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국무총리 아들인 국립대 교수가 국제영화제 예산지원을 돕는 대가로 1억 원에 이르는 술 접대는 물론 고가의 명품 선물도 받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내용이 담긴 고소장이 지난 23일 서울중앙지검에 접수됐고, 검찰은 이를 형사 6부에 배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고소장에는 "해당 교수가 2010년 인도국제영화제 서울 개최와 관련해 정부 지원 등을 도와주겠다는 명목으로 9100여만 원의 술 접대와 3100여만 원의 선물을 받았다"는 내용이 들어있다. 선물 목록에는 2330만 원짜리 명품 루이비통 시계도 포함돼 있다.
이에 대해 해당 교수는 <오마이뉴스>와 한 인터뷰를 통해 "서너 차례 불러서 술집에 간 적은 있지만, 루이비통 시계는 받은 적도 돌려준 적도 없다"고 강조했다.
"석 달간 1억 이상 술 접대-명품선물 제공했다" A교수를 둘러싼 '술접대-명품선물 수수' 주장은 인도국제영화제(IIFA)의 서울 개최와 연관되어 있다.
지난 2010년 1월 24일 오후(현지시각) 뉴델리 모리야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한국-인도 우호의 밤' 행사에서 IIFA를 주관해온 사바스 조셉 위즈크래프트 대표가 "IIFA 2010년 대회가 서울에서 열린다"고 공식 선언했다. 6월 10일부터 13일까지 롯데호텔·올림픽체조경기장 등에서 열린다는 구체적인 계획까지 나왔다.
IIFA는 인도 영화계 최대 행사로 인도영화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2000년부터 시작됐다. 이 영화제는 해마다 런던·암스테르담·싱가포르·두바이·마카오 등 세계 주요 도시를 돌며 열리는데, 평균 1만5000명이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개최가 이루어지면 한국은 11번째 IIFA 개최국이 되는 셈이다.
당시 한국관광공사는 "인도를 비롯한 전 세계에 대한민국이 널리 알려지는 기념비적인 사건"이라며 "국가브랜드 홍보 효과는 약 644억 원에 이르고 나흘간의 행사로만 430억 원에 이르는 국내 관광수익이 발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IIFA 서울 개최' 선언은 이명박 대통령이 인도를 국빈방문하고 있던 때에 이루어져 더욱 눈길을 끌었다. 'IIFA 서울 개최'가 선언되던 만찬장에는 어윤대 국가브랜드위원장, 안병만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최경환 지식경제부 장관, 유인촌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나경원 한나라당 의원,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등이 여권 핵심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고소장을 낸 IIFA의 한국측 파트너 INW 관계자는 "A교수 술접대는 'IIFA 서울 개최' 선언이 있기 한 달 전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IIFA의 서울 개최를 준비하면서 강남 청담동과 역삼동에 각각 위치한 룸살롱 'Z'와 'M' 등에서 교수를 접대했다는 것. 교수를 접대하는 자리에는 그와 가까운 일부 대기업의 회장들도 참석했다고 말했다.
A교수를 접대했다는 인사는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A교수가 청와대 고위인사 J씨, 여권 핵심인사인 N씨와 Y씨, 총리실 고위인사 J씨, 검찰 고위간부 K씨 등을 잘 안다며 자신의 인맥을 과시했다"며 "A교수가 J씨와 Y씨 등을 통해 100억 원의 예산을 받도록 해주겠다고 했고, 대기업 L, K, S에서 50억 원을 협찬 받을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도 했다"고 주장했다.
고소인 측은 A교수가 지난 2009년 12월 16일부터 지난해 3월 11일까지 약 20차례에 걸쳐 총 9100여만 원(팁 포함)의 술 접대를 받았다고 말했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한 번에 평균 450만원 어치 꼴이다.
고소인 측이 제시한 접대비 내역을 보면 지난 2010년 2월 3일과 25일 각각 1191만 원과 1056만 원이 술값으로 지불됐다. 500만 원 이상 결제한 경우도 7차례나 있었다. 2009년 12월 29일 890만 원, 2010년 2월 1일 550만 원, 2일 510만 원, 9일과 17일 각 600만 원씩, 2월 26일 877만 원, 3월 11일 566만 원, 17일 600만 원이 카드나 현금으로 지불됐다.
당시 술 접대 자리에 동석했다고 하는 한 인사는 "거의 날마다 술을 먹었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INW 측 관계자는 A교수로부터 받았다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도 공개했다. "어제 즐거운 자리 감사합니다" "어제 잠시나마 뵈서 즐거웠습니다" 등의 문자메시지 출처는 실제 A교수였다. INW 측은 A교수의 문자가 술 접대를 받은 다음날 주로 왔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한 A교수가 3104만 원어치의 명품 선물도 받았다고 주장했다. 까르띠에, 헤르메스, 루이비통 등이 고소인 측이 제공한 명품 선물 목록이다. 이 목록에는 2330만 원짜리 루이비통 시계도 포함돼 있다. 모델명 '앙프리즈 LV 블랙와치'인 이 시계는 루이비통 수석디자이너였던 마크 제이콥스가 처음으로 디자인한 '앙프리즈 와치 컬렉션' 중 하나다. 18K 핑크골드로 만들어졌다.
<오마이뉴스>가 입수한 루이비통 시계 구매 영수증에 따르면, 이 시계는 지난 2010년 1월 2일 현대백화점 본점(압구정동)에서 INW 관계자가 구입한 것으로 돼 있다.
고소인 측에 따르면 루이비통 시계는 같은 날 롯데호텔 6층에 위치한 아시아 소사이어티 코리아센터 사무실에서 A교수에게 건네졌다. 그러나 'IIFA 서울 개최'가 무산된 이후 '뇌물사건'으로 비화될 것을 우려한 INW 측에서 지난 2010년 3월 24일 시계를 되돌려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A 교수 "초청해서 간 것이지 접대 받은 거 아니다" 그러나 1억여 원의 술 접대-명품선물 수수 주장과 관련, A교수는 "IIFA를 한국에서 개최하면 문화적으로도 좋고 인도에 한국을 알릴 수도 있어서 순수한 마음에서 후원했다"며 "IIFA가 한국-인도 관계를 증진시키는 데 좋을 것 같아 도와주려고 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A교수는 "그 과정에서 서너 번 '술자리에 참석해 달라'고 해서 강남 술집에 간 적이 있다"며 "(INW 측에서) '문화계 인사가 와 있는데 소개하겠다'며 자꾸 술집으로 와 달라고 해서 후원하는 처지에서 갔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는 "그쪽에서 초청해서 간 것이지 접대를 받은 건 아니다"라며 "저는 (원래) 접대를 안 받을 뿐만 아니라 (INW로부터) 접대를 받은 일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저도 사람들을 만나고 접대하는 일이 있는데 외국에서 손님들이 왔을 때 저녁 식사 한 다음에 술 한 잔 하고 노래 한두 곡 부르러 가는 술집('M')이 한 곳 있긴 하다"며 "제가 평생 지켜온 원칙이 '술값은 100만 원이 넘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저는 평생 물질적인 것에 연연해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며 "저는 루이비통 시계를 받은 적도 없고 돌려준 적도 없다"고 '루이비통 시계 수수 주장을 부인했다. "루이비통 시계는 촌스러워서 차지도 않는다"고도 했다.
다만 A교수는 "저쪽 사람들이 우리 사무실에 뭘 들고 왔는데 제가 안 받는다고 해서 돌려보냈다"며 "(그게 루이비통 시계인지 알 수 없지만) 그것을 돌려준 걸 얘기하는 모양"이라도 했다.
그는 "저는 루이비통 자체를 싫어한다, 내가 뭐가 부족해 그런 것을 받겠나"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A 교수는 '100억 원 예산 지원 약속'과 관련해서는 "후원은 하겠지만 (정부로부터) 돈(예산)을 지원받는 것은 할 수 없다고 분명히 말했다"고 반박했다. '50억 원 기업 협찬' 약속에 대해서도 "그쪽에서 요청해 대기업 회장 비서실장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줬을 뿐"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오히려 INW 측에서 '영화제가 성공하면 교수님을 후원해주겠다'고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교수의 접대장소로 지목된 룸살롱 M의 한 관계자는 "A교수가 INW 쪽 사람들의 초대를 받아 서너 차례 술집에 왔다"며 "(대기업 회장인) S씨는 A교수와 오랫동안 알고 지낸 사이인데 한 번인가 이곳에 왔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 술집은 '1종'이기 때문에 여성 접대부가 나오긴 하지만 2차 접대(성접대)는 절대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