 이전의 결의안에 무기 금수 조치, 자산 동결, 여행 제한, 형사재판소 기소 등 군사 개입을 제외하고 카다피에 압박을 가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포함했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압박은 먹혀들지 않았고 결국 최후 수단으로 군사 개입을 결정하게 됐다. 군사 개입이 실패한다면 쓸 수 있는 다른 카드가 거의 없는 셈이 된 것이다. 그러므로 초반부터 강한 충격을 줄 필요가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다국적군 군사 작전의 숨은 목적은 사실 카다피 축출이다. 이번 군사 개입을 결정한 이면에는 인도적 대응 이외에 원유나 난민 문제 등에 대한 주요 서방국가들의 현실적 관심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리비아에 대한 이번 군사 개입의 결정은 무엇보다 언론과 세계 시민들의 압력이 높아지는 가운데 무고한 사람들의 희생을 더 이상 방관할 수만은 없다는 인도적 관심에서 내려진 것이었다.
특별히 세계 주요 언론들은 카다피 정권의 시민 학살이 계속되자 전문가들을 동원해 비행금지 구역 설정 실행 가능성을 꾸준히 보도했다. 결국 부담이 큰 군사 개입을 꺼리던 국제사회도 카다피 군의 반격이 거세지고 시민 희생이 계속되자 군사 개입을 결정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외신들은 미국, 영국, 프랑스 등은 물론 이번 작전에 참여하기로 한 국가들의 궁극적인 목적이 카다피 축출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그러나 그것은 국제사회가 공식적으로 천명할 수도 실행할 수도 없는 일이다. 결국 카다피 축출은 40년이 넘게 카다피의 독재를 마지못해 또는 알지 못해 허락해 온 리비아 사람들이 해야 하는 일이다. 다만 국제사회는 이번 군사 개입을 통해 40여 년 만에 촉발된 시민 저항이 좌절되지 않도록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뿐이다.
저항 세력, 카다피 쫓아낼 수 있을까
벵가지를 주 근거지로 삼고 있는 저항세력은 시민군 수준이다. 보도에 의하면 이들이 사용하는 무기는 기존의 군사 기지에 있던 것과 카다피 군으로부터 빼앗은 약간의 무기다. 어떤 무기들은 2차 세계대전 때 쓰던 것들이라고 외신들은 전하고 있다.
카다피와 저항세력의 대립이 내전으로, 그리고 이제는 국제전으로 변한 상황에서 저항세력이 카다피를 쫓아내기 위해서는 이제 상당 부분 무력 사용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일단 시간을 벌었지만 무기 조달이 어렵고 외국으로부터 실질적인 무기 지원이 없는 상황에서 저항 세력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예측할 수 없다.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국제사회의 군사 개입이 얼마나 지속될 수 있을지, 잔혹하고 안하무인인 카다피가 어떤 선택을 할지도 현재로선 예측할 수 없다.
리비아 상황은 한 달 만에 시민들의 평화 시위에서 무력 저항, 그리고 내전에서 국제전으로 급속히 변했다. 미래를 예측하기 힘든 상황에서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이제 트리폴리의 사람들도, 벵가지의 사람들도 모두 전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됐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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